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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평점 :
'작가'는 어떤 존재일까. 요즘은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마치 책 한 권을 출간하는 것이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수단처럼 너도나도 책을 출간하는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나 책을 읽지 않는다고 개탄한다. 과연 그럴까. 사람들이 책을 구입할 때는 그만큼의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해서다. 반대로 책의 내용이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면 책을 구입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단순히 책을 쓴 사람이 '작가'가 아니라 독자들 스스로 책을 찾아 읽도록 만드는 사람이 '작가'라고 생각한다.
작가 조정래님.
이 분의 이름 석 자를 떠올리면 여러 작품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일흔이 넘은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심이 절로 든다. 정말 글 속에서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느끼게 된다.
<조정래의 시선>은 작가님이 그동안 글이 아닌 말로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한 번 내뱉으면 사라질 말들조차 허투루 하질 않는 작가로서의 당당한 위엄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를 글로 옮긴 것이지만 읽으면서 작가님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 같아서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출처를 살펴보니 『정글만리』를 출간한 후 인터뷰했던 2013년과 《한겨레》와 《참여사회》에 2014년 인터뷰한 최근 내용부터 2002년《한겨레》에 기고한 글까지 나와 있다. 10여 년간의 말들을 한 권의 책으로 살펴보니 작가의 목소리가 한결같다. 오로지 글 쓰는 일에 평생을 바친 사람다운 올곧음이 느껴진다. 바로 이것이 작가의 시선이며 삶이라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우연히 20대에 읽었던 <태백산맥>을 인연으로 이후에 다른 작품들을 읽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란 점에서 존경스럽고 감동스럽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못 읽은 작품은 다시 읽고, 이전에 읽었던 작품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그대로인데 매번 읽을 때마다 받는 감동은 달라지는 것 같다. 솔직히 한동안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줄었는데 조정래 작가님 덕분에 뜨거운 관심이 생겨난 것 같다.
이미 수많은 열혈독자를 거느린 분이지만 이 책을 통해 역시 대단한 작가임을 확인한 것 같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다. 그냥 읽어보면 알텐데 말이다.
집필은 어떤 방식으로 하십니까?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25~30매를 집중해서 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운동과 식사를 한 뒤 9시에 서재로 출근한다. 새벽 두세 시까지 죽을힘을 다해 쓴다. 20년 동안 세상과 절연하고 대하소설 세 편을 썼다. 그때 술을 끊었다. 술을 마시면 이틀 뒤까지 꼬박 사흘을 숙취로 날려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원고 100매가 사라진다. 그렇게 열심히 썼더니 오른팔 전체 마비, 위궤양, 탈장 등 온갖 직업병이 다 찾아왔다.
"죽기를 각오하고 쓰라" (212p)
작가로서 따르고 싶은 롤 모델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빅토르 위고다. 영국에 셰익스피어, 독일에 괴테가 있다면 위고는 프랑스의 자존심이다. 프랑스 위인들이 묻힌 묘지 '판테온'에 위고만 유일하게 부인과 합장되는 영광을 누렸다. 위고는 "예술은 아름답다, 그러나 진보를 위한 예술은 더 아름답다"고 했다. 소설은 그 시대 인간이 달성해야 할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톨스토이는 "민중과 함께 있으라. 그러나 반 발짝만 먼저 가라"고 했다. 작가는 인간을 위한 진실을 말하는 것인데, 얼마나 멋있는가. 그러나 그 길은 외롭고 험하다.
모든 인간이 갖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누구나 한 번 태어나고 한 번 죽으며, 아무도 완벽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209p)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신의 속도로 해나가기 위해선 독서를 권한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 (21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