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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 엄마 ㅣ 한국대표시인 49인의 테마시집
고은.강은교 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엄마, 어머니.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저는 평소에 꿈을 거의 꾸지 않습니다. 아니,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면서 기억하는 꿈 중에서 잊을 수 없는 꿈이 있습니다.
어찌나 생생하던지 자면서 흐느껴 울어서 깨고나니 베갯잇이 흠뻑 젖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꿈.
꿈에서 깨고나서 그냥 꿈이라는 사실에 얼마나 기뻤던지.
다행히 꿈은 반대라고, 엄마는 오래오래 사실 거라고 해몽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살면서 늘 감사드리는 건 엄마가 제 곁에 살아계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이제는 '엄마'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난다는 겁니다.
라디오에서 우연히 '엄마'에 대한 글을 듣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엄마를 통해 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세상의 빛을 보게 해준 사람.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는 한국의 대표시인 49인이 '엄마'라는 주제로 쓴 시를 모아놓은 시집입니다.
고은, 김종철, 김종해, 문인수, 송수권, 오세영, 이건청, 정진규, 정호승, 최돈선, 강은교, 김명리, 김승희, 김이듬, 노혜경, 문정희, 신현림, 신혜정, 유안진, 이근화, 이진명, 고영, 고영민, 권대웅, 김완하, 김응교, 김주대, 김태형, 도종환, 류근, 박주택, 박지웅, 배한봉, 손택수, 윤관영, 이승하, 이재무, 이진우, 이창수, 이흔복, 장석남, 전윤호, 정병근, 정일근, 정한용, 정해종, 조동범, 조현석, 함민복.
시인의 이름을 쭉 적다보니 그 이름마다 '엄마'라는 단어를 붙여 읽어보게 됩니다.
시작(詩作) 메모에는 시인들이 엄마, 어머니의 기억이 적혀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름다운 엄마,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말은 "사랑합니다"입니다.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를 읊을 줄도 모르지만 이 시집을 읽는 동안은 시인의 마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시집입니다. 함축된 의미를 헤아리지 못해 어렵게만 느꼈던 시가 '엄마'라는 단어만으로 그냥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입니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어떤 심정인지 알 것 같습니다. 엄마를 위한 시를 지을 수는 없지만 엄마를 생각하며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죄송한 마음, 고마운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꺼내지 못했는데 부족한 글로 몇 자 적어야겠습니다. 편지를 받아보실 수 있는 엄마가 계셔서 저는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