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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 이외수의 존버 실천법
이외수.하창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월
평점 :
뚝
[부사]
1. 계속되던 것이 아주 갑자기 그치는 모양.
2. 말이나 행동 따위를 매우 단호하게 하는 모양.
3. 다 쓰고 아주 없는 모양.
4. 어떤 물체가 부러지거나 끊어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이외수님의 신간이 나왔다.
뚝,
하창수님이 질문하고 이외수님이 대답한다.
세상이 궁금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그래서 질문할 것도 없다.
여전히 세상에 대해 쥐뿔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묻고 싶지 않다. 나의 질문에 답해줄 사람이 없으니까. 옛날에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있었지만 요즘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만 있는 것 같다. 지식이 아닌 지혜을 가르쳐줄 스승을 만나지 못하였기에 세상에 대한 질문을 하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아무런 질문 없이 대답을 듣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낚시대도 드리우지 않고 딴짓하다가 남들이 열심히 잡아 놓은 물고기에 손을 댄 느낌.
도대체 나는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온 건지 모르겠다. 어찌어찌 나이는 들고 몸은 늙었는데 철은 들지 않았으니 한숨만 나온다.
그래, 무식하고 모르니까 배우면서 살아야지, 그러니까 책을 보는 거다,라고.
이외수님의 위암 투병소식을 들었다.
생로병사...... 인간이니까 겪어야 될 일이라지만 태어나서 늙어가고 아프고 죽는 일, 그 무엇 하나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 책은 이외수님의 '존버' 실천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힘들어도 괴로워도 끝까지 버텨보자고. 위암 투병 중인 이외수님이 하는 말이니까 듣는다. 만약 어쭙잖게 위로하거나 충고하는 말들이었다면 귀를 닫아버렸을 것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지만 수많은 대답은 있다.
우리의 삶은 각자의 시험지를 들고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주입식 교육만 받아와서(이것도 핑계) 정해진 답만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자꾸 주변을 기웃거리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그들이 내 답을 알려주는 것도 아닌데 왜 남들이 하는 말에 신경쓰는지 모르겠다. 정말 신경 끄고 내 멋대로 살고 싶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답답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남들 눈치보며 사는 인생이지만 이제는 뚝, 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이런 곤란한 상황에서는 어떤 게 최선의 선택인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등등 수많은 질문을 들이대도 거침없이 답할 수 있는 건 삶에 대한 확고한 기준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나의 질문이 아니고, 나의 대답이 아니지만 그 질문과 대답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든다.
뚝,
그렇구나. 뚝, 한 마디 속에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이랄까. 사전적 의미가 아닌 자신이 깨달은 그 의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