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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할런 코벤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한때 공포영화를 즐겨 보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지나간 케케묵은 취향일뿐이다.
지금은 공포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다. 아니, 음울한 분위기의 영화는 아예 보지 않는 편이다.
어릴 때는 공포심이 가상세계의 것이라 궁금했던 것이고, 이제는 굳이 섬뜩한 가상세계에 빠질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 <6년>은 세계적인 3대 미스터리 문학상 - 에드거상, 세이머스상, 앤서니상 - 을 모두 석권한 최초의 작가 할런 코벤의 최신작이라는 문구에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어떤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서다.
역시나 <6년>은 현실적인 공포를 자극하면서 그 속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단숨에 읽게 되는 책이다.
요즘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너무나 많이 써먹은 반전이지만 그래도 효과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실제로는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며 같이 울고 웃던 사이라면 인간적으로 엄청 친밀한 관계일 것이다. 인간 관계 속에 형성된 믿음과 애정없이는 우리의 삶을 설명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어울리며 살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나와 친한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굳건한 믿음이 한순간 깨져버린다면 그건 견디기 힘든 공포와 절망을 느낄 것 같다.
이 소설에서는 변하지 않는 것이 딱 두가지 있다. 하나는, 주인공 제이크 피셔의 가슴 속에 있는 나탈리 에이버리를 향한 사랑이다. 나머지는 매사추세츠 랜포드 대학 클락 하우스에서 정치학과의 일을 돕는 직원인 딘스모어 부인이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우리를 붙잡아주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6년'은 주인공 제이크가 사랑했던 여인 나탈리가 토드라는 남자와 결혼한 날로부터 지나온 시간을 뜻한다. 나탈리는 결혼식이 끝나고 제이크에게 앞으로 절대 자기를 찾지 말라고 말했다. 제이크는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6년 동안 그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우연히 대학 홈페이지에 뜬 부고를 보게 되면서 그 약속은 깨진다.
바로 나탈리의 남편 토드가 죽었다는 소식 때문이다. 나탈리와의 약속 때문에 망설이던 제이크는 결국 토드의 장례식장에 찾아간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나탈리는 토드의 아내가 아니었다. 오직 나탈리를 다시 보고싶다는 마음으로 약속을 깬 것인데 너무나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 제이크는 자꾸만 숨겨진 진실을 찾아 나서게 된다.
랜포드 대학의 젊은 정치학과 교수 제이크가 사랑하는 여인 나탈리 때문에 일상의 평온함을 버리고 미스터리한 사건 속에 연루되면서 위험에 처하게 된다.
소설은 끝까지 제이크가 스스로 찾아나서고 알아본 것들만 우리에게 알려준다. 도대체 왜 그들이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죽은 사람은 말이 없기 때문이다. 제이크의 원래 성격이었다면 법과 규칙대로 사는 것이 맞다. 조금이라도 불의한 것은 그냥 넘기지 못할 정도로 융통성이 없었다. 그랬던 제이크는 결국 6년만에 나탈리와의 약속을 깼듯이 자신의 고집을 꺾는다. 우리가 믿는 것, 지켜온 것들이 과연 옳은 것일까. 어쩌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전에 우리는 자신이 놓치고 싶지 않은 단 한 가지를 위해서 모든 걸 바칠만큼 완벽하지 못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정도의 신념이라고 해야 하나.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사랑만큼은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다. 그 덕분에 이 책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닌 놀라운 사랑이야기로 기억될 것 같다. 너무나 영화 같은 사랑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