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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스 실종 사건 - 누구나 가졌지만 아무도 찾지 못한 열정
우종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2월
평점 :
책표지는 얼굴이다. 한눈에 호감이 가는 얼굴이 있다.
<티모스 실종 사건>은 책표지를 보자마자 어떤 책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책 소개를 읽게 되었고 지금은 내 책상 위에 놓이게 된 것이다.
마치 옛날 서부영화에서 'WANTED'라고 적힌 누런 벽보 같은 이미지를 연상시켜서 책 내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티모스 실종 사건, '실종 1,097일째 ... 티모스를 찾습니다!'
인정받지 못해 가출했나, 경쟁에 밀려 퇴각했나? 돌아와라 티모스!
오피스 액션로망 메디컬 어드벤처 스토리~~~
복잡할 것 없다. 직장인들을 위한 우화라고 보면 된다.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공감했던 직장인이라면 이 책을 통해서는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진지한 상담을 받은 느낌이 든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정말 심리적으로 괴롭고 힘들지만 해결방법을 찾지 못해 자기자신만 혹사시키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속시원히 털어놓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직장인에 대해 연구를 해온 분이다. 이 책에서는 유인정 원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유인정 원장처럼 유쾌하고 친근하게 반말하면서도 유용한 상담을 해주는 의사선생님이 계시다면 좋겠지만 상상으로 만족해야 될 것 같다. 그러니까 여러가지 편견 때문에 정신과 문턱을 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유인정 원장이 나선 것이다.
광고회사에서 한창 잘나가던 나상준 팀장의 추락. 불면증과 울화증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게 되고 유인정 원장에게 '티모스 위축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티모스(thymos). 사람의 앞가슴 한복판, 복장뼈 안에 위치한 20~30그램의 작은 면역기관으로 가슴샘 혹은 흉선이라고 부른다.
여기서는 유인정 원장에 의해서 티모스는 '용기와 기백, 활력, 열정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자부심'으로 정의된다. 바로 이 티모스가 사라졌기 때문에 기운이 빠지고 의욕을 잃으면서 좌절모드로 살게 되는 것이다. 능력을 인정받던 나상준 팀장은 잘나갈 때 말을 아끼고 주변 사람들을 챙겼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승진을 위해 가차없이 냉정하게 행동했고 겸손할 줄 몰랐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처럼 똑똑한 나상준 팀장이 자기 발등을 찍은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보다 더 복잡한 요소들이 작용하겠지만 대부분의 조직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유인정 원장의 조언대로 조금씩 자신을 변화시켜나가는 나상준 팀장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광고회사 버전의 드라마 <미생>을 본 것 같다. 4팀의 만년과장 딱지를 달고 있는 홍태만 과장, 무조건 상대방 눈치를 보면서 맞추는 예스맨 김영근 대리, 열심히 일만 하다가 서른을 넘긴 커리어우먼 장민주 대리, 실력은 있지만 이기적이고 소통을 모르는 도영재 사원, 별명이 카더라통신이라 불리는 신입사원 신미정. 처음에는 어설프고 안맞았지만 점점 팀플레이가 뭔지를 보여준다.
티모스가 무엇이며, 얼마나 중요한지를 구구절절 설명했다면 너무 지루해서 귀를 막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인정 원장과 나상준 팀장의 상담, 그리고 광고회사 이야기를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각자의 티모스를 점검할 때인 것 같다. "당신의 티모스는 괜찮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