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즐거운 일을 해라 - 학벌.스펙을 떠나 열정으로 최고가 된 멘토들의 직업 이야기
이영남 지음 / 민음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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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꿈은 뭐니?

우리 아이들이 이 질문에 눈빛을 반짝이며 대답해주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부모들은 자녀의 꿈까지 대신 정해준다는 얘기를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들의 높은 학구열만큼이나 청소년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니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 걸까요? 뻔한 답변을 하자면, "성적이 좋아야 좋은 학교에 갈 수 있고, 그래야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단다."라고 할 겁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답변에 의문이 듭니다.

<네가 즐거운 일을 해라>는 '학벌과 스펙을 떠나 열정으로 최고가 된 멘토들의 직업 이야기'라고 소개된 책입니다. 저자 본인이 안정된 교직 생활을 접고 기자의 길로 들어선 것은 책 제목처럼 즐거운 일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력 덕분인지 이미 청소년을 위한 <너의 꿈에는 한계가 없다>라는 책을 출간했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순수 열정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된 열두 명을 저자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부터 미리 말하자면 자신이 즐거운 일을 열정적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직업이나 부모가 원하는 직업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연봉과 같은 경제적인 측면만은 아닙니다.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만족도이자 행복지수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는 청소년들의 진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각 인물을 소개하고 끝에 그 직업의 준비 과정과 연봉, 미래 전망 등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첨부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처음 알게 된 직업도 있을 겁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직업이 있겠지만 그 직업을 모른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어느 대학의 무슨 과를 가느냐가 자신의 꿈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에게 꿈이 없어진 것은 전부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부모의 욕심을 덜어내고 아이의 행복에만 초점을 맞추면 생각이 바뀝니다. 물론 행복의 의미를 왜곡해서는 안 될 겁니다. 부모이기 이전에 한 개인으로서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내 심장을 떨리게 하는 일이 무엇이었는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한 사람들, 바로 이 책 속에 소개된 인물들 덕분에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 사진작가 조선희, 요리사 이병우, 한옥건축가 김승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김은미, 데이터 설계자 이화식, 조선 공학자 이동대, 국제기구 전문가 남상민, 여행사 대표 주성진, 도선사 나태채, 기계 금속 엔지니어 유예찬, 벤처 기업가 김현진.

어떻게 사느냐, 어떤 태도로 일하느냐를 배웠습니다. 내가 즐거운 일을 하면 인생이 행복합니다. 청소를 하더라도 즐겁고 열정적으로 한다면 청소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평생 해도 즐거울 수 있다면 그 일을 하면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선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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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을 열다 - 비염을 이해하기 위한 비염교과서
김재석 지음 / 열린시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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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은 완치가 어려운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긋지긋한 질환이다.

예전에 TV프로에서 비염을 고친다는 한의원이 소개된 적이 있다. 치료방법은 콧구멍에 약물을 묻힌 긴 면봉을 꽂고 고개를 숙이면 엄청난 양의 콧물이 줄줄 흘러내려서 대야를 받치고 있어야 한다. 그곳을 찾아가보니 전국방방곡곡에서 비염을 고치려고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많은 사람들이 양쪽 콧구멍에 면봉을 꽂고 대야를 하나씩 들고 있는 장면을 보니 비염의 심각성을 새삼 느끼게 됐다. 중요한 건 직접적인 약물치료 외에도 복용하는 약을 먹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않아서 치료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요즘은 난치성질환을 한의학으로 고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비용면에서 부담스럽고 치료효과를 100% 장담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숨길을 열다>는 숨길을열다한의원 대표원장이 쓴 비염 교과서이다.

정말 비염 교과서라는 수식어가 적절한 것 같다. 비염에 관련한 논문 혹은 연구 보고서처럼 비염 발생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코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까지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이제까지 비염을 치료하면서 환자 입장에서 수동적으로 치료를 받았다면 이 책을 통해 코와 비염에 관한 구체적인 의학지식을 얻음으로써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의학 관점에서 췌장병증과 위냉증처럼 체질적인 면은 전문가의 치료를 요하는 부분이지만 생활 습관은 개인 영역이다. 비염의 완치를 위해서 올바른 생활관리 치료가 필수적이다. 저지방 식이를 하면서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매일 자기 전에 이완 요법을 하면서 매사 천천히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 수면은 11시 이전에 하는 것이 좋고 가능하다면 8시간 정도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 즐거운 일을 찾아서 하되 무리하지 않는 것, 청량음료, 커피와 음주, 흡연은 줄이되 가능한 끊는 것이 좋다는 것 등등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건강 상식이다. 비염 발병 메카니즘을 살펴보면 결국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주된 원인임을 알 수 있다. 비염 치료를 위해 죽염수 코세척만 했는데 책에서 알려주는 생활관리법까지 실천한다면 앞으로 완치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책에 나와 있는 <자가 진단표>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생활관리 치료를 시작한다면 비염뿐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건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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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토론 콘서트 : 문화 - 청소년이 꼭 알아야 할 12가지 사회 쟁점 꿈결 토론 시리즈 2
윤용아 지음, 유영근 그림 / 꿈결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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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토론 콘서트> 두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이번 토론의 주제는 '문화'입니다.

요즘의 학생들은 토론할 수 있는 수업이나 기회가 많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형성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업에 신경쓰느라 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뉴스와 정보를 접하면서 우리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이 책에서는 열두 가지의 문화쟁점을 놓고 가상의 토론 콘서트를 펼칩니다. 평상시에 생각해봤던 주제일 수도 있고, 전혀 생각해본 적 없는 주제도 있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의 토론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십대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 입장에서도 고민해볼 만한 주제이기에 더 유익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정해진 답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공부는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찾아보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토론 콘서트>가 실제 교육현장에서도 많이 시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우리 아이들이 진짜 공부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 그것이 토론이 주는 공부방식인 것 같습니다.

자,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만 18세 청소년의 선거권 허용 여부, 군인들의 휴대전화 사용 여부, 베이비 박스 추가 설치에 대한 찬반, 동성 결혼의 허용, 잊힐 권리에 대한 인정, 정년 연장이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안락사 허용 여부,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규제에 대한 찬반, 주민등록번호 제도 폐지에 대한 찬반, 화학적 거세에 대한 찬반, 유전자 변형 식품의 유해성 여부, 담뱃값 인상에 대한 찬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만약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일방적인 의견을 강요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유로운 의견이 수용되지 않는 사회는 정체되고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을 키울 수 있는 토론 문화가 중요한 것입니다.

각 문화쟁점의 토론을 마치고 나면 '생각 정리하기'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찬성과 반대 의견 모두를 각각 근거를 들어 자신의 생각을 적어볼 수 있습니다. 토론은 실제 말로 하는 것이지만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직접 글로 써보는 것이 논리정연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연습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 논술을 따로 학원에서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제 생각에는 이 책이 좋은 교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생각을 내 생각처럼 따라적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 책의 다양한 토론 콘서트를 보면서 다른 사람의 주장을 살펴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막무가내 우기기 주장이 아니라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논리를 펼 수 있으려면 먼저 알아야 합니다. 깊이있게 알아보고 찾아보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 생각을 키우고 성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좋은 토론 수업을 받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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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삼국지 3 - 세상으로 나온 제갈량 어린이 고전 첫발
이광익 그림, 김광원 글, 나관중 / 조선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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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국의 뛰어난 고전으로 손꼽히는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어른이 된 뒤에야 읽어보고, 뒤늦게 <삼국지>의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읽었던 <삼국지>를 고이 간직해두었다가 아이에게 권했는데 아무래도 어린이가 읽기에는 다소 부담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의 첫 삼국지>가 출간된 것을 보고 무척이나 반갑고 기뻤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삼국지답게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읽고 보는 재미까지 두루 갖추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삼국지에서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중간에 '속마음 삼국지'라는 부분을 넣어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설명을 해줍니다. 처음 삼국지를 읽는 어린이들에게는 등장 인물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이 막힐 수가 있습니다. 또한 중국의 역사 이야기라서 더 낯설게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설명을 마치 그 인물이 말하듯이 표현하여 실감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속마음 삼국지'는 바로 인물의 마음을 읽음으로써 삼국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3권에서는 삼국지에서 비롯된 사자성어인 '삼고초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비가 제갈량의 초가에 세 번 찾아가 간절히 부탁하여 군사로 맞아들인 일에서 비롯된 '삼고초려'는 훌륭한 인물을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이르는 말입니다. 수경 선생이 유비에게 복룡과 봉추 둘 중에 하나만 얻어도 천하를 얻을 것이라 하였는데 복룡이 바로 제갈량을 이르는 말입니다.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훌륭한 인재가 영웅을 만나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북쪽은 조조가, 남쪽은 손권이, 나머지는 유비가 다스리게 되면서 수많은 전투가 벌어지게 됩니다. 용감한 군사가 전투에 나서서 싸우지만 실제로 이들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제갈량과 같은 인재의 지략입니다. 삼국지에는 뛰어난 지략가, 책사들이 등장합니다. 한마디로 두뇌싸움인 것입니다. 삼국지의 매력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천하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뛰어난 인물들을 얻어야 합니다. 유비라는 인물을 보면 융통성도 없고 답답한 면이 많지만 그의 곁에는 관우, 장비, 조운 그리고 제갈량이 있었습니다. 유비는 자신보다 어리고 겉보기에는 촌부에 지나지 않는 제갈량을 얻기 위해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겸손함을 지녔습니다. 실제로 아들뻘의 제갈량을 스승 모시듯 극진히 대했고 관우와 장비와는 의형제를 맺었으며 조운은 자신의 아들보다 더 아꼈을 정도라고 하니 유비의 인품을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그것이 유비가 조조보다 더 존경받는 점이기도 합니다. 객관적인 기준으로 볼 때는 조조가 훨씬 더 유능한 면이 많습니다. 천하를 지배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조의 방식이 잘못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결단력있고 냉철한 리더의 모습을 엿보게 됩니다. 그래서 조조는 천하를 얻었지만 유비는 백성의 마음을 얻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삼국지는 중국의 후한 시대부터 위, 촉, 오 삼국시대를 거쳐 진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를 담아내면서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 인생의 놀라운 지혜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이 삼국지를 읽게 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뻔한 교훈이나 조언이 아닌 생생한 역사 이야기 속에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깨닫게 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나의 첫 삼국지>는 어린이들에게 삼국지의 매력을 보여주는 맛보기 책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재미를 알게 되면 그 다음에는 진짜 삼국지를 찾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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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 - 2004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1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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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돈을 욕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놈의 돈 때문에......

하지만 실제로 돈은 잘못이 없습니다. 만약 잘못이 있다면 돈을 향한 인간의 삐뚤어진 마음이 아닐까요?

<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은 어린 두 형제의 이야기입니다. 순수한 아이에게 엄청난 돈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두 형제는 아빠와 셋이서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갑니다. 5학년 데미안 커닝엄과 6학년 안소니 커닝엄은 그레이트 디튼 초등학교로 전학을 갑니다. 학교에 간 첫 날, 점심시간에 데미안의 프링글스를 뺏어먹는 주근깨 덩치를 만납니다. 그때 형 안소니가 나서서 해결해줍니다.

"이런 애 프링글스를 뺏어먹으면 안 돼. 엄마 없는 애야."

"어떻게 엄마가 없어? 세상에 엄마 없는 애가 어디 있어? 아빠 없는 애도 엄마는 있다고. 그나저나 이거 쫌 맛있는데?"

"얘 엄마는 죽었어." 형이 말했다. (19p)

저는 솔직히 이 부분에서 안소니가 거짓말을 해서 위기를 모면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얘기가 전혀 없었으니까요. 어쩌면 부모님이 이혼하신 걸 숨기면서 낯선 학교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겁니다. 두 형제는 좀 특이한 면이 있습니다. 데미안은 머릿속에 온통 수호성인이 가득 차 있고, 안소니는 돈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데미안은 아빠가 하라는 건 뭐든지 따르는 아이라서, '탁월하라'는 지령을 받고 최선을 다합니다. 문제는 선생님께 잘보이려고 묻는 질문마다 충실히 대답한다는 것이 온통 수호성인 이야기뿐이라는 겁니다. 그건 탁월한 것이 아니라 특이하고 다소 이상한 것이죠. 물론 데미안은 전혀 눈치 못채고 있지만.

겨우 한 살 차이지만 형 안소니는 제법 영악하고 똑똑하게 행동합니다.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안소니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꺼냄으로써 상대방의 말문을 막히게 만듭니다. 세상에 엄마를 잃은 소년에게 함부로 대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나중에는 진짜로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제서야 데미안과 안소니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두 형제의 유별난 행동은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아빠가 혹시 자신들을 버리지 않을까라는 약간의 걱정 등등 복잡한 심리 상태를 설명해줍니다. 어린 소년들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면서도 엄마가 돌아가신 슬픔을 꾹꾹 참아내고 있었던 겁니다. 왜 데미안이 그토록 수호성인에게 집착했는지를 알 것 같습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성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미안에게 갑자기 돈뭉치가 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겁니다. 정말로 데미안은 그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 하느님이 주신 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똑똑한 안소니가 그 돈의 정체를 결국에는 알아냈지만 말이죠. 엄마와 살던 정든 집을 떠나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온 것도 재정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인데 아빠가 갚아야 할 대출금, 빚이 얼마나 많은지 아이들에게 말했을 리는 없겠지요. 만약 아이들이 알았더라면 하늘에서 돈이 떨어졌을 때 제일 먼저 아빠에게 말했겠지요. 그랬더라면 학교 친구들에게 돈을 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 친구들의 부모가 찾아와 돈을 요구하는 일도 없었겠지요. 데미안에게는 엄청난 돈이 주어졌지만 그 아이의 삶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달랐습니다. 돈에 눈이 멀었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는 없다는 걸 어린 데미안은 아는데 어른들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참, 이 소설에서 영국이 유로화 전환을 한다는 내용은 허구입니다. 영국은 현재까지도 파운드화를 쓰고 있습니다. 기존화폐가 없어지고 새로운 화폐가 등장한다면 기존화폐는 쓸모없는 종이조각이 됩니다. 돈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서 교훈적인 메시지를 찾는 건 각자의 몫이고, 일단 <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은 재미있습니다. 이미 2004년 영화<밀리언즈>로 만들어질 정도로 기대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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