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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 - 2004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1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3월
평점 :
세상에는 돈을 욕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놈의 돈 때문에......
하지만 실제로 돈은 잘못이 없습니다. 만약 잘못이 있다면 돈을 향한 인간의 삐뚤어진 마음이 아닐까요?
<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은 어린 두 형제의 이야기입니다. 순수한 아이에게 엄청난 돈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두 형제는 아빠와 셋이서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갑니다. 5학년 데미안 커닝엄과 6학년 안소니 커닝엄은 그레이트 디튼 초등학교로 전학을 갑니다. 학교에 간 첫 날, 점심시간에 데미안의 프링글스를 뺏어먹는 주근깨 덩치를 만납니다. 그때 형 안소니가 나서서 해결해줍니다.
"이런 애 프링글스를 뺏어먹으면 안 돼. 엄마 없는 애야."
"어떻게 엄마가 없어? 세상에 엄마 없는 애가 어디 있어? 아빠 없는 애도 엄마는 있다고. 그나저나 이거 쫌 맛있는데?"
"얘 엄마는 죽었어." 형이 말했다. (19p)
저는 솔직히 이 부분에서 안소니가 거짓말을 해서 위기를 모면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얘기가 전혀 없었으니까요. 어쩌면 부모님이 이혼하신 걸 숨기면서 낯선 학교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겁니다. 두 형제는 좀 특이한 면이 있습니다. 데미안은 머릿속에 온통 수호성인이 가득 차 있고, 안소니는 돈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데미안은 아빠가 하라는 건 뭐든지 따르는 아이라서, '탁월하라'는 지령을 받고 최선을 다합니다. 문제는 선생님께 잘보이려고 묻는 질문마다 충실히 대답한다는 것이 온통 수호성인 이야기뿐이라는 겁니다. 그건 탁월한 것이 아니라 특이하고 다소 이상한 것이죠. 물론 데미안은 전혀 눈치 못채고 있지만.
겨우 한 살 차이지만 형 안소니는 제법 영악하고 똑똑하게 행동합니다.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안소니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꺼냄으로써 상대방의 말문을 막히게 만듭니다. 세상에 엄마를 잃은 소년에게 함부로 대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나중에는 진짜로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제서야 데미안과 안소니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두 형제의 유별난 행동은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슬픔과 두려움 그리고 아빠가 혹시 자신들을 버리지 않을까라는 약간의 걱정 등등 복잡한 심리 상태를 설명해줍니다. 어린 소년들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면서도 엄마가 돌아가신 슬픔을 꾹꾹 참아내고 있었던 겁니다. 왜 데미안이 그토록 수호성인에게 집착했는지를 알 것 같습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성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미안에게 갑자기 돈뭉치가 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겁니다. 정말로 데미안은 그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 하느님이 주신 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똑똑한 안소니가 그 돈의 정체를 결국에는 알아냈지만 말이죠. 엄마와 살던 정든 집을 떠나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온 것도 재정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인데 아빠가 갚아야 할 대출금, 빚이 얼마나 많은지 아이들에게 말했을 리는 없겠지요. 만약 아이들이 알았더라면 하늘에서 돈이 떨어졌을 때 제일 먼저 아빠에게 말했겠지요. 그랬더라면 학교 친구들에게 돈을 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 친구들의 부모가 찾아와 돈을 요구하는 일도 없었겠지요. 데미안에게는 엄청난 돈이 주어졌지만 그 아이의 삶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달랐습니다. 돈에 눈이 멀었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는 없다는 걸 어린 데미안은 아는데 어른들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참, 이 소설에서 영국이 유로화 전환을 한다는 내용은 허구입니다. 영국은 현재까지도 파운드화를 쓰고 있습니다. 기존화폐가 없어지고 새로운 화폐가 등장한다면 기존화폐는 쓸모없는 종이조각이 됩니다. 돈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서 교훈적인 메시지를 찾는 건 각자의 몫이고, 일단 <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면>은 재미있습니다. 이미 2004년 영화<밀리언즈>로 만들어질 정도로 기대할 만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