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 생각이 많아진 너에게 필요한 영혼의 처방전
샤론 르벨 엮음, 정영목 옮김, 에픽테토스 원작 / 싱긋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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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시간, 새벽 3시.

이 시간에 깨어 있는 사람들은 무엇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있는가.

<새벽 3시>는 에픽테토스의 잠언집이다.

에세이나 소설 제목으로 더 어울릴 것 같지만 막상 책을 펼치면 느끼게 될 것이다.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시간으로 새벽 3시보다 더 알맞은 시간은 없다는 걸.

생각이 너무 많으면 잠이 달아나버린다. 눈꺼풀이 자꾸 감기다가도 자정을 넘기면 서서히 눈빛이 또렷해지는 순간이 온다. 주위는 온통 깜깜한데 작은 스탠드 라이트를 켜고 앉아있으면 나 혼자 우주선을 타고 멀리 떠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철학자가 들려주는 인생의 지혜는 특별하거나 새롭지 않다. 하지만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그 말들은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에픽테토스는 서기 55년 로마 제국에서 노예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여 주인인 에파프로디토스가 그를 유학보내어 유명한 스토아 철학자 가이우스 무소니우스 루푸스의 제자가 되어 결국에는 자유인이 되었다. 에픽테토스의 제자 중에는 로마 제국의 황제가 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가 있다. 아우렐리우스의 유명한 저서 <명상록>은 에픽테토스의 스토아 철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인생 조언들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흡사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철학은 어렵지만 에픽테토스의 말들은 현학적이거나 추상적인 면이 거의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만약 에픽테토스가 현재 내 앞에 나타난다면 지금 겪고 있는 고민에 대해 이렇게 말해줄 것 같다.

"당신의 의지는 늘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사실 그 무엇도 당신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사실 그 무엇도 당신을 제지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 자신의 의지는 늘 당신 뜻대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몸은 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 당신이 몸뿐입니까? 다리를 저는 것이 방해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 당신이 다리뿐입니까?

당신의 의지는 다리보다 큽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당신의 의지는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 점을 잊지 마십시오." (50p)

*에픽테토스는 절름발이였다.

그는 노예로 태어났고 육체적인 장애가 있었지만 그의 정신은 자유로웠기 때문에 위대한 철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를 규정하는 건 결국 자기자신이다.

어쩌면 나는, 자신이 만든 틀에 갇혀서 주변 핑계만 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남 탓은 쉽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는 않는다. 에픽테토스의 말처럼 우리의 의지는 우리 마음을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끔은 생각으로 잠 못드는 밤이 자신을 위한 가장 좋은 치유의 시간이 될 것이다. 물론 <새벽 3시>라는 에픽테토스의 지혜가 함께 한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생각의 늪에 빠져 무모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나에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평정을 주시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를 주시고,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20p)

이것은 우리 삶에서 매순간 적용될 조언이기에 늘 마음에 품고 있는 기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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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와 라라의 컵케이크 - 숲 속의 꼬마 파티시에 루루와 라라 시리즈
안비루 야스코 글.그림, 정문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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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요리수업이 있었습니다. 준비된 반죽에 알록달록 토핑을 하여 완성된 요리는 쿠기였습니다.

직접 만든 쿠키를 예쁘게 포장해 온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조금은 서툰 솜씨지만 스스로 요리를 했다는 것이 굉장히 뿌듯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 신기한 것은 요리수업 이후에 아이들에게 있어서 요리는 단순한 놀이 이상의 특별한 일이 된 것 같습니다.

<루루와 라라의 컵케이크>를 본 순간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귀여운 루루와 라라가 마치 우리 아이들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단풍나무 숲 속에 있는 빵집 옆 조그마한 과자 가게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과자를 좋아하는 건 맛있게 먹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루루와 라라처럼 과자 가게 주인이 된다면 잘 만들어서 손님에게 팔 수 있는 즐거움이 추가될 것 같습니다. 루루와 라라가 만든 쿠키는 아기곰 쿠키, 트럼프 쿠키, 아몬드 쿠키, 스마일 쿠키입니다. 두 사람에게 과자 굽는 법을 가르쳐 준 선생님은 옆 빵집 주인 슈가 아주머니입니다. 가게에 쿠키를 진열하고 손님을 기다리는데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손님은 오질 않습니다. 실망한 루루와 라라에게 슈가 아주머니는 엄청 맛있는 과자를 만들어서 그 과자 냄새를 숲 속에 풍기면 손님들이 몰려들 거라며 격려해주십니다. 슈가 아주머니가 가르쳐준 새로운 과자는 바로 컵케이크입니다. 어떻게 컵케이크를 만들까요? 책 속에 레시피가 나옵니다. 재료부터 만드는 방법까지 그림과 함께 잘 설명되어 있어서 초등학생 어린이라면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컵케이크를 굽는 도구는 오븐 대신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면 됩니다. 슈가 아주머니와 함께 만든 컵케이크를 전자레인지에서 꺼내니 달콤한 컵케이크 냄새가 바람을 타고 숲 속으로 퍼져 나갑니다. 드디어 숲 속 동물친구들도 맛있는 컵케이크 냄새를 맡게 됩니다.

이 책은 숲 속의 꼬마 파티시에 루루와 라라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의 과자 가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면서 책에 나와 있는 레시피로 직접 컵케이크를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맛있는 컵케이크를 만드는 재료가 설탕 2큰 술, 베이킹파우더 2작은 술, 우유 50cc, 밀가루 100g, 계란 1개입니다. 계란을 거품기로 풀 수 있는 친구라면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책이 주는 선물이 있습니다. 이건 순전히 저만의 생각입니다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는 금세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은 겉표지에 그려진 루루와 라라처럼 중간중간에 아기자기 귀여운 그림들이 많습니다. 예쁘게 색칠된 그림도 있지만 색칠 안 된 그림도 있습니다. 요즘 한창 컬러링북으로 색칠하기에 빠져있는 우리 아이를 위해 남겨둔 그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맛있는 컵케이크를 만들듯이 이 책의 그림도 예쁜 색으로 완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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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혁명 - 우리는 누구를 위한 국가에 살고 있는가
존 미클스웨이트 외 지음, 이진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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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혁명>은 정부가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와 탐구의 결과물이다.

두 명의 저자들은 이 책에서 근대 서양 정부가 세 차례 반에 걸쳐 위대한 혁명을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마스 홉스는 시대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으로 여겼던 '정부'를 성경에 나오는 거대한 바다 동물인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17세기 유럽이 중앙집권적 국가를 세운 시기에 일어난 제1의 혁명이다. 제2의 혁명은 18세기 말부터 19세기에 일어난 프랑스와 미국의 혁명들로 자본주의 초기의 국가 형태를 보여준다. 그다음은 20세기 초 공산주의 일탈과 함께 찾아온 제3의 혁명으로 근대 복지국가의 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서양 정부의 특성은 팽창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했지만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복지 혜택에 비상이 걸리고 있다. 어떻게 현재의 거대한 정부가 만들어졌고, 그에 따른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지적하면서 정부가 왜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고 있다. 리바이어던을 통제하는 문제가 전 세계 정치의 중심이 되었고 서양이 파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엄청난 부채와 인구 변동으로 인해 부유한 국가의 정부도 변화를 간구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즉 서양의 팽창 시대가 끝나고 제4의 혁명이 도래했다는 걸 의미한다.

20세기까지는 정부와 개인 사이의 계약을 홉스와 밀을 통해 분석해왔다. 홉스의 이상적 질서와 밀의 이상적 자유를 추구하는 형태였고, 이후에는 평등의 의미와 시민권이 부여하는 권리에 대한 광범위한 개념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정부는 점점 비대하게 변했고, 오히려 자유의 적으로 변질된 것이다.

오바마는 취임사에서 "우리가 오늘날 던지는 질문은 우리 정부가 너무 큰지, 혹은 작은지가 아니라 좋은 성과를 내는지 여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301p)

이 책에서는 시대적으로 뭔가 변화를 위한 움직임은 시작되었지만 제4의 혁명에 대한 확실한 철학을 세우진 못했기 때문에 홉스와 밀, 웹 부부을 통해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제4의 혁명을 통해 낡은 정부의 정체주의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시점에서 개혁에 나서지 않는 국가 정부는 도태와 침체의 늪에 빠질 거라는 경고의 메시지인 것이다.

현재 성공적인 모델로 싱가포르와 스웨덴을 꼽고 있다. 싱가포르를 알기 위해서는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책에서는 '아시아 내 서양의 대안 국가'의 창시자로 설명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현재 복지국가를 세우고 있는 모든 신흥 아시아 강대국의 모델로 인정받는 것은 뚜렷한 성과에 있다고 본다. 리콴유가 만들어낸 싱가포르가 좋은 정부로 인정받는다고 해서 모든 나라에 적용가능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이것은 저자들이 제시한 새로운 정부 개혁의 한 사례로 봐야할 것이다.

스웨덴은 정부 규모를 줄이며 정부 개편을 착수하여 놀라운 성과를 거둔 나라이다. 북유럽 국가들 중에서 경쟁력과 복지뿐 아니라 사회통합지수에서도 상위권이며 여성 경제 활동 참여율과 사회이동(사회계층에서 지위의 상하 이동) 비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복지국가는 정부 기능의 확대보다는 개인에 대한 지원에서 시작된다. 현재 경제자유지수 면에서도 미국을 앞서고 있는데, 그것은 더 좋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한 결과이다. 저자는 북유럽 국가들을 미래에 도달한 서양의 일부로 보고 있다.

저자들은 날씬하고 효율적인 리바이어던을 만들기 위한 처방으로 정부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의 크기는 더 줄어들고, 개인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중심주의가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여 민영화시키고, 부자들을 위한 보조금을 줄이면서 복지 혜택을 조절하는 개혁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 미국 정부에 대한 저자의 제안이며 실제 실행된 것은 아직 없다. 다만 미국이 현재 처한 정치적 혼란, 경제적 문제들이 결국은 정부 개혁이 필연적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제4의 혁명은 도래하였고,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제4의 혁명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우리가 원하는 국가 정부는 무엇인지를 국민 스스로 자각하고 요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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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릇 -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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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흔히 그릇에 비유한다.

이 때 그릇은 그 사람의 마음 혹은 인격을 나타날 때가 많다.

그렇다면 부자의 그릇은 무엇일까? 바로 돈을 다루는 능력을 말한다.

이 책은 일본의 경제금융교육 전문가 이즈미 마사토가 들려주는 한 편의 이야기를 통해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을 알려준다.

백화점 앞 분수광장에서 어슬렁거리는 중년의 한 남자가 있다. 그의 현재 직업은 백수. 가진 돈이라고는 주머니에 동전 몇 개가 전부다. 11월의 저녁이 그에게는 더 춥게만 느껴진다. 문득 따뜻한 밀크티가 너무나 마시고 싶다. 하지만 딱 100원이 부족하다. 망설이고 있는 그에게 웬 노인이 나타나 100원을 건네며 빌려준다.

만약 그가 빈털터리 신세가 아니었다면 낯선 노인이 건네는 100원을 받았을까? 겨우 100원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

<부자의 그릇>은 벤치에 앉아 몇 시간 대화를 나누는 정도의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만큼 얇은 책이다. 책을 다 읽고나니 정말 노인과 대화를 나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인공이 겪은 성공과 실패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은행에서 일하던 그는, 남들 보기에는 안정된 직장이지만 늘 미래가 불안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동창의 제안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점점 자신이 경영 책임을 지면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3억의 빚을 지고 거리를 배회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자영업 창업 열풍이 꺾였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국세청 통계를 보니 매년 80만명 정도가 폐업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더 많다는 걸 보여준다. 답답한 현실이다. 만약 주인공처럼 안타까운 상황에서 노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를 뉴스에서 보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노인의 말 한마디한마디가 전부 가슴에 콕 박히는 것 같다.

"지금 자네는 1,000원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네."

"인간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돈을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는 거지." (38p)

"돈은 그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야." (51p)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실패가 아니라 돈이라네." (77p)

"돈은 그만한 그릇을 지닌 사람에게만 모인다." (188p)

"자네는 특별히 멍청하지 않아. 돈에 지나치게 휘둘렸을 뿐이야. 그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함정과도 같지. 어느 정도의 돈에 만족하는 건 어려운 일이거든. 돈은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어지는 법이야." (196p)

"'돈은 반드시 다른 사람이 가져온다'고 했어. 돈은 세상을 순환하는 흐름과도 같아. 흘러가는 물을 일시적으로는 소유할 수 있어도 그걸 언제까지나 소유하지는 못하는 법이지. 그래서 부자라는 인종은 돈을 반드시 누군가에게 맡기거나 빌려주거나 투자하려고 들어. 그때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관건이야." (199p)

짧은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얻은 것이 많다. 진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생각부터 바꾸어야 될 것 같다. 나자신을 좋은 그릇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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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 - 신경림 - 다니카와 슌타로 대시집(對詩集)
신경림.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 예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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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의 언어는 별과 같습니다.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알아차렸습니다.

아, 이 책은 시를 이야기하는구나라고.

그리고 시집을 펼쳐 본 게 언제였는지 더듬어봅니다.

깜깜한 밤 창문을 열어야 볼 수 있는 별, 아무리 수많은 별들이 반짝여도 그 창문을 열지 않으면 볼 수 없습니다. 요즘 우리의 마음은 굳게 닫힌 창문 같습니다. 별을 노래하던 마음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윤동주 시인은 차가운 감옥 안에서도 별을 노래하였는데 우리는 마음껏 별을 볼 수 있는데도 스스로 감옥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시인이 주인공입니다.

1935년 충북 충주 태생의 신경림 시인과 1931년 도쿄 태생의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국민시인입니다.

두 시인은 2014년 1월부터 6월까지 시로 대화를 나눕니다. 형식을 정해놓은 것은 아닌데 5행의 시로 시작되어 5행의 시로 마무리됩니다. 각각 우리말과 일본어가 위아래로 쓰여진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립니다. 만약 시가 아니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평화로운 공존입니다.

"......어떤 이 세상 말도

바다는 잠잠히 지워 버린다"*

그러나 말의 씨앗은 포레의 레퀘엠 속에 숨어 있다

그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따스한 오월의 햇살을 받으며 싹트는 날을 기다린다

다니카와

*홍윤숙 「바다를 위한 메모」에서 인용

서울 하늘에 별 몇 개 반짝 빛나는 걸 보았는데

아침에 깨어 보니 아파트 담장에

몇 송이 새빨간 장미가 매달려 웃고 있다

태초에 지상에 말이 있고

별과 꽃의 눈부신 춤이 있었으니

신경림

그리고 두 시인의 대표시가 몇 편 실려 있습니다. 그 시들을 통해서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은 <자기소개>라는 시에서 구체적으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저는 키 작은 대머리 노인입니다

벌써 반세기 이상

명사 동사 조사 형용사 물음표 등

말들에 시달리면서 살았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사진으로 보니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의 모습이 시를 통해 그대로 겹쳐집니다. 소탈하고 솔직해보입니다. 웃는 모습이 마음 넉넉한 할아버지 같습니다.

신경림 시인은 <갈대>라는 시를 통해 시인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이 시를 읽는 사람은 알게 될 것입니다. 산다는 건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는 갈대의 마음이란 것을.

아무래도 우리의 언어로 쓰여진 시가 마음에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2012년 6월 30일 도쿄에서 사회자 요시카와 나기가 진행하는 대담을 했고, 2013년 9월 29일 파주에서는 사회자 박숙경의 진행으로 대담을 가졌습니다.

두 시인은 두 번의 만남을 가진 후에 대 시 (對 詩)를 나눈 것입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말로 나누는 대화와 시로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한국과 일본이라는 이질감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시인의 마음은 서로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얼굴은 다른데 웃는 표정이 닮은 것처럼 두 시인의 대시와 대담을 보면서 서로 닮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마지막으로 두 시인은 각자의 유년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반짝이는 별과 같은 시절의 이야기.

이 만남에서 무엇이 생겨날까요?

두 시인이 나란히 서서 어깨동무를 한 사진이 있습니다. 골목길을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도 보입니다.

시의 언어가 주는 신비로움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반짝이는 별을 본 것 같습니다. 그 별들이 내 몸에 들어와 나의 마음까지 반짝반짝 빛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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