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티스트 블랙북 - 여행스토리가 있는 아티스트 컬러링북
손무진 지음 / 글로세움 / 2015년 4월
평점 :
지금까지의 컬러링북과는 다르다.
<아티스트 블랙북>은 젊은 화가 손무진의 여행 스케치를 담고 있다.
'여행 스케치'라는 단어는 묘한 설렘과 동경을 느끼게 한다. 사람들은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지만 화가는 그림을 그린다. 여행을 하면서 찰나의 장면들, 인상적인 대상을 그리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으려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여행도 멋지지만 여행 스케치는 더욱 멋진 일인 것 같다.
작가는 말한다.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찾아감'이라고. 그에게 있어서 여행은 일상에 대한 휴식이 아닌 '알고 싶다'에 대한 갈망이라고.
사람마다 깨달음의 과정은 다른 것 같다. 여행의 주체를 장소가 아닌 자신에게 둔다면 그 여행은 어디를 가든 찾아가는, 알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왜 좀더 어릴 때 더 많은 곳을 여행하지 못했느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그때는 여행을 떠나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이 책을 보면서 어떤 사람의 여행기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난 느낌이다. 아프리카, 호주, 영국, 일본, 캐나다 등 그가 간 곳이 어딘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연필로 스케치된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림의 대상보다 그림을 그린 사람의 시각을 발견하게 된다. 복잡한 도로의 풍경, 사람들, 도시의 모습, 산과 나무 그리고 강......
여백이 더 많은 그림들, 색채를 덧입히지 않은 그림들을 보면서 오히려 더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지는 것 같다.
블랙북이란 '작가의 작업초안 에스키스 및 스케치'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손무진이라는 화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자신만의 드로잉이 담긴 미완성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 미완성 작품에 색을 덧입혀서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컬러링북은 색연필을 꺼내들고 바로 색을 채워갔다면 어쩐지 이 책은 쉽게 색을 칠할 수 없다. 컬러링북이라기보다는 진정한 여행 스케치북 같다. 여행 스케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정말 이 그림은 손무진이라는 사람의 스토리가 담겨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글이든 그림이든 자신을 담아낸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인 것 같다. <아티스트 블랙북>이 화가 손무진의 삶을 보여주듯이, 내게도 오늘 이순간만큼은 나답게 나를 보여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컬러링북은 색을 칠하는 과정을 통해 힐링한다면 <아티스트 블랙북>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이것이 예술의 힘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