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별거냐 - 힘들고 지쳐도 웃어요
한창기 글.그림, 김동열 기획 / 강이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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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별거냐>는 우리의 이웃집 이야기입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아내가 하는 낚시터 매점일을 돕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그날의 일상을 그린 만화를 낙시터 매점 벽에 붙여놓았습니다. 결혼하면서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일기를 쓰듯이 자신의 일상을 만화로 그렸습니다. 그 만화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낚시터를 찾은 사람들의 입소문 덕분에 인천광역시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신문사에서 취재도 오고,  SBS TV <세상에 이런 일이>와 OBS <이것이 인생>에 소개되었습니다. 방송 이후 그와 그의 그림을 보기 위해 오는 손님이 많아졌습니다. 결국 인기 덕분에 책으로도 출간되었으니 축하할 일입니다.

<행복이 별거냐>의 주인공은 한창기님입니다.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살아가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의 일상을 만화로 그렸습니다. 전문적인 만화작가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그 실력을 인정받았으니 만화작가라고 부른들 전혀 손색이 없을듯 합니다. 제목처럼 그가 사는 방식은 '행복이 별거냐, 인생 뭐 있냐? 그냥 쌈박하게 한 번 살다 가는 거지.'라고 식입니다. 사시사철 팬티바람으로 등장하는 만화 속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사는 게 그런거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이 별거냐>에 공감할 수 있는 건 그와 비슷한 세월을 지내본 사람으로서의 공감입니다. 누구나 현재까지 살아온 자신만의 소소한 일상이 있을 겁니다. 어른으로 살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잠시 잊은 채 정신없이 지낸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한창기님은 일기를 쓰듯 자신의 하루하루를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어제는 뭘 했지? 저번 주에는 무슨 일이 있었지?' 지나간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 

'앞으로 어떻게 하지?' 내일을 걱정하며 사는 나. 

어제와 내일 사이에서 오늘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만화는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장르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행복이 별거냐>도 편안한 일상이 그려진 만화라서 금세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나면 여운이 남습니다. 마치 제게 삶의 화두를 던진 것 같습니다. 사는 게 무엇일까, 진짜 중요한 건 뭘까, 행복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제게는 그의 삶처럼 여유로운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세월을 지내왔지만 영 나이먹은 값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마음먹은대로 안 될 때, 그냥 가만히 놔둬봅니다. 산다는 건 정말이지 정답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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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카드보드 앱 15선 - 와우! EVA 카드보드 포함
제이앤씨 커뮤니티 편집부 엮음 / 제이앤씨커뮤니티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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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카드보드가 뭘까?

그건 바로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3D 가상현실을 위한 도구를 뜻한다. 정말 "우와~"라는 소리가 날 정도로 신기하다.

이 책은 일반책과는 구성이 다르다. 구글 카드보드를 위한 앱 15선 안내책자와 EVA 카드보드사용을 위한 설명서, 그리고 EVA 카드보드 1set가 포함되어 있다. 종이상자 안에는 EVA 카드보드를 만들 수 있는 재료와 조립설명서가 들어 있다. 어릴 적에 문방구에서 팔던 프라모델 조립 이후 오랜만에 뭔가를 조립해보는 것 같다. 누구나 쉽게 조립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다만 카드보드 본체부분을 만들 때 스티커부분을 잘 부착해야 한다. 한 번 잘못 붙이면 수정이 어렵다. 완성된 카드보드를 봤을 때는 그냥 애들 장난감 같다.

2014년 6월 구글의 개발자 컨퍼런스인 Google I/O에서 구글 부사장이 네모난 종이박스를 가지고 나와 "이것은 '카드보드'(Cardboard)라는 HMD 가상현실기기 이며, 올해 참석자들에게 이것을 나누어 줄 것이다" 라고 발표했다고 한다. 그때 처음 카드보드를 받은 참석자들은 종이박스를 보며 웃었지만 직접 체험하고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바로 이 책의 구성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패키지인 것이다.

지금이야 극장에서 3D, 4D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에 3D 가상현실 자체가 그리 놀랍지는 않지만 스마트폰과의 결합은 굉장히 신기하고 놀라운 것 같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카드보드 공식 지원 스마트폰이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구글 : 넥서스4, 넥서스5 / 삼성 : 갤럭시S4, S5,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 노트 2,3,4 / LG:G2, G3 / 모토롤라 모토 X

직접 조립해보면 알겠지만 측면에 자기센서가 있어서 화면이 자동터치가 되어 편리하다. 다만 갤럭시 S3, 소니스마트폰, 일부 폰의 경우는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EVA 카드보드를 완성한 후에는 스마트폰 앱스토어에서 구글 카드보드 공식 앱을 설치하면 된다.

전부 용량이 크기 때문에 원하는 앱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EVA 카드보드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장착하고 망원경을 보듯이 들여다 보면 된다.

스마트폰 화면에 구글 카드보드 어플리케이션 홈화면 이미지가 뜬다. 이때 카드보드를 좌우로 움직이면 화면이 반응하고,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TV를 시청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색하다. 카드보드를 들고 혼자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남들이 보면 다소 이상해보이겠지만 내 눈 앞에는 놀라운 화면들이 펼쳐진다. 롤로코스터 앱은 화면이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지만 예상할 수 있는 장면들이라 좀 시시했던 것 같다. 아시아 투어는 대한민국의 여행지를 항공촬영 기법으로 보여준다. 세계여행을 주제로 한 앱이 나오면 인기있을 것 같다. 공룡이나 바다, 섬을 탐험하는 내용이나 슈팅게임도 재미있는 것 같다. 하지만 좀비가 등장하는 건 무섭고 기분 나쁠 것 같아서 제외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앱은 우주 여행을 할 수 있는 앱들이다. 온갖 SF영화를 떠오르게 한다. 매트릭스, 토탈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인셉션, 스타트랙, 인터스텔라 등등. 마치 우주선을 타고 은하계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기기의 특성상 5분 이상 시청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이 있는데 3D 가상현실의 특성상 오래 보면 어지럽고 울렁거릴 수 있다.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충분히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원래 처음 제작했던 종이박스로 된 카드보드보다는 내구성이 있는 고탄력 EVA폼을 사용한 것은 좋은데 냄새가 다소 자극적인 것 같다. 재미있다고 너무 오래 봐서 어지러운 건지 EVA 냄새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냄새에 예민한 사람에게는 차라리 종이 재질의 카드보드가 낫지 않을까라는 개인적 소견이다. 구글에서 카드보드를 만들 수 있는 골판지 도면을 공개했다고 하니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재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어찌보면 <와우! EVA 카드보드>는 앞으로 다가올 가상현실 세계의 맛보기 단계인지도 모르겠다. 교육,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현실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발전할 거라는 기대가 된다.

직접 체험해봐야 알 수 있는 이 기분, 긴 말이 필요없다. 구글 카드보드를 경험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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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들려줄게 우리 아이 인성교육 7
웬디 앤더슨 홀퍼린 글.그림, 최성현 옮김 / 불광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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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된 이후,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합니다.

<평화를 들려줄게>는 세계 위인들이 들려주는 평화에 관한 명언이 예쁜 그림 속에 담겨진, 어린이를 위한 책입니다.

책 표지그림이 상징적입니다. 둥근 지구 위에 아주 커다란 나무가 보입니다. 지구촌 곳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나무들도 보입니다. 튼튼한 뿌리를 가진 무성한 나무처럼 우리는 평화를 꿈꿉니다.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곳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곳입니다.

책을 펼치면 처음으로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세상이 평화로우려면...."라는 말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조각조각 나눠진 그림 속에는 다양한 장소에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림만으로도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평화'가 무엇인지, 어떻게 평화로워질 수 있는지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평화를 위한 단순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세상이 평화로우려면,나라가 평화로워야 해. 나라가 평화로우려면, 마을과 도시가 평화로워야 해. 마을과 도시가 평화로우려면, 이웃 사이가 평화로워야 해. 이웃과 이웃이 평화로우려면, 학교가 평화로워야 해. 학교가 평화로우려면, 집이 평화로워야 해. 우리 마음이 평화로워야 해.

우리 마음이 평화로워지면 집에도 평화가 찾아올 거야. 학교가 평화로워지면 집에도 평화가 찾아올 거야. 이웃과 이웃이 평화로워지면 학교에도 평화가 찾아올 거야. 마을과 도시가 평화로워지면 이웃 사이에도 평화가 찾아올 거야. 나라가 평화로워지면 마을과 도시에도 평화가 찾아올 거야. 나라와 나라가 평화로워질 거야. 그리고 온 세상이 평화로워질 거야. "

그리고 그림과 그림 사이에 작은 글씨로 위인들의 명언이 적혀 있습니다. 평화를 이야기할 때는 많은 말들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각으로 나누어졌던 그림들이 마지막에는 나란히 손을 잡은 사람들과 동물, 식물들이 어우러져 아름답게 그려져 있습니다. 온 세상이 평화로운 그림입니다.

평화라는 건 이 순간을 함께 누리는 것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건 특별한 사람, 위대한 사람들만의 역할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세계 평화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먼저 자신의 마음부터 평화롭게, 가정에서, 직장에서, 여러 사회에서, 차근차근 평화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과 함께 부록으로 <평화 명언 30>이 따로 적힌 작은 책자가 있습니다. 매일 하나씩 가슴에 새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면 평화를 위한 작은 실천법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틱낫한 스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우리가 날마다 생활 속에서 웃을 수 있다면,

우리가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부터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도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이것이 평화로 가는 밑바탕이랍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를 남겨주고 싶습니다. 세상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그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웁니다. 참 기쁘고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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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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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예술가와 진짜 예술가의 차이는 뭘까?

이 책 서문에 로라 립먼이 쓴 글에서 비비안 마이어는 아웃사이더 예술가가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계획하고 신중하게 대했던 진짜 예술가였다고 말한다.

남들이 규정하는 뭔가가 된다는 건 세상의 관심과 인정을 받는다는 걸 뜻한다. 하지만 비비안 마이어는 다르다. 그녀는 자신이 원했기 때문에 평생 사진을 찍었을뿐,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살았던 당시의 사회분위기가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문적인 사진작가의 길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만약 그녀가 원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사진작가로서의 직업을 찾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녀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시간적으로 자유로운 보모, 가정부, 간병인 등의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추측하건대 사진을 찍는 행위 혹은 사진에 대한 구속을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진 찍는 일이 직업이 되면 타인에게 그 권한을 넘기는 것이 되니까. 단순하게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을 마음껏 찍기를 원했던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었는지, 점점 늘어나는 사진박스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나중에는 필름을 보관하기 위해 창고를 빌렸다. 안타까운 건 비비안 마이어의 말년이 거의 노숙자와 다름없었다는 것이다. 창고 임대료를 내지 못해 보관했던 필름과 사진들이 경매에 넘어갔고, 이후 존 말루프의 소유가 된다.

현재 그녀의 사진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존 말루프가 사진의 가치를 발견하여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기 때문이다.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나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2009년 4월 21일 세상을 떠난 비비안 마이어.

'나는 카메라다.'

1959년 마이어가 찍은, 뉴욕 어퍼 웨스트사이드에 있는 옛날 상영관 탈리아의 차양에 쓰여 있는 글귀다. (28p)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녀가 남긴 15만 장이 넘는 사진들은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본 세상이 담겨져 있다. 항상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면서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었던 그녀는 떠나고 사진만 남아 있다. 뭔가 아련하고 애잔한 기분이 든다. 이 책은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중에서 235점이 선별되어 실려 있는 사진집이다. 그녀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퍼즐 조각처럼 흩어진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의 삶을 모티브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가 4월 개봉예정이라고 한다.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에 신비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 창고에 보관된 채 사라질 뻔한 사진들이 세상의 빛을 보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 같다.

그녀의 사진은 생생한 일상이 느껴진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비비안 마이어 자신의 모습 속에서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시간이 잠시 멈춘 것 같다. 바로 그 시간, 그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비비안 마이어가 왜 그토록 평생 카메라를 놓지 못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들은 사진이 주는 감동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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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남자
칼요한 발그렌 지음, 최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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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남자.

기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아마도 그 때문에 이 책이 끌렸던 것 같다.

'인어'라는 단어는 동화 '인어공주'를 떠올리게 한다.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의 동화.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는 늘 해피엔딩인데, 인어공주의 결말은 비극적이다. 애초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 때문에 더 슬프다.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는 어린이가 있을까. 그러나 결국 살다보면 누구나 인어공주와 같은 비극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인어 남자>는 스웨덴 작가 칼요한 발그렌의 소설이다. 신비로운 인어 남자의 등장을 기대하며 책을 펼쳤는데 예상치 못한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충격적이다.

열여섯 살 소녀 넬라의 독백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이제는 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딘가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내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제자리를 빙빙 도는 것 같다. 때로는 그조차도 아니고, 그냥 한곳에 가만히 멈춰 있기만 할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궁금하다. 하나의 이야기가 계속 반복될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7p)

교도소에 수감 중인 아빠와 알콜중독인 엄마, 학교에서 심한 왕따를 당하는 남동생 로베르트가 넬라의 가족들이다. 넬라와 동급생인 예라르드는 졸개들을 거느린 두목처럼 구는 남자애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지는 느낌이 든 건 전부 예라르드 때문이다. 예라르드는 단순히 문제학생, 불량아로 보기에는 사이코패스 경향이 다분하다. 어떻게 잔인한 짓을 저지르면서도 시종일관 차분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예라르드를 쫓아다니는 페데르와 올가는 충실한 졸개노릇을 하는 애들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모두 똑같이 나쁜 녀석들이다. 화가 나는 건 예라르드가 로베르트와 넬라를 끊임없이 괴롭히는데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학교 아이들은 예라르드의 나쁜 짓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 오히려 가난하고 연약한 넬라와 로베르트를 전염병환자처럼 피하기만 한다. 학교 선생님은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하지만 넬라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았으니까.

소설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불쑥 분노가 치밀어올라 가슴을 대신 쿵쿵 칠 수밖에 없었다. 넬라가 로베르트에게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는 건 비참한 현실을 견디는 하나의 방법이다. 넬라의 진짜 이름은 페트로넬라인데, 별명을 넬라로 정한 건 쐐기풀을 넬라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자기 피부가 쐐기풀처럼 다른 이들을 찌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피하는 거라고 믿고 있다. 넬라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같은 반 친구 토뮈와 넬라가 교수라고 부르는 사람, 그리고 두 살 어린 로베르트뿐이다. 아니, 실제로 친한 사람은 동생뿐인지도 모른다. 넬라는 로베르토에게 늘 누군가 자신들을 구하러 올거라고 이야기해주었지만 그걸 진짜로 믿는지는 알 수 없다. 그 믿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달라져야 할 것이다. 나를 포함해서.

1983년 스웨덴의 팔켄베리 외곽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 스콕스토르프.

과연 이 곳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말할 수 없다. 그건 이 책을 펼치는 사람의 특권이니까.

대신 넬라의 질문에 답해주고 싶다. 만약 하나의 이야기가 계속 반복된다면 내가 먼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남들이 만든 이야기에 끌려가는 일은 더이상 없을 것이다. 우리는 충분히 오늘을 자기 뜻대로 살 자격이 있다. 부디 넬라와 로베르트에게도 희망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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