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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의 지혜 - 삶의 갈림길에서 읽는 신심명 강의
김기태 지음 / 판미동 / 2015년 6월
평점 :
지금 마음이 어떤가요?
편안하고 즐겁다면 그대로 누리세요.
만약 뭔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 이 책을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무분별의 지혜>는 승찬 스님의 『신심명』을 쉽게 풀어 설명한 책입니다.
『신심명』은 중국 남북조 시대와 수나라에 걸쳐 살았던 승찬 스님이 남긴 책으로 146구 584자로 이루어진 사언절구의 짧은 시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신심명』의 내용 중 73수가 실려 있습니다. 저자는 20년째 동양 철학을 강의하는 분이라고 합니다. 그때문인지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를 듣는 듯 편안했습니다.
제게는 산 속을 헤매다가 우연히 발견한 샘물과도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퐁퐁 솟는 샘물 앞에 두 손을 모아 시원한 샘물을 떠서 한 모금 마신 기분입니다.
그동안 쌓여 있던 갈증, 목마름이 단숨에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문득 깨달음의 경지란 불변하는 고정된 상(狀)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진정한 나'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명상이나 불교서적에 관심을 가진 것도 다 그러한 이유였을 겁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 제 자신에게 실망했던 적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고등학교 윤리 교사 자리를 때려치고 지리산 깊은 산속 토굴로 들어가 수행하면서 깨달은 것이 그냥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그것이 진리였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그 단순한 사실을 깨닫기까지 34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뭔가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을 거라고 기대했던 주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실망스럽고 허탈한 대답이었을 겁니다.
진리를 찾아서, 마음의 참된 평화를 찾아서, 행복을 찾아서~
우리는 늘 뭔가를 찾고 얻어내려고 애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토록 갈구하고 노력하는데도 채워지지 않는다면 굳이 꼭 채워야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깨달음은 한 모금의 샘물과 같다는 것.
제 앞에 아무리 시원한 샘물이 퐁퐁 솟아도 제게 필요한 건 갈증을 해소할 한 모금뿐입니다.
인생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당장 몇 시간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무분별이란 어떤 것이 좋다 하여 집착하지 않고 어떤 것이 싫다 하여 버리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매순간 끊임없이 분별하며 가려내고 선택하느라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무분별의 지혜'를 얻기를 바랍니다. 제가 얻은 지혜는 한 모금뿐입니다. 자신의 그릇만큼 담으면 됩니다.
막힌 가슴이 펑 뚫리는 시원함을 잊지 않겠습니다. 김기태님의 강의, 감사합니다.
"진리는 분별과 헤아림의 끝 혹은 노력의 끝에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 토대요 바탕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다만 놓아 버리기만 하면 진리는 저절로 드러난다. 우리는 이미 그 토대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27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