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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5 최재천 - 최재천 편 -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잡지를 만나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섯 번째 인물은 최재천 님이다. 워낙 여러 곳에 몸을 담고 계셔서 호칭이 많은 분이지만 본인이 가장 원하는 호칭은 사회생물학자란다.
아마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건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국내에 소개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최재천 님의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통섭이란 말을 못 들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이제는 통섭이라는 말이 이 시대의 학문을 새롭게 표현하는 용어로 자리잡은 것 같다.
흔히 어떤 인물에 대해 쓴 책을 보면 단편적인 시각인 경우가 많다. 제3자의 시선 혹은 본인의 시선.
그런데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굉장히 입체적이다.
우선 인물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 그리고 일반 시민들에게 묻는다. 인물의 업적 혹은 활동상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인물의 주변인을 인터뷰한다.
타인이 바라본 모습과 본인이 바라본 모습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다각적인 접근이다.
특히 마음에 드는 건 그래픽 아트로 표현한 부분이다. 단순히 평면의 사진과 글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시회에 걸린 작품을 보는 느낌이 들어 무척 인상적이다.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의 첫 번째 책은 검은색, 두 번째 책은 회색, 세 번째 책은 흰색, 네 번째 책은 빨간색 그리고 다섯 번째 책은 초록색이다.
초록색의 책 표지만으로 생물학자, 생태학자, 동물행동학자, 사회생물학자,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 님을 잘 표현해낸 것 같다.
책장에 꽂혀있는 다섯 권의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을 보니 한 인물을 하나의 색으로 매치시킨 센스가 놀랍다. 한 권의 책으로 한 사람을 전부 알 수는 없지만 불필요한 수식어를 떼어내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을 다 본 후, 책 표지를 다시 보면 단순명료한 색과 인물 사진이 합쳐져서 하나의 색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색은 우열을 가리거나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빨간색은 그냥 빨간색이고, 초록색은 그냥 초록색이다.
최재천 님의 인생 이야기 중에서 기억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알면 사랑한다' 와 '아름다운 방황'이다.
시인을 꿈꾸던 소년이 성적 때문에 우연히 선택한 동물학과가 나중에는 필연적으로 동물행동학 연구의 길로 가는 시발점이 된다. 일반인에게 자연 과학 분야는 남의 일, 딴 세상 이야기인데 최재천 님은 자신이 자연 과학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것처럼 일반인도 과학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비단 과학 분야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아버지의 반대로 미대를 포기하고 의예과를 지원했던 일이나 1지망 의예과에서 낙방하는 바람에 2지망 동물학과에 입학한 일, 그 후 대학 생활을 하면서 어떤 길로 가야할 지 몰라 방황하다가 유학을 가게 된 일들이 얼핏 보면 우연의 연속처럼 보인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라서 겪어야 했던 방황들이다. 중요한 건 스스로 길을 찾기 위해 악착같이 매달렸다는 사실이다.
세상을 알아야 사랑할 수 있고, 방황해봐야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진화생물학이 무엇인지, 다윈의 <종의 기원>이 무엇인지 다 알 수는 없다. 다만 지구라는 행성에서 동물 행동의 진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멸종되고 있는 동식물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통섭은 몰라도 공생이 무엇인지만 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지구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