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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꾸물꿈 - 전국 중고생들의 학급 문집 글 모음
신경림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5년 7월
평점 :
학급 문집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꾸물꾸물 꿈>은 2014년 '우리 반 학급 문집 만들기' 캠페인을 통해 모인 472권의 학급 문집 중 89편의 글을 엮은 책이다.
책 제목은 강원 평창고 김민철군의 '애벌레'라는 시에서 따온 듯하다.
"애벌레 - 꿈을 꿈을 꿈을 향해 기어간다."
꾸물꾸물 느리다고 다그치는 어른들에게 우리는 꾸물거리는 것이 아니라 꿈을 향해 가고 있다고, 목청 높여 소리치는 것 같다.
그랬구나. 그것도 모르고 자꾸만 재촉했었구나.......
이 책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다양한 형식으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거나 재미난 이야기 혹은 소설같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넌지시 보여주기도 한다. 여러가지 내용을 주제로 쓴 시들도 있다. 형식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중요한 건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보였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점점 커가는 아이들과의 소통이 어렵게 느껴진다. 공감하고 이해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어쩌면 공감하려는 마음이 부족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이니까, 부모니까 당연히 내 말만 들으라고 강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부모의 모습이 너무나 싫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그런 모습의 나를 발견하게 된다.부모도 가끔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때를 떠올려 본다면 지금 어떤 부모의 모습으로 살아야 할지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속의 글들을 보면서 새삼 깨닫게 된다. 청소년 시기는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방황하는 시기라는 것을. 어떨 때는 철부지 같다가도 어떨 때는 어른스러운 건 조금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아이들이 어른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외면했는지도 모른다고.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어설프고 부족해보여도 자신들을 믿고 지켜봐달라는 것이 아닐까. 간섭이나 강요가 아니라 응원하고 지지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어른들은 그저 아이들이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지켜봐주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할 것 같다. 학급 문집이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은 학교에서 실시되면 좋을 것 같다. 친구들끼리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좋고, 선생님과 학생 간에도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을 열면 우리가 보인다. 학교 폭력이니, 왕따 현상이니 하는 것들도 소통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판자집에 사는 것이 부끄러워서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했던 아이가 용기를 내어 고백했더니 오히려 그동안 마음고생했겠다며 안아주는 친구들의 이야기처럼 서로가 진심으로 소통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는 또래 친구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고, 부모들에게는 십대 자녀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꾸물꾸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 땅의 수많은 애벌레들을 응원한다. 너희들은 곧 아름다운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를 거란다. 그때까지 힘을 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