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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6 고은 - 고은 편 - 우주의 사투리,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잡지에 대한 편견을 없애준 책입니다.
흔히 잡지라고 하면 대중적인 잡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흥미위주의 소식이나 식상한 정보들이 간간히 들어있고 대부분 광고로 채워진 책.
물론 전문 분야의 잡지도 있겠지만 제 경우에는 잡지의 특성상 한 번 보고나면 더이상 들춰보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뭔가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한 인물을 한 권의 책으로 보여준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조차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자면 몇 권의 책으로도 모자랄 거라고 말합니다. 하물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을 한 권의 책으로 소개한다는 건 어렵지만 의미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한 권의 책 속에 잡다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이 잡지라면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각양각색의 인물들 중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매 호가 출간될 때마다 한 조각씩 맞추어지는 퍼즐 같습니다. 각 호의 책들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각각의 인물에 대한 세속적인 평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게는 미지의 인물을 알아가는 즐거움과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배우는 기쁨이 있습니다.
한 가지 더, 감히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함부로 규정하지 말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번 호의 주인공은 시인 고은입니다. 대중매체를 통해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한국의 대표 시인이라는 것이 하나의 꼬리표가 된 듯 합니다. 대중의 관심은 고은 시인의 시 자체보다는 노벨문학상 수상 여부에 더 쏠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 시대는 시인을 아니, 시를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무관심 속에 방치된 시. 어느 순간 시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어딘가에 갇혀있는 듯 느껴집니다. 시를 가둔 것이 세상인지, 아니면 시 스스로 숨어버린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제 삶에서도 시는 낯선 언어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가끔 시가 그리울 때가 있지만 막상 시를 읽으면 예전같은 감성이 아닙니다.
평생 시를 써 온 사람의 삶은 어떠할까요. 희한하게도 이 책 속에서는 시가 아닌 고은 이라는 인물 자체만 바라보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매일 어떤 말을 쏟아내듯이 시는 그 말들이 종이에 쓰여진 것일뿐. 누군가의 시를 어떤 색으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질곡의 역사를 지나왔습니다. 벗어날 수 없는 비극과 통탄의 세월들이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 가슴 속에 새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때문에 그런 삶을 살았느냐고 감히 누가 물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누구나 태어났기 때문에 살고 있고, 살아 있기 때문에 이 순간을 살아갑니다.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표출하느냐는 각자의 몫일 겁니다.
"나는 어제보다 더 어리고 어제보다 더 독야청청하다.
나는 살아 있다. 그러므로 시를 쓴다. 내 유골도 시를 쓸 것이다." - 고 은 高 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6호는 책 표지가 파랗습니다. 육체는 비록 여든을 넘었지만 그의 정신만큼은 늘 독야청청하기를 바랍니다. 고은 시인에게 감히 시인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내고 소년을 붙이고 싶습니다. 제게는 시를 쓰는 소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 시대에 시를 쓴다는 건 간절한 희망의 끈을 붙잡는 것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