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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생텍쥐페리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어린왕자>가 함께 떠오릅니다.
<어린왕자>는 근래에 프랑스 애니메이션 영화로 개봉될만큼 여전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입니다.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정여울 작가와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아포리즘이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격언, 경구, 잠언 등을 뜻합니다.
생텍쥐페리의 작품은 1943년 <어린왕자> 이외에도 1929년 첫 장편소설 <남방 우편기>, 1931년 <야간 비행>, 1939년 <인간의 대지>, 1942년 <전투 조종사>, 1944년 미완성 유작 <성채>가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어린왕자>뿐 아니라 생텍쥐페리의 모든 것을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싶다고, 그래서 다른 작품들도 더 널리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생텍쥐페리의 작품 속 아름다운 문장과 함께 대화하듯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평생 비행 조종사로 하늘을 날다가 결국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정찰비행 중 실종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별을 찾아 떠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인이 별을 노래하듯이 그는 별을 이야기했습니다. 어둠을 밝히는 수많은 별들 중에서 그의 이름을 떠올리게 됩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연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썼습니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마음으로 써내려간 편지가 우편배달부를 통해서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참으로 길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오랜 기다림이 있기에 편지가 지닌 의미는 더욱 특별하고 소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한때는 편지를 자주 쓴 적이 있습니다. 가까운 친구와 가족들에게 내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편지를 썼습니다. 답장을 받으면 기쁘고, 설사 받지 못해도 쓰는 동안 즐거웠기때문에 편지가 주는 행복은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다니면서 더이상 편지 쓸 일이 없어졌습니다. 실시간으로 전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가 있고, 영상 전화가 있으니 기다릴 필요도 없고 궁금할 일도 없어졌습니다. 너무나 빠르게 너무나 쉽게 서로 연락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수월하고 편해졌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더 외롭고 불편해진 것 같습니다. 짧은 문자메시지로는 마음 깊숙한 이야기를 전하기 어렵습니다. 가끔은 문자메시지 때문에 오해하고 다투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 의미없는 'ㅋㅋㅋ'를 남발하면서 진짜 속마음은 점점 멀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연락을 못할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니까 굳이 말 안해도 알 거라는 생각에 말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장 가까운 나의 사람들에게 마음은 가장 멀리 있었던 것 같습니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먼지 쌓인 보석 같습니다. 분명 보석인 줄 알고 있는데도 뽀얗게 쌓인 먼지 때문에 거들떠보지 않게 됩니다.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에서 다음의 글들이 제 마음의 먼지들을 털어냈습니다.
"그는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들은 '이다음에 여유가 생길 때'로 늘 조금씩 미루기만 해왔음을 깨달았다.
마치 현실 속에서 언젠가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마치 인생의 끝자락에서는 지금까지 꿈만 꿔오던 그런 달콤한 평화를 누리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나 이런 인생에 평화란 없다.
아마도 승리 또한 없을 것이다.
모든 비행기가 최종적으로 도착하여 온갖 상황이 마무리되는 시간이란, 없는 것이다." (162P)
그동안 미련하게도 소중한 것들을 미루기만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습니다. 이제 더이상 마음에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