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주역 7 - 여인의 숭고한 질투
김승호 지음 / 선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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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주역을 얼마나 압니까?

이 질문은 평범한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만 이 소설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주 만물, 천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주역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벌어진 일들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비록 소설 속 이야기지만 속수무책 당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견딜 수 없는 분노 뒤에 아무런 힘이 없다면 남는 건 좌절과 절망뿐입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면 더이상 절망은 아닐 겁니다.

<대하소설 주역>은 천지의 운행이 어긋나면서 혼란에 빠진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정마을 사람들을 통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평범했던 정마을 사람들이 마치 신선처럼 특별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건영의 존재가 부각되어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각각의 사람들이 모두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냅니다. 오히려 천상계에서 평허선공과 염라대왕의 대립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뭔가 논리적으로 원인과 결과를 찾기는 힘들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평허선공은 소지선을 용서하기 위해서 쫓아다니고 소지선을 벌을 받고자 도망다닙니다. 옥황부는 평허선공을 막기 위해서 일을 꾸밉니다.

정마을 촌장으로 지내던 풍곡선이 선계로 들어가면서 평허선공에게 쫓기는 상황이 됩니다.

여전히 근본적인 의문을 풀지 못한채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친근한 인물은 박씨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를 떠나서 건영이 주역에 대해 깊이를 가진 수준에 이르자 그를 따르고 배우려는 모습이 가장 인간적으로 보입니다. 지금 제가 주역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주역이라는 두 글자뿐인 것 같습니다. 어찌됐건 다음 권이 궁금해서 계속 읽을 수밖에 없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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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뻑은 나의 힘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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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마지막까지 자신을 위로해줄 사람은 바로 '나'다.

<자뻑은 나의 힘>은 이외수님의 신작 에세이다.

위암으로 투병 중에도 여전히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파보지 않고는 그 고통을 짐작할 수 없다.

어떤 이들은 육체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여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 고통을 참아내며 글을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존경스럽다.

이 책은 이외수 작가 자신을 응원하는 글이면서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전하는 긍정 메시지다.

이외수님의 에세이는 짧은 글과 그림이 인상적이다.

"새 한 마리만 그려넣으면

남은 여백 모두가 하늘이어라." (57p)

아무리 수백 마디의 말을 떠들어도 가슴에 깊숙하게 파고드는 말은 한 마디로도 족하다.

요즘은 힘들고 외롭고 괴롭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며 하소연하는 사람일지라도 함부로 위로하지 않는 게 좋다. 이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비슷한 인생 경험을 겪었다고 해도 상대방에게 알맞은 조언을 해주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어설픈 이해와 위로는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자뻑이라고 하면 속된 말로 스스로 잘났다고 뻐기는 경우를 말한다. 혹시나 다른 사람에게 "너 자뻑하냐?"라는 소리를 들으면 일단 기분이 상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자뻑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라지는 것 같다. 왜냐하면 요즘 세상은 차라리 자뻑할 정도로 당당하고 뻔뻔하게 살 수 있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절망에 빠져서 바닥을 허우적대는 것보다는 자뻑 스타일로 밀어부치는 편이 낫다. 그래야 이 힘든 세상을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으니까.

누구의 위로도 바라지않고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그냥 나 자신을 믿는 것.

지금은 자신을 믿고 사랑해줘야 할 때다.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힘들어도 꿋꿋하게 고개 바짝 치켜들고 어깨 쫘악 펴고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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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꼼지락꼼지락 미래그림책 125
이경국 그림, 김성범 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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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나와랏, 뚝딱! 은 나와랏, 뚝딱!"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면 요술처럼 무엇이든 나타납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이 부분이 가장 신나고 재미있습니다.

눈앞에 도깨비방망이가 있는 것마냥 이리저리 휘두르다보면 저절로 깔깔깔 웃음이 납니다.

옛날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 바로 도깨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깨비가 꼼지락 꼼지락>은 옛날이야기에만 등장하던 도깨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아주 익숙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장난감과 책들로 어수선해진 방에 떡하니 엎드려 책을 보는 아이가 보입니다.

"범아."

"범아!"

"너, 또!"

범이는 어지럽혀진 방을 치우지도 않고 책을 보고 있습니다. 그때 엄마가 벌컥 들어와서 잔소리를 합니다.

"어쩐지 조용하다 싶더니 이게 다 뭐야! 책 읽으라고 했지, 낙서하라고 했어? 넌 어떻게 된 애가 한눈만 팔면 말썽이야!

도대체 누구를 닮아서 이러니?"

분명히 우리 눈에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범이 모습이 보이는데 엄마 눈에는 낙서가 먼저 보였나 봅니다.

이상하지요? 아이 입장에서 늘 공부하려고 하면 엄마가 먼저 공부하라고 잔소리하고, 어지럽혀진 방을 치우려고 하면 어느새 다가와 얼른 치우라고 야단칩니다.

엄마의 잔소리는 언제나 아이의 행동보다 몇 배는 빠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범이 엄마가 방에 들어와 보니 요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책 한 권이 꼼지락꼼지락 하는 겁니다. 그 책은 바로 도깨비책입니다.

사실은 범이가 친구들과 놀려고 도깨비방망이를 빌려 왔는데 도깨비들이 찾으러다니느라 꼼지락했던 겁니다.

엄마가 무심코 도깨비책을 툭 건드렸더니, 글쎄 엄마가 책 속으로 빠져들어갔지 뭡니까.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정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는데 그건 이 책을 직접 펼쳐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얼핏 무서워보이는 도깨비들이지만 알고보면 엄청 귀엽습니다. 그림과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서 읽어주는 저 역시 도깨비책에 푹 빠졌던 것 같습니다.

엄마의 잔소리마저도 유쾌하게 만드는 멋진 요술책 <도깨비가 꼼지락 꼼지락>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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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도시를 만드는 초록 슈퍼맨 - 세상을 바꾸는 시민의 힘 지식의 힘 5
김영숙 지음, 장명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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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눈이나 비가 오다가 새벽에 그치겠고 낮부터 점차 맑아지겠습니다.

이번주 중부지역은 중국발 스모그의 유입과 국내 오염 물질 축적 등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에서 나쁨 단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질 경우에는 노약자 등은 외출을 삼가고 일반 시민들도 실외운동이나 외출 등을 자제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요즘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기예보를 보면 미세먼지 농도를 알려줍니다. 그만큼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뜻일 겁니다.

과학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구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당장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나 보호안경을 착용할 수는 있지만 거기에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 속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무지개 도시를 만드는 초록 슈퍼맨>은 환경을 생각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나 혼자서 세상을 바꾸기는 힘들어도 모두가 힘을 합치면 충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이 책에서는 초록 슈퍼맨이라고 부릅니다. 그들은 이렇게 외칩니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초록 슈퍼맨은 우리가 알고 있는 슈퍼맨과는 다릅니다.

초록 슈퍼맨은 특별히 타고난 영웅이나 위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비롯한 평범한 사람들 중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필요한 것이 '시민 의식'이며, 환경에 대한 '윤리 의식'입니다.

이 책에서는 지구촌 곳곳에 이러한 시민 의식을 가지고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즉 초록 슈퍼맨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농사를 짓는 독일의 작은 마을 윤데, 지구를 지키는 집을 짓는 독일 숲의 도시 프라이부르크, 재미와 장난이 만든 브라질의 초록빛 창조 도시 쿠리치바, 식량 위기를 도시 농업의 기회로 바꾼 쿠바의 수도 아바나, 지역의 재화를 지키는 영국의 친환경 도시 토트네스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지구의 환경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마인드맵을 통해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세상을 바꾸는 건 바로 시민의 힘입니다. 매년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라고 합니다. 자연을 보호하려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날이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가 초록 슈퍼맨이 되려고 노력한다면 지구촌이 무지개 도시로 바뀔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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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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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어린왕자>가 함께 떠오릅니다.

<어린왕자>는 근래에 프랑스 애니메이션 영화로 개봉될만큼 여전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입니다.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은 '정여울 작가와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아포리즘이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 격언, 경구, 잠언 등을 뜻합니다.

생텍쥐페리의 작품은 1943년 <어린왕자> 이외에도 1929년 첫 장편소설 <남방 우편기>, 1931년 <야간 비행>, 1939년 <인간의 대지>, 1942년 <전투 조종사>, 1944년 미완성 유작 <성채>가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어린왕자>뿐 아니라 생텍쥐페리의 모든 것을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담아내고 싶다고, 그래서 다른 작품들도 더 널리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생텍쥐페리의 작품 속 아름다운 문장과 함께 대화하듯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평생 비행 조종사로 하늘을 날다가 결국에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정찰비행 중 실종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별을 찾아 떠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인이 별을 노래하듯이 그는 별을 이야기했습니다. 어둠을 밝히는 수많은 별들 중에서 그의 이름을 떠올리게 됩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연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썼습니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마음으로 써내려간 편지가 우편배달부를 통해서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참으로 길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오랜 기다림이 있기에 편지가 지닌 의미는 더욱 특별하고 소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한때는 편지를 자주 쓴 적이 있습니다. 가까운 친구와 가족들에게 내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편지를 썼습니다. 답장을 받으면 기쁘고, 설사 받지 못해도 쓰는 동안 즐거웠기때문에 편지가 주는 행복은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다니면서 더이상 편지 쓸 일이 없어졌습니다. 실시간으로 전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가 있고, 영상 전화가 있으니 기다릴 필요도 없고 궁금할 일도 없어졌습니다. 너무나 빠르게 너무나 쉽게 서로 연락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수월하고 편해졌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더 외롭고 불편해진 것 같습니다. 짧은 문자메시지로는 마음 깊숙한 이야기를 전하기 어렵습니다. 가끔은 문자메시지 때문에 오해하고 다투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 의미없는 'ㅋㅋㅋ'를 남발하면서 진짜 속마음은 점점 멀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연락을 못할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니까 굳이 말 안해도 알 거라는 생각에 말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장 가까운 나의 사람들에게 마음은 가장 멀리 있었던 것 같습니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먼지 쌓인 보석 같습니다. 분명 보석인 줄 알고 있는데도 뽀얗게 쌓인 먼지 때문에 거들떠보지 않게 됩니다.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에서 다음의 글들이 제 마음의 먼지들을 털어냈습니다.

"그는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들은 '이다음에 여유가 생길 때'로 늘 조금씩 미루기만 해왔음을 깨달았다.

마치 현실 속에서 언젠가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마치 인생의 끝자락에서는 지금까지 꿈만 꿔오던 그런 달콤한 평화를 누리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나 이런 인생에 평화란 없다.

아마도 승리 또한 없을 것이다.

모든 비행기가 최종적으로 도착하여 온갖 상황이 마무리되는 시간이란, 없는 것이다." (162P)

그동안 미련하게도 소중한 것들을 미루기만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습니다. 이제 더이상 마음에 눈에만 보이는 것들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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