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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이후 현대미술
데이비드 홉킨스 지음, 강선아 옮김 / 미진사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다소 충격적인 표지였고, '이것이 예술이다!'라는 선전포고의 느낌이 강했어요.
표지 사진은 캐나다 예술가 캐실스, 이 작품에서 캐실스는 자신의 몸을 조각한 것처럼 6개월 이상 근육을 키워 이상적 육체미와 트랜스 남성 형태를 만들어냈고, 작품명은 <광고 (벵글리스에 대한 오마주)> 라고 하네요. "캐실스의 '여성적 얼굴'에 바른 립스틱은 이제 남성들이 이 이미지를 재해석해서 그 안에 있는 여성의 몸을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미묘한 신호가 되었다. 심지어 비규범적으로 정의된 (게이) 관람자의 가정에 도전하면서, 캐실스는 암묵적으로 성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예술가의 주권을 주장했다." (306p)
무척이나 놀라운 표지 사진 덕분에 데이비드 홉킨스의 《1945년 이후 현대미술》이라는 책을 펼칠 수 있었네요. 솔직히 현대미술은 너무 난해하게 느껴져서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 1945년부터 2017년까지의 미술사를 정리해주고 있어서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저자는 현대미술의 본질을 보여주기 위해 각 장을 모더니즘의 정치학, 뒤샹의 유산, 위기에 처한 예술가, 경계 흐리기, 후퇴하는 모더니즘, 오브제의 죽음, 포스트모더니즘, 1990년대 새로운 세기말?, 예술과 뉴 밀레니엄이라는 주제로 나누어 시대적 배경 설명과 함께 주요 전시와 작품들,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소개하고 있어요. "전후 예술계의 주도권이 파리에서 뉴욕으로 이동했음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마르셀 뒤샹의 <여행가방 속 상자>다. 이 작품은 이 프랑스 태생 예술가가 1935년 이전에 제작한 작품들의 미니어처와 견본들로 구성된다. 이 작품에는 <샘 Fountain>의 축소판이 포함되어 있는데, 남성 소변기에 제목을 붙임으로써 뒤샹이 한때 다다의 성상파괴주의에 참여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1920년대 초 다다 운동이 막을 내린 이후 뒤샹은 파리와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는데, 유럽에 다시 전쟁이 임박했을 때 프랑스에 있던 그는 현명하게도 '짐을 싸기로' 결정했다. ... <상자>는 미술관과 감식가들이 있는 구 유럽과 상업 갤러리와 예술 상품으로 대표되는 신생 미국이라는 두 세계 사이의 이행을 예증한다. 예술이 사회의 지배적 생산 양태를 포함해야 한다는 뒤샹의 신념은 그린버그의 모더니즘에 대한 급진적 대안이었다." (49p)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시도 자체가 예술계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고, 뒤샹을 잇는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줬다고 볼 수 있어요. 미술 교과서에서 나오는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으로 현대미술의 개념을 접했는데, 현대미술사의 흐름으로 살펴보니 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네요. 현대미술의 난해함은 뒤샹의 패러다임 전환의 일부분일 뿐, 현재 예술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수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네요. 대중문화와 예술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것이 21세기 예술이 풀어야 할 엄청난 과제라는 것, 그런 의미에서 데이비드 홉킨스는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해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