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사람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고수경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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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옆사람》은 고수경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라고 하네요.

제목이 왜 옆사람일까로 시작해서, 단지 제목만 봤을 뿐인데 머릿속에선 이미 옆사람을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옆사람이 누구였더라, 길게 고민하는 대신 책을 펼쳤고 여덟 편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됐어요. <새싹 보호법>에서는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 중인 지우가 갑자기 사라져서 갈 만한 곳을 찾아다니는 교사의 이야기를, <다른 방>에서는 소유하지 못한 방에 관한 숨은 욕구를, <이웃들>에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몰라서 생긴 해프닝을, <분실>은 친구 은희를 만나기 위해 방콕까지 날아간 지영의 캐리어가 뒤바뀐 이야기를, <아직 새를 몰라서>는 저어새를 욕조에 두고 키우는 아내에 관한 이야기를, <좋은 교실>은 교육열 높은 엄마들과 학습지 교사들의 이야기를, <탈>은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에 관한 이야기를, <옆사람>은 지갑을 잃어버린 아내가 고속버스 옆자리에 앉은 남자를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소설 속 인물들이 겪는 일은 대단한 사건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은근히 몰입하게 되네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면 아예 신경을 꺼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 무관심과 무신경함을 상기시키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네요. 마치 아내가 장인어른이 낚시 갔다가 주워 온 새에게 애정을 품듯이, 근데 과연 새는 인간과의 동거를 원했을까요. 새를 위해 민물고기를 욕조에 넣어주고, 더 큰 욕조로 바꾼 것은 선의일 테지만, 정작 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자체가 악의일 수도... 알지도 못하면서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들이 종종 더 큰 문제를 만들 때가 있어요. 그럼에도 우리가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에요. 저자는 왜 소설을 쓰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나는 여전히 사람을 모른다. 타인에게 때때로 서툴고 자주 무감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이나 인간관계의 복잡다단함은 나에게 영원한 배움의 영역이었다. ... 내 소설은 모두 내가 <옆사람>에 대해 공부하며 남긴 기록 일지와도 같다. 나에게 옆사람은 옆 사람과는 다른 단어다. 정말로 옆에 있는 사람들, 옆에 있지 않아도 옆에 있는 것 같은 사람들..." (265p)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이라고 해서 마음을 닫아 버리면 영영 알아갈 기회를 놓치고 말아요. 타인을 알아간다는 건 나라는 존재를 알아가는 일이기도 해요. 고립된 존재는 더 이상 그 무엇도 될 수 없어요. 우리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며 배우는 존재라는 것, 작가는 우리에게 옆사람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깨닫게 해줬네요.


「내 얘기 듣고 있는 거야?」

「네 얘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 얘기잖아.」

「우리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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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 -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들뢰즈까지,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20가지 생각 도구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정미 옮김 / 오아시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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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철학에 대한 편견이 있었어요.

뭔가 고리타분한 학문이라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이죠. 근데 나이들면서 철학의 필요성, 아니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철학을 모르면 상식 밖의 말과 행동을 하더라는,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자주 목격하다 보니, 이제는 스스로 돌아보며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네요. 그래, 철학적 사고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탁월한 생각은 철학에서 시작된다》는 일본인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시민철학자 오가와 히토시의 책이에요. 저자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예리하게 파고드는 능력이 뛰어나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철학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요. 이 책에서는 아이디어, 탁월한 생각이 만들어지는 옹달샘, 즉 철학자들의 사상을 생각법으로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어요.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헤겔, 후설, 푸코, 데리다, 들뢰즈, 루이스, 말라부, 가브리엘, 플라톤, 베이컨, 카이와, 니체, 힐티, 미키 기요시, 플로티노스, 니시다 기타로, 듀이까지 철학자들의 사고법을 어떻게 현실에 적용하여, 탁월한 아이디어를 만드는 사고 습관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어요. 중간에 직접 사고 도구를 활용하여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을 써가면서 구체적인 훈련을 할 수 있네요. 요근래 AI 발전에 따른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자는 모든 답은 철학에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비단 AI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들을 떠올리면, 철학에서 해답을 위한 단서를 찾을 수 있어요. 프랜시스 베이컨의 철학은 '아는 것이 힘이다'인데, 그가 중시한 부분은 '이돌라(우상)'라고 불리는 편견을 배제하는 태도라고 하네요. 베이컨이 정리한 이돌라는 네 종류로, 인간 고유의 감정이나 감각에 의해 생기는 편견을 종족의 이돌라, 좁은 동굴 안에 갇힌 듯 자신의 경험에 집착하여 생기는 편견인 동굴의 이돌라, 마치 시장에서 들은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믿듯이 언어로 생기는 편견인 시장의 이돌라, 마치 극장에서 본 영상에 마음이 크게 동요되듯이 잘 만들어진 스토리에 속아넘어가는 경향을 극장의 이돌라인데, 자신의 생각이 이돌라에 휘둘리고 있지 않은지 매일 자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거예요. 시시때때로, 자신의 생각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혹시나 이돌라에 속지 않았는가를 점검하려면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면 돼요. 자신도 몰랐던 편견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세계에 한정되어 있어요. 그래서 편견으로 가득찬 비상식적인 사람들을 맞닥뜨렸을 때는 분노보다는 연민의 감정을 가져야 해요. 철학적 사고의 힘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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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동물보다 잘났다고 착각할까 - 자신만이 우월하다고 믿는 인간을 향한 동물의 반론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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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일말의 의심 없이, 인간은 가장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뭐, 생각은 자유니까요.

하지만 근거 없는 확신은 무지함을 드러내는 법이죠. 과학은 우리에게 무엇이 틀렸는지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어요.

《인간은 왜 동물보다 잘났다고 착각할까》는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의 책이에요. 저자는 심리학자 겸 인문과학 저널리스트이며,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를 필두로 한 '바보 삼부작'으로 프랑스 사회에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이라고 하네요. 책 제목부터 '착각'하는 인간들을 향해날카로운 지적을 하고 있어요. 인간은 동물보다 결코 잘나지 않았음을, 이 책에서 동물을 연구하는 여러 과학자들과의 대담을 통해 조목조목 짚어내고 있네요. 그동안 모든 동물들 중에서 으뜸은 인간이라고 떠들 수 있었던 건 우리가 동물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인간 자신에 대한 탐구도 갈 길이 멀다는 점에서, 동등한 생명체로서의 동물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이유이기도 해요. 이 책에는 자신만이 우월하다고 믿는 인간을 향한 반론이, 동물심리학자, 행동학자, 인류학자, 생물학자, 과학자, 심리학자, 철학자, 역사학자 등등 30여 명의 목소리가 담겨 있어요. 다양한 동물에 관한 연구를 살펴볼 때, 인간의 인지가 동물보다 우월하지도 열등하지도 않다는 것, 그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우리가 동물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는 이 지구상에서 함께 공존해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인간만을 위한 세상을 고집하다간 멸종하고 말 거예요. 저자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어요. "동물을 존중하는 것은 우리와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며, 동물을 안다는 것은 곧 인간을 이해하는 것" (105p), 결국 우리 인간끼리도 다름을 존중하지 않고서는 평화롭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역사를 통해 배웠고, 인간은 보다 겸손해져야만 지금 겪고 있는 전방위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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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송사리 하우스
기타하라 리에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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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청춘시대, 재미있고 따뜻하게 공감할 수 있는 청춘 드라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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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송사리 하우스
기타하라 리에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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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가 모두 다른 여자 4명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살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어서 와 송사리 하우스》는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4인 4색의 이야기를 담은 일본 장편소설이에요. 처음엔 송사리 하우스라는 이름이 조금 촌스럽게 느껴졌는데, 풋풋한 청춘들의 집이라는 점에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외관상으로는 빨간 지붕의 2층 단독주택이라서 원래 건물명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하루카가 처음 이사 왔을 때 현관 밖 바로 옆에 둔 항아리 안에 송사리를 보고 이름을 붙인 것이 지금은 모든 입주민에게 통용되고 있어요. 태어난 곳도 살아온 환경도 달라서, 여자라는 공통점 말고는 겹치는 게 거의 없어 보이는 네 사람의 고민과 사연이 소설의 주된 줄거리예요. 책 띠지에 크게 적혀 있는 '일본판 청춘시대'라는 문구를 보며 짐작은 했는데, 역시나 오래 전에 봤던 드라마 '청춘시대'가 떠오르더라고요. 20대 여성들의 셰어하우스, 그녀들의 동거가 재미있는 이유는 다른 듯 닮아 있는 청춘의 불안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신기하게도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바다 건너 일본에 살고 있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공감되더라고요.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 문화적인 분위기가 우리와 비슷해서일까요, 저마다 고민은 다르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느꼈거든요. 송사리 하우스는 원래 유즈의 아버지 소유라서 유즈가 집주인 역할을 하고 있고, 유즈와 하루카는 알바생과 손님으로 친해진 인연이 있고, 하루카와 가에데는 부서는 다르지만 같은 회사를 다니기 때문에 입주하게 된 거예요. 연극 무대에 서는 무명배우인 나치는 마지막 입주자로 별다른 인연 없이, 순전히 앱을 통해 입주하게 된 사이예요. 어언 1년, 큰 문제 없이 무난하게 살아온 이들에게 갑작스러운 통보가 왔어요. "저어, 오늘 아버지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이 집, 없어집니다." (10p) 유즈도 당황할 정도로 미리 알지 못했던 상황인 거죠. 네 사람 모두, 평생 같이 살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한 적이 없겠지만 같이 살면서 든 정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가족이 별건가, 한솥밥 먹고 마음을 나누면 가족이지 싶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최근 읽은 김영하 작가님의 책에서, "대체로 젊을 때는 확실한 게 거의 없어서 힘들고, 늙어서는 확실한 것밖에 없어서 괴롭다. 확실한 게 거의 없는 데도 젊은이는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조차 잘 모르는 채로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무한대에 가까운 가능성이 오히려 판단을 어렵게 하는데, 이렇게 내려진 결정들이 모여 확실성만 남아 있는, 더는 아무것도 바꿀 게 없는 미래가 된다. 청춘의 불안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라는 문장처럼, 흔들리는 청춘들의 진한 2년, 찐한 인연의 이야기는 각자 인생의 답을 찾는 좋은 단서가 된 것 같아요. 청춘은 바로 지금, 청춘을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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