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톰 행크스 지음, 홍지로 옮김 / 리드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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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톰 행크스는 과거 할리우드 영화에서 제가 무척이나 좋아했던 배우예요.

어릴 적에는 영화 보는 재미로 산다고 할 정도로 자주 즐겨 봤기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 속 배우들을 줄줄이 읊어가며 관련한 이야기에 빠져 지냈더랬죠. 그때는 할리우드 영화가 주는 감동이 어마어마해서, 극장 가는 길은 늘 설렜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평생을 영화에 바친 할리우드의 영원한 스타, 톰 행크스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문구를 본 순간, 만감이 교차했네요. 근래에 그의 소식은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에서 우디의 목소리 연기와 간간이 들리는 영화 이야기였는데, 일흔이 다 된 지금 소설가 데뷔라니 뜻밖의 소식이지만 반가웠어요. 진짜 이야기가 나왔구나 싶었거든요.

《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는 배우이자 제작자로 할리우드 영화 현장을 누볐던 톰 행크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이에요.

자신이 걸어온 영화 인생을 에세이가 아닌 소설 형식으로 출간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걸작이 만들어지기까지, 히어로 한 명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는 점, 바로 그 과정을 다룬 이야기라서 스크린에 나오지 않는 수많은 이들을 중심이 되는 방대한 소설이 완성되었네요. 영화 제작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온 수많은 독자들 입장에서 실감나는 제작 현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이야기였네요. 우아한 백조의 수면 아래 움직이는 분주한 발처럼 제작 과정은 녹록치 않다는 것. 소설 속 감독 빌 존슨은 반드시 흥행시킬 만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엉망진창, 과연 무사히 영화를 끝낼 수 있을지, 덩달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들을 지켜보게 되네요.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구분하는 기준은, 뭐니뭐니 해도 머니,자본이 투입되어 수익을 내는 구조의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영화 산업에서 흥행에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는 감독뿐만이 아니라 제작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라는 것, 이래서 영화는 예술 영역에 속하지만 영화 제작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 되나봐요. 영화제작이 이토록 험난한 여정이었다니, 정말이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제작 이야기였네요.



"자기랑 나는 텍스트와 서브텍스트의 틈바구니에서 뒹굴려고 여기 있는 게 아냐. 우리는 제작부야. 우리는 문제를 다루지. 가령 기초 산수. 두 페이지당 하루로 계산하면 촬영에는 며칠이 걸릴까?"

"63일 반요."

"촬영일이 63일이면 예산은 120만 달러 초과되고 우리 보스는 산 채로 끓는 물에 처넣어질걸."

"그래서······. 우리 예산은 55일짜리야. 만약 촬영을 52일째에 마친다면 우리 보스는 거장을 떠받들어질 거야. 파운틴 애비뉴에서 퍼레이드도 열어줄 테고, 어느 쪽 제안이 먼저 들어오느냐에 따라 향후 오 년 혹은 영화 세 편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겠지. 물론 영화가 완전히 망하지 않는다면 말이지만. 영화가 망하면 보스는 까맣게 탄 토스트 꼴이 되어서는 자기를 피하는 사람들한테서 동정 어린 시선이나 받을 거야." (180-1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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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학교
허남훈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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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예전에는 학교 괴담들이 참 많았어요.

밤 12시만 되면 동상이 움직인다거나 학교터가 공동묘지 혹은 전쟁 때 사람들이 많이 죽었던 장소라서 귀신이 나온다는 등등. 실제로 봤다는 아이는 없었지만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해야 했던 시절에는 억압적인 교육 환경 자체가 귀신보다 더 무섭고 끔찍했던 것 같아요. 괴담은 일제강점기에 생겨나서 군사독재정권을 거쳐 폭력적 군대문화가 사회 곳곳에 잔재하면서, 특히 학교가 주무대가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학교마다 하나씩 있는 미친개... 저 역시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학교라는 공간을 견디지 못했을 거예요. 학교괴담이 하나의 공포 장르였듯이, 판타지 장르에서 학교는 가장 비현실적으로 느끼지는 장소였어요. 호그와트 마법학교 같은... 근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특별한 밤의 학교를 만날 수 있었네요.

《밤의 학교》는 허남훈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학교라는 공간을 매우 중요한 역사의 현장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렸네요. 고등학생인 주인공 '나'와 기웅이는 고2가 막 시작될 무렵에 실체 엽서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즈음 잊을 수 없는 한 통의 엽서를 만났어요.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이름이 모두 지워졌고, 사연만 흐릿하게 적혀 있는 엽서였어요.

'중국 쿤밍에 잘 도착했습니다. 오늘 윈난성의 지도자를 찾아가 힘들게 추천서를 받았습니다. 내일 항공학교로 갑니다. 선생님, 저는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퍼붓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12p)

이 엽서가 120년을 넘나드는 시간여행의 티켓이 될 줄이야... '나'는 학교 축제 공연을 위해 희곡을 썼는데, 친구 기웅이와 은서가 함께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과 꿈 같은 시간여행이 맞물려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인 권기옥 지사와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송몽규 지사, 김구 선생님, 윤동주 시인... 수많은 애국지사,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흘러간 과거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뭉클한 감동을 주네요.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숭고한 희생의 결과라는 것, 역사는 우리 안에 흐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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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게임
박소해 외 지음 / 북오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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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치정 그리고 복수까지 독한 맛의 부부 이야기 네 편을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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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게임
박소해 외 지음 / 북오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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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관계는 지독하게 사랑했던 사이가 아닐까 싶어요.

연인 혹은 부부 사이에서 사랑과 증오는 동전의 양면 같아서 언제 뒤집힐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범죄 가운데 살인사건의 경우는 대개 세 가지 이유로 발생한다고 해요. 원한, 치정, 거액의 돈. 이번에 읽게 된 책은 결혼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앤솔로지 소설집이에요.

《시소게임》은 부부의 세계를 주제로, 네 명의 여성작가가 쓴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첫 번째 이야기는 박소해 작가님의 <사마귀, 여자>인데, 제목처럼 아슬아슬 위험한 정사를 즐기는 여성에게 홀딱 넘어간 젊은 형사가 등장해요. 결혼한 유부남, 유부녀들의 불륜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궁금해서 묻는 질문이 아니라 너무 고약해서, 목구멍 깊숙한 곳을 자극했을 때 울컥하는 구토 반사 같은 거예요. 혀 안쪽은 음식물이 넘어가는 통로라서 다른 이물질이 닿으면 생존을 위해 뱉어내도록 설인신경이 작동하는 건데 불륜뿐만이 아니라 거짓된 마음을 슬그머니 사랑으로 포장하는 모든 것들이 구토를 유발하네요. 위험한 그녀의 정체부터 살인 사건, 진짜 살인범까지 반전의 반전을 주네요. 누가 죽였는가보다는 누가 진심으로 사랑했는가, 이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두 번째 이야기는 김재희 작가님의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예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병원 쇼핑 환자'라는 아이디로 "저는 불륜하는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익명이긴 하나 불륜 고백이라는 파격적인 글 때문에 난리가 났어요. 그녀도 성형외과 의사인 남편의 불륜을 의심하는데, 정작 충격적인 사실은 불륜이 아니라는 거예요. 알다가도 모를 부부의 세계, 참으로 미스터리 그 자체네요. 세 번째 이야기는 한수옥 작가님의 <설계된 죽음>은 제목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만들더니 소름돋는 복수극을 보여주고, 네 번째 이야기는 표제작으로 한새마 작가님의 <시소게임>인데 본격적인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의 심장 쫄깃한 맛을 주네요. 푸른 수염의 아내처럼 금지된 방의 문을 열어버린 느낌이랄까요.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을 추호도 의심하진 않지만 사랑한다고 말하는 커플들의 마음은 믿을 수가 없네요. 사랑은 말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 하필이면 속고 속이는 시소게임 때문에 불신지옥에 잠시 빠졌던 것 같아요. 불륜, 치정 그리고 복수를 다룬 이야기의 핵심은 자극적인 내용보다는 그 결말이 주는 인생 교훈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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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듣고 싶은 한마디 필사책
김옥림 지음 / 정민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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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몸에 좋은 음식은 당장 먹을 때는 티가 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섭취하다 보면 건강해지고 있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필사도 똑같은 것 같아요. 좋은 문장을 꾸준히 따라 쓰다 보면 마음 공부가 되더라고요. 필사가 얼마나 좋은가는 직접 써봐야 알 수 있어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필사하기 좋은 책, 필사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어요. 어떤 책이 더 나을지, 그건 개인의 취향대로 고를 수 있어요.

《매일 듣고 싶은 한마디 필사책》는 처음 필사를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필사책이에요.

이 책에는 시인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인 김옥림 작가님이 선정한 인생 명문장들이 담겨 있어요. 책의 구성은 모두 여섯 개의 챕터로, '삶의 지혜를 길러주는 깨달음의 문장들', '신념과 믿음과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문장들', '이상과 용기를 길러주는 지혜의 문장들', '어휘력과 문해력을 길러주는 사색의 인생 문장들', '나를 깨우고 변화시키는 명시 그리고 명문장들', '사랑과 행복을 전해주는 푸른 서정과 사랑의 문장들'로 나뉘어져 있고, 책을 펼치면 왼쪽은 인생 명문장이 적혀 있고, 오른쪽은 빈 칸으로 된 노트 형식이라서 문장을 필사하면 돼요. 저자가 소개하는 인생 명문장들은 짧지만 강한 여운을 주는 내용이라서 읽고 따라 쓰는 과정이 전혀 어렵지 않아요. 필사하는 방법이나 순서가 따로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매일 그날그날 읽고 싶은 내용을 정하여 필사할 수 있어요. 저자가 고른 첫 번째 문장은, "무엇이든 자세히 보라. 무엇이든 자세히 보면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다. 자세히 본다는 것은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는 아름다운 행위이다." (18p) 인데, 필사하는 행위가 '글'을 자세히 보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음미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아름다운 행위가 아닌가 싶네요. 한마디의 문장을 필사하는 것은, 어찌보면 소소하고 별 것 아닌 일이지만, 꾸준히 실천하며 차곡차곡 쌓여갈수록 그 의미가 커지는 것 같아요.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하루 10분 정도면 충분해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들이 몸의 건강을 좌우하듯이, 《매일 듣고 싶은 한마디 필사책》으로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채워갈 수 있어요. 말과 글, 그 안에 담긴 정신을 소중하게 대하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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