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
마리야 이바시키나 지음, 벨랴코프 일리야 옮김 / 윌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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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정말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져요.

서점에 들러 새로 나온 책들을 살펴보고, 좋아하는 코너 귀퉁이에서 훑어보며 보내던 때가 있었죠. 동네 서점이 점점 사라지는 동안, 그 빈 자리를 아쉬워하다가 어느새 잊고 말았네요. 그러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는, 퍼득 떠올랐네요. '아, 내가 참 좋아하던 장소였구나.'라고요.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는 마리야 이바시키나 작가님의 그림책이에요.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는 게 아닌가?'라는 편견이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에는 저자가 소개하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스물다섯 곳의 매력적이고 특별한 서점이 나와 있어요. 따스한 그림체로 서점의 전경을 보여주고, 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왠지 설렜네요. 어릴 때부터 책이 많은 곳에 가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서 이게 무슨 감정인가 싶었는데, 그냥 좋았던 것 같아요. 어쩐지 이 책을 보면서 다시 아이가 된 것처럼 즐거웠어요. 처음 알게 된 세계의 서점들이 신기하고 새로웠네요. 유서 깊은 서점들도 멋지지만 그리스의 아틀란티스 북스는 산토리니의 아름다움에 반한 친구들이 모여 2004년 문을 연 서점이라는 사실이 끌렸네요. 한때 선장의 집으로 쓰였던 장소를 책방으로 변신시킨 친구들이 누구인지 궁금했고, 아름다운 산토리니에 자리한 그곳의 실제 모습이 알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진짜 동화 속에 나오는 신비로운 책방 느낌이었네요. 그림책 속 그림처럼 실제로 존재하는 책방이라니, 가보고 싶어요. 역시나 알면 알수록 해보고 싶은 것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서점은 제주도에 있는 '책방 소리소문'과 '평산책방'이 나와 있어서 무척 반가웠어요. 책 제목처럼 세상은 넓고 그 어딘가엔 내가 꿈꾸던 서점이 있다는 것, 그게 가장 설레는 부분이었네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세계여행인데 책을 주제로 서점과 도서관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근데 진짜 나의 서점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그곳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계의 여러 서점을 둘러보고 나니, 나의 서점을 꿈꾸게 되는 멋진 그림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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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
이봉호 지음 / 북오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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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국내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무척 놀랐고, 그 다음은 기뻤어요.

그동안 우리나라 첫 노벨 문학상 후보로 언급되었던 작가들은 많았지만 번번이 실망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대를 내려놓고 있었거든요. 매년 노벨상 시즌이 되면 최종 수상자에 대한 관측이 들려오는데 한강 작가의 언급은 없었던 터라 수상 소식이 주는 감동이 더 컸던 것 같아요. 2024년 10월 10일,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선정되었고, 12월 10일에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여하여 메달과 노벨 문학상 증서를 수여받았어요.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문은 그의 작품들 못지 않게 우리 모두가 꼭 읽어야 할 내용이네요. 사실 수상 소식을 듣고나서 한강 작가님의 작품들을 모두 구입했고, 차근차근 읽고 있는 중이에요.

《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는 노벨문학상과 한국문학, 한강 작가님에 관한 해설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인 이봉호 문학평론가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해설해주고 있어요. 첫 번째는 독자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노벨문학상의 이모저모를 설명해주고, 한강 작가님의 연대기와 기존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고 있고, 두 번째는 한국 현대문학의 흐름을 한강 작가님의 아버지이자 소설가인 한승원 작가님으로 시작해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들과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간략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각자 관심 가는 작품들은 찾아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세 번째는 한강 작가님의 작품에 관한 저자의 리뷰가 실려 있고, 네 번째는 8인 8색 다방면의 인물 인터뷰를 통해 문학에 관한 여러 의견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소식 이후 서점마다 한강 작가님의 책들이 불티나게 팔렸고, 저 역시 그 중 한 사람이네요. 이 책은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포함한 한국 현대문학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네요. 알면 알수록 생각하는 폭과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물론이고, 여기에 소개된 작품들을 시대순으로 읽어봐야겠어요. 한강 작가님은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라고 말했는데,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 세계 속에서 우리 모두가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주었네요. 어디까지가 우리의 한계인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는 끝내 인간으로 남는 것인가, 라는 작가님의 질문에 우리가 답해야 할 차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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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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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마법 같은 이야기네요.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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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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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책장을 넘기듯, 왠지 아날로그 세대 감성이 느껴졌어요.

역시나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소설은 촉촉하게 감성을 적시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요. 굉장한 사건 없이도 충분히 몰입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평범했던 일상이 특별한 무대 위로 올라와 숨겨져 있던 것들을 발견하게 만드네요. 과연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기대해도 좋아요.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는 에쿠리 가오리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이에요. 표지부터 은은하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어요. 속살 노란 멜론은 뭔지 알겠는데 셔닐 손수건은 뭘까라는 궁금증! 원단은 순면과 폴리에스테르, 린넨, 실크 정도는 들어봤지만 셔닐 원단은 처음이거든요. 특히나 손수건은 면 소재 외에는 사용한 적이 없어서 아예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소설의 주인공은 쓰리 걸스, 대학 동창생인 리에, 다미코, 사키예요. 대학 졸업 후 줄곧 해외에서 살았던 리에가 모든 걸 정리하고 귀국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네요. 활달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리에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다미코 집에 임시로 머물게 되면서, 간간이 연락만 주고받던 세 친구가 드디어 모이게 됐어요.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으로 돌싱녀가 된 리에, 한 번의 연애 후 쭉 독신으로 지내는 다미코, 두 아들을 둔 유부녀 사키까지 성격도 다르고, 30년간 살아온 궤적도 다르지만 여전히 똑같은 점이 있네요. 그게 뭐냐면, 추억을 공유한다는 거예요.

친구 사이, 친구들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다양한 인간 관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좋은 듯 나쁜, 편한 듯 불편한, 가까운 듯 먼... 뭔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을 느꼈고, 그들의 상황을 공감할 수 있었네요. 아마 다들 쓰리 걸스와 비슷한 절친들이 있을 텐데,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지?"라고 물으면 "몰라."라고 답할 걸요. 서로 인정하는 절친 사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행운이에요. 아주 가끔 연락하고, 오랜만에 만나도 마치 어제 봤던 것처럼 편안하고 좋은 친구들은 처음 만났던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따스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냐고요? 글쎄요, 단순히 우정 이야기였다면 너무 싱거워서 실망했을 거예요. 쓰리 걸스가 '셔닐'의 정체를 몰라서 상상과 동경을 부추기는 특별한 단어로 사용했듯이, 우리 모두에게 인간 관계란 셔닐이 아닐까 싶어요. 자신의 삶과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게 만드는 이야기였네요. 인생은 멜론처럼, 직접 만져보고 쪼개어 맛을 봐야 알 수 있는 법이죠.


"··· 정체를 알 수 없어서, 

그래서 이렇게 시간이 오래 지나도록 기억하리만큼 인상적이었던 거잖아." (188p)


"나, 캔털루프 멜론은 똑똑히 기억하는데, 참외처럼 표면이 매끈할 거라고 우리 셋의 의견이 일치했어. 참외처럼 표면이 매끈할 거라고 우리 셋의 의견이 일치했어. 단순하게 생겼고, 기품 있는 맛일 거라고 말이야. 그런데 사키와 다미코는 과육은 초록색일 것 같다고 했고, 나는 노란색일 거라고 했어. 왜 살이 노란 수박도 있잖아? 그래서, 속살이 노란 멜론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지. 초록은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고. 내가 왜 좀 비범한 데가 있잖아. (···) 그런데 그건 속살이 빨간 머스크 멜론이었어. 사서 먹어 봤는데, 맛이 짙더라고. 띵했지. 매끈한 표면도 아니고, 속살의 색깔도 그렇고, 기품 있는 맛과도 정반대였어."

"캔털루프 멜론도 그렇고 셔닐도 그렇고. 우리, 참 오해가 많았던 인생이네." (203-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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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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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이에요.

시간이 약이란 말도 있지만 그 세월로도 치유되지 않는 것들이 있네요.

《한 말씀만 하소서》는 박완서 작가님이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아픔의 기록이자 절절한 기도문이네요.

"우리 집 안방 아랫목 제일 높은 자리엔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만한 작은 십자고상이 걸려 있습니다. 세례받을 때 선물 받은 거여서 비슷한 게 이 방 저 방에 더 있습니다만 제가 가장 자주 대하고 따라서 가장 많이 원망을 받고 언젠가는 내팽개쳐지는 행패까지 당한 이 못 박힌 그리스도의 얼굴에서 표정을 읽은 건 최근의 일입니다. '오냐 실컷 욕하고 원망하고 죽이고 또 죽이려무나, 네가 그럴 수 있으리라고 나 여기 있지 않으냐.'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분의 표정은 생생하게 슬프고 너그러워 보였습니다. 이 일기는 똑같이 찍어낸 주물에 지나지 않던 성물과 이렇게 아무하고도 똑같지 않은 특별한 관계를 맺기까지의 어리석고도 고통스러운 기록의 일부입니다. 정리하면서 활자화시키기엔 지나치다 싶을 만큼 무엄한 포악과, 비통의 지나친 반복만 빼고는 거의 고치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2주기까지 넘겼건만 아직도 제 회의와 비통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제 자아 속에 꼭꼭 숨겨놓았던 채송화 씨보다도 작은 신앙심을 누구에게 떠다밀린 것처럼 마지못해긴 하지만 마침내 어디론가 던졌다는 사실입니다. 거기가 흙인지 양회 바닥인지조차 아직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싹이 틀 수 있는 좋은 땅이길 바라는 마음이 이 지면의 연재 요청에 응할 엄두를 내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3p)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어요. 불과 얼마 전 항공참사로 수많은 생명을 잃었기에 유가족들의 고통이 떠올랐어요. 즐거운 가족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그 길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뉴스를 통해 수없이 재생 반복되는 사고 현장 영상을 이제 더는 못 보겠어요. 유가족들의 절절한 외침에 눈물이 왈칵 났어요. 박완서 작가님은 남편을 병으로 잃고 불과 3개월 후에 서울대 의대 레지던트였던 막내 아들을 잃었어요. 스물다섯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허망하게 떠난 아들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엄마를 곁에서 지켜보는 딸들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지금 박완서 작가님은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과 함께 하늘나라에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요. 이 책은 20년 만의 개정판으로 맨 마지막 장에는 박완서 작가님의 맏딸 호원숙 가작님의 글이 실려 있어요. "나는 이 글을 쓰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어머니가 쓰신 그때의 일기를 다시 열고 싶지 않았다. ...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슬퍼하셨다. 누구와도 나눌 수도 바꿀 수도 없는 그 비애를 안고 있는 것이 얼마나 외롭다는 것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문득문득 그 고통을 못 이겨 베개에 얼굴을 묻고 통곡하셨다는 것을 알기에, 어머니의 일기를 다시 읽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처럼 눈이 내린다. 첫눈이 아낌없이 넉넉하게 대지를 덮어주었다. 세상의 모든 허물과 아픔을 감싸안듯이." (209-211p)

오늘 참으로 많은 눈이 내렸어요. 온 세상의 고통과 아픔을 하얀 눈으로 덮어버린 오늘, 저 역시 머리 숙여 기도를 올렸어요. 주여, 한 말씀한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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