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이 잠든 사이에 - 마음의 발견
박세은 지음 / 사유와공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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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이 단어가 맛있는 된장찌개 소리였다면 좋았겠지만

마음에서 들려오고 있으니... 괴로울 따름이네요. 사실 누군가로부터 "부글부글 어쩌구 저쩌구···"라는 얘길 듣는 순간 황당했고, 심장이 벌렁대더니 화가 치밀었네요. 아무리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는 요즘이지만 일상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어요. 들끓던 감정이 차분히 가라앉고 난 뒤에야 드러나지 않던 마음의 민낯을 보게 됐어요. 나를 괴롭히는 건 그들인가, 아니면 그들에게 반응한 내 마음인가.

《당신의 생각이 잠든 사이에》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이 책은 카카오 브런치에서 '지각쟁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박세은 작가님의 심리치유 에세이예요. 저자는 "우리는 '나'라는 사람이 하는 '생각'을 통해 '자신'을 알아간다. 그러나 떠오르는 모든 감정과 생각이 전부 내가 아니다. (···) 생각이 잠든 사이에 우리는 비로소 볼 수 있다. 그동안 나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 난 건 바로 나였음을. 타인은 지옥이라고 외치는 세상 속에서 정작 우리는 작은 지옥을 품은 채로 살아간다. (···) 조그만 불씨라도 있으면 곧 점화할 것 같은 감정은 잘만 다루면 삶의 전쟁터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무기고가 될 수 있다. 그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안아주고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5p) 라면서 우리에게 부정적인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나를 안아주고 사랑하는 마음은 어떻게 키워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아예 몰랐던 건 아니지만 여기에 소개된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들을 보면서 뭔가 들켜버린 듯,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볼 줄 알면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어요. 근데 감정이 앞서버리면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리니까, 그 감정을 움직이는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예요. 어른이 된 뒤로 쭉 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잡히질 않는 것이 마음 공부네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영역을 어떻게든 알아가기 위해 감정을 포착하고 이름 붙여주며, 있는 그대로 마주하려고 애쓰는 중인데 만만치가 않네요. 저자의 조언 중에서 가장 와닿는 건 '초전도체의 마음_ 감정과 거리 두기'예요. "초전도체는 출발한 전기가 아무 손실 없이 빠르게 이동하도록 저항이 '0'인 물질을 개발한 것이다. 저항에 전력손실이 없는 초전도체처럼 우리의 마음도 감정에 저항하느라 손실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 초전도체의 또 다른 특징은 전자기기와 발열이 없어 냉각장치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골치 아픈 상황을 떠올릴 때 머리에 피가 쏠리고 열이 나는 건 사람도 비슷하다. 차가워지기 위해선 감정을 초월해야 한다. 머리에 지끈지끈 열이 난다면 운동화 뒤축에 발가락을 슬며시 넣고 달려도 좋다. 두 다리가 땅을 딛는 피장을 따라 머리카락이 춤을 추고 바람이 뒷바퀴를 맴돌아나가는 소리에 집중해 보자." (79-82p) 발열 없는 초전도체의 마음을 익힐 수 있다면 단단한 마음으로 원활한 소통이 가능할 것 같아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나', 불완전한 자신을 온전히 포용하고 사랑할 줄 알아야 그 누구도 아닌 나답게,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강인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일그러진 마음을 쫘악 펼 수 있는 건 따스한 관심과 사랑이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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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주 여행, 숨쉬고 물드는 제주도 532 - 165개의 스팟·매주 1개의 당일 코스·월별 2박 3일 코스 52주 여행 시리즈
현치훈.강효진 지음 / 책밥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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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가봤다고 해서 만족할 수 없는 곳이 제주도예요.

지도로 보면 그리 넓지 않은 면적이라 제주 곳곳을 다 구경할 것 같은데 막상 가보면 시간이 부족해서 늘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제대로 제주도 여행을 떠나보자고 마음 먹게 되었고, 제가 좋아하는 52주 여행 시리즈 책으로 나와서 반가웠어요.

《52주 여행, 숨쉬고 물드는 제주도 532》는 일 년 365일, 52주로 나누어 제주를 소개하는 여행 가이드북이에요. 일단 제주 여행을 계획한 사람이라면 시기별로 추천 코스가 다르다는 걸 알고 있을 거예요. 이미 널리 알려진 명소 외에도 현 시점의 핫스팟을 아는 것이 중요한데 이 책은 최신 개정판이라서 따끈따끈한 정보들을 담고 있네요. 앞서 52주 여행 시리즈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은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52주 여행책으로 알찬 국내여행을 즐겼기 때문이에요. 해봤더니 좋더라, 그 경험 덕분에 이 책의 장점을 알게 됐고 인생에 남을 제주도 여행을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이 책을 읽게 됐네요.

첫 장을 펼치면 각자의 감성과 취향에 맞는 여행지 선택을 할 수 있어요.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을 때, 초록으로의 피크닉, 쉬어 가는 카페, 여행의 완성은 먹방!, 조용히 숨어 있기 좋은 곳, 전망 좋은 카페, 느리게 걸어야 보이는 곳들, 퇴근 후 동네 책방, 아날로그 감성이 몽글몽글, 여행도 예술처럼, 익숙한 그곳에서 발견한 이색적인 풍경들, 낭만적인 빛의 향연, 착한 소비 플리마켓."으로 마음 끌리는 여행지를 고를 수 있어서, 바로 일정을 짤 수 있어서 편리해요. 특히 저자가 강력 추천하는 계절별 BEST 3 여행지는 안 가면 손해라고요. 보통 여름 휴가철에 떠날 때가 많은데, 제주도는 짧은 일정으로도 오갈 수 있는 곳이라서 사계절 모두 가보고 싶어요. 매월 해당 주의 여행 테마가 나와 있고, 추천 코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그동안 몰랐던 제주의 매력을 발견했네요. 다양한 즐길 거리와 먹거리,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제주도, 올해는 52주 여행지 안내서로 165개 스팟과 367개 여행지들을 즐겨봐야겠어요. 아참, 책 맨뒤에 스팟 위치를 표시한 여행지도를 부록으로 제공해서 아날로그 감성을 저격하네요. 여유로움은 만끽하려면 여행지도로 나만의 여행 수첩에 기록하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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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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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무구한 시절이 있었던가 싶어요.

가장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이라고 해서 마냥 선한 존재로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그건 아무래도 근원을 알 수 없는 죄의식이 늘 깔려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자각한 뒤로는 마음을 들여다보며 벗어나려고 애썼고,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악마와 함께 춤을》은 크리스타 K. 토마슨의 책이에요.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리에게 나쁜 감정이 결코 도려내야 할 악, 제거해야 할 독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책은 나쁜 감정,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항변을 철학적 관점에서 풀어내는 동시에 좋은 삶과 나쁜 감정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요. 우선 나쁜 감정을 이해하려면 저자가 비유했던, "나쁜 감정은 잡초가 아니라 지렁이" (14p)라는 표현을 곱씹어 봐야 해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기 위해 잡초를 제거하듯이, 우리는 나쁜 감정을 잡초 취급해왔어요. 안타깝게도 철학자들 역시 부정적인 감정은 좋은 사람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여기면서 나쁜 감정을 좋은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니, 아주 오랫동안 오해와 편견이 자리잡게 된 거예요. 하지만 저자는 지렁이가 정원의 일부인 것처럼 나쁜 감정도 좋은 삶의 일부로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감정의 본질이며, 어떻게 감정을 깨닫고 잘 살아가느냐의 문제인 거예요. 나쁜 감정이 곤란한 문제를 일으키는 건 우리가 감정을 억압하거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예요. 나쁜 감정은 자기애의 표현이자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드러나는 감정인데 이를 없애려 하거나 밀어내는 건 엄청난 실수예요. 자아 정체성에 대한 인식은 항상 유동적이며 온갖 감정들의 영향을 받고 있어요. 자아를 솔직하게 사랑한다는 건 자아가 연약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걸 의미하는 것이고, 자아가 연약함을 느낄 때 나쁜 감정이 찾아오는 거예요. 완벽한 자아, 강한 자아만을 원하는 건 불가능을 꿈꾸는 것이고, 현실에서는 연약한 자아를 끌어안아야 잘 살아낼 수 있어요. 그러니 삶이 의미 있는 건 삶 속에 나쁜 감정이 함께해서고, 그 취약성을 조금씩 극복해가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인 거예요. 여기서 다루는 분노, 시기와 질투, 앙심과 쌤통, 경멸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우리 모두가 지닌 나쁜 감정이에요. 내 안의 악마보다 더 강한 자아가 되기 위해 기꺼이 춤을 추려고 해요. 케케묵은 지난 감정들을 끄집어내어 마주하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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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식으로 먹기 - 익숙한 음식의 낯선 세계를 탐험하는 시간
메리 I. 화이트.벤저민 A. 워개프트 지음, 천상명 옮김 / 현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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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는 음식에 관해 맛이나 레시피 외에 생각한 적이 있던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것들은 몸에 익다 보면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아요. 여기에 아주 작은 변화를 주는 것이 '책'인 것 같아요. 익숙한 음식의 세계 이면에 자리한 인류 식문화를 탐구한 책이 나왔네요. 저자 메리 I. 화이트는 식탁 위에 놓인 음식 한 접시에는 자연사와 인류 역사가 만난다고 표현했는데 일본의 음식, 여행, 식문화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화인류학자인 어머니 메리 I. 화이트의 영향으로 식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역사학자이자 음식 저널리스트인 벤저민 A. 워개프트가 공동집필했으니 맞는 말이었네요. 가족끼리 나누는 음식의 개념에서 문화인류학과 역사라는 학문적인 관점으로 확장하여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여정이 펼쳐지네요.

《다른 방식으로 먹기》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역사와 인류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풀어낸 책이에요. 현재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언제부터 어떻게 먹게 되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고자 농업의 기원, 고대 세계의 주요 제국들과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는 음식의 역사와 문화, 식습관의 변화들을 설명해주네요. 중간에 저자들의 에피소드가 흥미로움을 더해주네요. 중요한 건 저자들이 건네는 질문들을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속한 공동체 구조에 관해 우리가 먹는 음식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가, 음식과 관련된 거대한 체계는 작물이 자라는 순간부터 식탁 위의 식사 매너까지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것을 알아야 과거에서 예측 가능한 미래로 이어지는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요. 현대화된 산업, 식량 시스템의 취약성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현재 먹는 방식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네요. 거대한 산업 시스템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 각자는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네요. 음식에 대한 관심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갇혀서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새롭게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네요. 연구자들이 질문을 다듬고 증거에 따라 답을 찾아가듯이, 우리들 역시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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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 5 - 버려진 요괴들의 도시와 무명의 정체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 5
김성효 지음, 정용환 그림 / 해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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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손이를 아시나요?

K 판타지 동화의 라이징스타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천년손이는 인간계, 선계, 명계의 사건을 의뢰받아 척척 해결하는 신선이에요.

우리가 상상하는 신선의 모습은 하얀 수염의 할아버지인데, 천년손이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라 의아할 텐데, 그건 젊어지는 샘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어려진 거래요. 인간계로 온 천년손이를 돕는 진짜 인간 소년 지우와 세상에 남은 마지막 구미호 수아가 힘을 합쳐 다양한 고민들을 해결하는 주인공이에요.

드디어~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 나왔어요. 근데 반가움도 잠시, 이번 책이 마지막 이야기라니 너무 아쉽더라고요. 하지만 아직 천년손이를 모르는 친구들에게는 1권부터 5권까지 단숨에 읽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생긴 것이니 축하할 일이네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검은 그림자를 보는 능력을 가진 지우가 천년손이를 만나면서 숨겨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게 되기까지 숱한 사건들과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그 과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네요. 지우가 천년손이, 수아, 강길과 함께 선계, 명계, 인간계를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꿈속에서라도 같이 해보고 싶은 친구들이 많았을 거예요. 기상천외한 요괴들의 등장으로 살짝 무섭기도 했지만 친구들의 우정을 보면서 힘을 낼 수 있었죠. 겁 많던 지우가 용감해진 것도 놀라운 변화였어요. 이번 책에서는 오랫동안 버려진 요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모두가 궁금하게 여겼던 수수께끼 같은 인물들의 정체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자세한 줄거리는 언급하지 않으려고 해요. 다만 천년손이를 통해 동양의 전설과 신화 속 요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고, 고마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만의 판타지 세계를 보여준 동화여서 좋았고, 특히 인간 소년 지우와 함께 울고 웃으면서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뻤어요. 어쩌다 보니, 천년손이와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느낌이 되었는데, 그만큼 읽는 내내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이어서 그 마음을 나누고 싶은 거예요. 가장 놀라운 점은 처음 천년손이를 알게 된 지 벌써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이에요. 멋진 친구들과 떠나는 환상적인 모험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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