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진의 시대유감 - 나는 고발한다, 당신의 뻔한 생각을
정영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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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나와 너의 생각이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문제는 생각 없이 싸울 때 벌어지는 것 같아요. 자신만의 생각을 갖지 못하면 남의 말과 주장에 휩쓸리게 되고, 옳고 그름의 기준 대신 편을 가르는 식으로 판단하게 되는 거죠. 싸움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규칙 없이 마구잡이로 싸우는 것이 위험한 거예요. 여러 가지 이슈들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며 정정당당하게 본인의 생각으로 싸우자고, 싸움을 거는 책이 나왔네요.

《정영진의 시대유감》은 팟캐스트, 인터넷 방송, 유튜브 채널 등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로 알려진 정영진 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뻔한 생각 말고 자신만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요즘 뉴스를 보면서 참으로 답답하고 힘이 드네요. 무엇을 말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얼만큼 진실을 말하고 있느냐, 그 이전에 말과 행동이 다르다면 그 무엇도 들을 필요가 없어요. 이 책에서는 세 가지 파트, 즉 '모순을 밝히다', '가식을 비웃다', '소신을 말하다'로 나누어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의견과 주장을 들려주네요. 납득할 만한 내용, 완전 동의하는 부분도 있지만 전혀 다른 의견도 있기 때문에 읽는 내내 혼자만의 토론을 벌였네요. 어릴 때부터 '튀지 마라', '나대지 마라'는 잔소리를 들어온 세대라서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지 않았는데 요즘은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생각한 것을 잘 표현하고, 생각한 그대로 행동하며,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아는 어른이 되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책 제목처럼 시대유감이지만 혼란한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돼요. 무지한 군중 프레임은 이제 그만, 우리 각자는 현명한 개인답게 소신껏 살아갈 수 있다고요. 경제, 정치, 사회, 문화, 교양 등등 여러 분야에 대해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열린 자세로 끊임없이 배워간다면 얼마든지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이리저리 두들기고 쪼개고 뒤집어가며 생각 싸움을 벌여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진짜 배격해야 할 사람들을 잠깐 짚고 넘어가자. 방송이나 토론 혹은 사석에서 '심사숙고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며 답을 피해 가는 사람들, '우리 사회가 책임을 지고 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본인 생각은 실종된 사람들, '이들에게도 저들에게도 피해 없이 모두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며 성인군자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이야마로 (종교인이 아닌 이상) 이 세상을 재미없게, 그리고 한심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답 없는 토론을 조장하고 본인들만 상처받지 않고 빠져나가기 위해 저런 말들을 내뱉는다. ... 이런 사람들이 미디어에서 여전히 기세등등한 파워 스피커가 되는 것은 우리가 생각이 없고 비겁하기 때문이다. 적당히 누구나 좋아할 법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조심하자. 이들이 사람들의 사고를 방해한다. 생각하는 사람들을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는 정말 '나쁜' 사람이다. 생각하고 싸우자. 싸우고 또 생각하자. 생각이 끝나면 삶도 끝난다." (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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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세계사 365 - 역사책 좀 다시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요나스 구세나에르츠.벤저민 고이배르츠.로랑 포쉐 지음, 정신재 옮김 / 정민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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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역사책 좀 다시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이 나왔어요.

《쓸모 있는 세계사 365》는 역사학자 세 명이 함께 만든 책이에요. 저자들은 요나스 구세나에르츠, 벤저민 고이배르츠, 로랑 포쉐이며, 역사학자이자 팟캐스트 <다시 역사 공부를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역사>의 공동 제작자라고 하네요.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하다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멈추게 됐는데, 역사 관련 팟캐스트를 개설하여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초심자를 위한 역사책까지 출간하게 된 거래요.

이 책은 일 년 365일, 세계사에서 그날그날의 의미 있는 사건들을 골라 '오늘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어요. 과거의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이 질문에 관한 답변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일 하나씩 흥미롭고 놀라운 세계사의 순간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역사의 범위가 워낙 넓다 보니 한 권에 모든 내용을 다룰 수는 없지만 기원전부터 2000년대까지, 각기 다른 대륙의 역사를 두루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하네요.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가듯이 하루에 한 가지 사건, 1일 1페이지 365가지 역사적 사건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현대 미국 문학의 대표 작가이자 민권 운동가인 제임스 볼드윈은 이렇게 말했대요.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관한 것이 아니고 실은 과거와는 거의 상관 없다고, 역사가 강력한 힘을 갖는 건 우리 안에 역사가 있기 때문이라고요. 역사는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안에 실재한다는 걸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오늘, 그날의 역사적 사건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날마다 1분 세계사 이야기를 통해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네요.


Jan. 10 : 루비콘강을 건넌 카이사르

= 기원전 49년 1월 10일, 율리우스 카이사르(BC 100~ BC 44)가 군단병들을 이끌고 루비콘강을 건넌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Alea iacta est", 카이사르는 강을 건너기 직전 이 유명한 말을 남긴다. 바꿔 말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그렇다면 행운이 작용하기를' 정도의 의미다. 고대 로마는 원로원을 중심으로 한 공화정 체제였다. 카이사르가 갈리아 지방을 정복한 직후 원로원은 권력 남용과 부정부패 혐의로 그를 고소하고 국가의 적이라 선포하며 로마로 소환한다. 카이사르는 갈리아 지방 총독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루비콘강은 갈리아 키살피나 지역과 원로원의 직접 감시를 받는 비무장 지대 사이를 가르는 작은 강이었다. 카이사르는 원로원 허가 없이 군대를 이끌고 이 강을 건넜고, 이 혼란스러운 내전은 로마 공화정의 종말을 의미했다. 과거 수 세기 동안 로마 시민들은 자신의 손으로 중요한 직책의 인물을 뽑았다. 하지만 카이사르가 마침내 자신을 '종신 독재관'이라 선언했을 때 공화정의 시대는 끝을 맺는다. (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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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학 기행 - 방민호 교수와 함께 걷는 문학 도시 서울, 개정증보판
방민호 지음 / 북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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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한국의 근현대사를 되짚어 보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는 암울했던 비극들이 먼저 떠올라서,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분야가 있어요. 그건 문학의 세계, 칼보다 강한 펜이 존재하기에 고통과 슬픔을 녹여내어 희망을 전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시대를 담아낸 작품을 통해 우리는 배우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한국 근현대 문학에 대해서는 수업에서 배운 것이 전부인지라 작가와 작품을 아는 정도였는데, 서울이라는 공간을 문학인들이 살았던 역사의 현장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네요.

《서울 문학 기행》은 우리 문학의 사연이 깃든 서울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작가 12인과 이들 작품과 관련된 서울 곳곳에 숨겨진 문학의 흔적을 소개하고 있어요. '서울 문학 기행'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작가의 삶과 작품을 통해서 문학뿐 아니라 역사를 배우게 되네요. 이상의 경성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미쓰코시백화점 터(신세계백화점)와 이상의 집, 윤동주의 누상동 하숙집, 현진건의 집터와 창의문(자하문) 너머 부암동, 박태원의 소설 구보씨가 거닐던 종로, 광화문, 서울역, 청계천, 박인환의 동방살롱, 김수영의 구수영 옛 집터, 이광수의 홍지동 별장, 나도향의 생가 터, 임화의 종로 네거리(종로1가 사거리)와 종로6가, 손창섭의 흑석동, 이호철의 종로3가, 박완서의 소설 나목의 주인공이 거닐던 명동, 을지로입구까지 문학 속에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어요. 서울을 거닐며 문학 작품 속 주인공의 심정으로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이미 알고 있는 작가들이지만 다시금 진면모를 발견한 분은 작가 빙허 현진건이에요. 일장기 말살 사건은 진정한 언론인 기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역사소설가로서의 면모는 다음의 글을 통해 또렷이 드러나네요. "무영탑, 이 소설은 시대를 신라에 잡았으니 소위 역사소설이라 하겠으나, 만일 독자 여러분이 이 소설에서 역사적 사실을 찾으신다면 실망하시리라. 이 소설의 골자는 몇 줄의 전설에서 출발하였을 뿐이요, 역사적 사실이란 도모지 없다 하여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기록적 설화적 역사상 사실의 나열만이 역사소설이라 할진대 이 소설은 물론 그 부류에 속하지 않을 줄 안다. 어떤 한 시대, 그 시대의 색채와 정조를 작자로서 어떻게 재현시키느냐, 작자의 의도하는 주제를 그 시대를 통하여 어떻게 살리느냐,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줄 믿는다." (113-114p) 한때 민족주의 지도자를 자처했던 최남선과 이광수가 변절하여 친일파로서 호위호식할 때, 현진건은 그들의 배신과 변절을 준엄하게 꾸짖으며 끝까지 옳은 길을 선택했어요. 이 귀한 작가를 기리는 문학관은 아직 없고, 동대문구에 세워진 제기동감초마을 현진건기념도서관이 그를 기리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하네요. 친일파 청산의 실패로 여전히 묻혀 있는 역사적 의인들을 발굴하고 널리 알리며, 기리는 작업이 필요하네요. 이광수의 변절과 친일 협력 행위를 대표하는 홍지도 별장, 그가 아무리 근대 한국 문학사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해도 역사적 책임을 피할 수는 없어요. 사죄하지 않는 자를 강력하게 단죄하지 않으면 청산할 수 없고, 뼈아픈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어요. 역사가 돌고 도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반복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해요. 기억해야만 반성하고 바꿔나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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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일기
최민석 지음 / 해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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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민석의 마드리드 일기, 유쾌하고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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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일기
최민석 지음 / 해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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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마드리드 일기》는 소설가 최민석 작가님의 책이에요.

보통 여행을 다니며 쓴 글은 '여행기' 혹은 '여행에세이'라는 제목을 붙이기 마련인데, 왜 '일기'일까요. 그건 실제로 자유롭게 떠난 여행이 아니라 토지문화재단과 스페인 문화체육부가 협정한 '교환 작가 프로그램' 일정으로 두 달간 마드리드에 머물렀기 때문이에요. 정해진 두 달은 공식적인 일정이라 스페인 측에서 제공한 숙소에서 지냈고, 그 후 보름은 혼자 여행하는 개인 일정이었으니, 저자는 낯선 타국에서의 경험을 '일기'로 기록하자고 맘 먹은 거예요. 그리하여 '소설가의 마드리드 일기'가 탄생했네요.

이 책은 '일기'답게 시간의 흐름 순으로 2022년 9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어요. 집에서 일상을 보내며 쓰는 '일기'와 살짝 다른 점은 두 가지예요. '오늘의 일기'가 아니라 하루나 이틀 지난 '그날'의 기록이라는 점, 또 하나는 독자들을 염두에 뒀다는 점. 아무래도 작가의 숙명이 아닌가 싶어요.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늘 뭔가를 써야만 하니 말이죠. 저자 왈, 여행 중에도 원고를 보내야 하는 자신을 가리켜 '노동자형 여행자'라고 했는데 적절한 호칭인 것 같아요. '여행자'라는 단어가 지닌 의미와는 영 딴판이지만 바로 그 점이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인 것 같아요. 위험을 무릅쓰고 떠나는 모험의 시절에는 여행이 자유, 일탈, 고행 등등 대단한 목적을 취했다면 지금은 셀렘과 즐거움을 위한 요소들이 훨씬 더 커졌고, 그러한 경험들을 타인과 자유롭게 공유하는 시대가 되었네요. 스페인 마드리드를 간다는 건 옆 동네 마실 가는 일과는 차원이 다르지만 '마드리드 일기' 덕분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마드리드와 그곳에 관한 이야기가 친근한 일상의 경험으로 느껴졌네요. 일단 재미있어요. 피식 웃음이 나는 상황들을 작가님의 필력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것 같아요. 마드리드의 교통 사정이 익숙지 않아서 자전거를 구입하게 되는데, 영화였다면 멋지게 사이클을 타는 장면이 나오겠지만 현실은 헷갈리는 도로 상황과 약해진 체력 때문에 당황하다가 어깨 통증만 남았다네요. 이 자전거를 돈키호테의 애마인 '로시난테'라는 이름을 붙여주고(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송곳 같은 거북선'이라고 함) 잘 타고 다니다가, '왈라팝'으로 한국에서도 해본 적 없는 중고 거래를 성공하여 뿌듯하고 기뻤다는 저자를 보면서 이것이 여행의 묘미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낯설고 새로운 경험이 주는 설렘,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느끼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여기에 웃음까지 더한다면 최고일 거예요. 어떤 경험이든지 그 안에서 기쁨과 즐거움, 재미를 찾을 수 있다면 완전 행운인 거죠. 소소하지만 재밌는, 낯설지만 어딘가 친근한 마드리드에서의 특별한 일기였네요.



직원이 조심스레 사진을 한 장 찍자 했다.

방금 전까지 내 직업이 소설가라는 대화를 나눈 사실로 미뤄보아,

그가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 한 걸로 추정됐으나, 나는 세속적 욕망과는 거리를 둔 작가처럼 겸손하게 답했다.

"사진이라니요. 저는 그냥 글만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합니다."

내 말에 젊은 직원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노노노노노. 마드리드에는 자전거 도둑이 많습니다. 쎄뇨르(선생).

구매한 사람을 자전거와 함께 인증샷으로 남겨야 합니다.

그래야 선생이 자전거를 도난당했을 때, 경찰이 이 사진을 보고

선생이 자전거의 원래 주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큰 혼돈의 세계로 잘못 진입한 느낌이다. (19-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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