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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일기 - 전 세월호 대변인이 들려주는 4월의 이야기
고명석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네요.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그날의 바다는... 힘들지만 그때의 일들을 있는 그대로 정리한 책이 나왔어요.
《팽목 일기》는 2014년 4월 현장에서 대변인 역할을 했던 고명석 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해경 장비기술국장 직책에 있었는데 중대본 측 행정안전부 OOO 국장의 요청으로 언론 브리핑을 했는데, 이것이 예정에 없던 대변인 역할의 시작이었다고 하네요. 잘못된 구조 인원 발표로 신뢰를 잃은 중대본을 대신해 언론 브리핑을 했으나 현장에 가 본 것이 아니라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기 어려웠다고 해요. 희생자 구조와 수습 상황을 두 달 넘게 브리핑하다가, 11월 신설된 국민안전처 대변인을 하게 되었고, 2017년 4월 세월호가 뭍에 올라왔을 때는 서해지방해양경비안전본부장으로 세월호 미수습자 선체 수색을 지원했다고 하네요. 사고 발생 직후 정부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무분별한 언론 보도로 혼란했던 그때 그 시간들을 되짚어보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집필 이유는 단 하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슬픔이나 고통이 있더라도 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거예요.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지만 현재를 바꾸면 미래는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바다 안전에 관한 저자의 견해는 우리가 몰랐던 바다의 현실과 해양 구조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해양 사고가 발생하면 구조에 초점을 두지만 침몰한 배에서 조난자를 생존 상태로 구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하네요. 그래서 구조 이전에 예방에 집중해야 하며, 정책의 우선순위도 예방에 초점을 맞추어 치밀한 정책을 만들고 현장에서 까다롭게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 현재의 조난 사고 구조 시스템이 최선인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네요. 아프더라도 냉정하게 그때의 일들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네요.
"우리는 세월호 사고를 접하며 바람, 희망, 규범이라는 단어에 매달렸다. 전원 구조가 현실이길 바랐고, 선내 방송은 반드시 했어야만 했으며, 그래서 아이들이 살아서 돌아올 것을 희망했다. 그 배는 전복되지 말았어야 했고, 전복된 후에도 그 안에 에어포켓이 있어야만 했다. 맹골 바닷속을 잠수하여 아이들을 한시라도 빨리 데려오길 원했고, 모든 희생자가 빠짐없이 인양되길 희망했다. 이 모든 것은 바람이었다. 우리 모두가 애타게 원하던 바람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바람은 안타깝게도 현실과 거리가 있었다. 그러니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바다의 조류, 파도, 환경, 물리적 조건, 이런 것들이다. 우리는 거기서부터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사실과 동떨어진 것을 사실처럼 믿게 해서는 안 된다. 재난 상황에서 그것을 토대로 의사 결정을 하거나 행동을 해서는 더욱 안 된다. 집단적 정서, 감정으로 재난을 수습할 수는 없다." (244-245p)
참사로 인한 슬픔과 고통은 인간이라면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이기에 막을 도리가 없지만, 문제는 그 감정과 정서를 악용했고 제대로 진상 규명을 하기는커녕 진실을 덮으려 했다는 점이에요. 국가 시스템, 집단적이고도 조직적인 무능이 가져온 비극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에 팽목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어요. 책임지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고, 사회를 혼란하게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