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 이외수의 소통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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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작가의 이름 석자만을 보고 책을 골랐다.

이유는 없다. 그저 그의 글들이 좋으니까.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가로16 x 세로25 - 제법 큰 책 속에는 반 토막도 안 채워진 글과 이름 모를 야생화가 그려져 있다. 203개의 짤막한 글들과 55개의 야생화 그림. 이렇게 숫자를 나열한들 이 책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들은 어떤 사람을 이렇게 설명한다.

25살, 키165센티미터, 몸무게55킬로의 용모 단정한 여자.

이런 설명과 기준만으로 평가되는 세상.

‘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뭐라고 답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봤다.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도 답은 하나 뿐이다.  “나는 나다.”

여자도 여자를 모르고, 남자도 남자를 모른다.

그러나 여자와 남자는 사랑을 한다.

이별을 한다. 아파한다.

사랑했기 때문에 아픈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사랑을 모르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나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내 아픔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 아픔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서 아픈 사람은 없다.

사랑은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면서 아프다고 한다.

사랑이 뭔 줄도 모르면서.

이외수의 소통법은 그런 식이다. 그의 글을 읽노라면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이외수가 말하는 진정한 사랑은 꽃가게에서 파는 다듬어진 꽃다발이 아니다.

우리처럼 이 땅을 밟고 서 있는 야생화 같은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가 아닌 그저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게 꽃을 피워내는

야생화 같은 것이다.

우리에게 사랑은 본능이다.

누굴 미워하고 시기하고 화내고 짜증내는 사람은 자신이 더욱 괴롭다.

그것은 자신의 본능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이 책에서 알려고 하지 말자.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잠시 잊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을 보여 준다. 아름다운 야생화를 보며

흐믓한 미소를 지어 본다. ‘ 너, 거기에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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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에 대한 6가지 질문 - 전략선택을 위한 6가지 경영이야기
야마네 다카시 야마다 히데오 지음, 황선종 옮김 / 멘토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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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에 관한 책이라면 먼저 딱딱한 이론서를 떠올리고, 읽을 생각조차 않던 나에게 이 책은 참 신선하다. 제목부터 깔끔해서 쉽게 펼칠 수 있었다. 복잡하게 경영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여섯 가지 질문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경영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인 내게는 아주 적합한, 읽기 편한 경영 이야기책이었다.

기업 경영의 목표는 무엇인가? 수익을 내는 것이다. 수익이라는 경영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경영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 책이 많은데 이 책은 그 전략의 결과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바로 실제 경영에 있어 수익을 올리는 전략이 무엇인지를 여섯 가지 질문을 통해 실제 기업의 결산서로 수익의 구조를 설명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각 장마다 알아두면 좋은 회계 지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어려운 회계 용어가 나와도 책을 덮을 일이 없었다. 회계 규칙은 국가 간의 힘겨루기로 결정되기 때문에 일본의 경우와 미국의 경우가 다르다고 한다. 우리 나라는 어떤 회계 기준을 사용하는지 궁금해졌다.

실제 기업들의 사례와 결산서를 바탕으로 그 성과를 측정한 내용을 보면서 회계 기초 지식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수익을 올리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기초적인 회계 지식을 알게 되어 유익했다.

여섯 가지 질문 중에 가장 관심이 가는 질문은 적자 기업이 흑자 기업을 M&A할 수 있는가?이다. 경제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기업 매수나 합병에 대해 막연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매수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기업의 크기인 매출액과 상관없이 적자 회사가 흑자 회사를 매수하는 것이 가능했다. 중요한 점은 여기서 말하는 적자를 이해하려면 결산서에서 마이너스를 유발한 연결조정감정상각액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쉽게 말해 기업 매수를 위해 지불한 프리미엄을 회계상에서는 손실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런 손실은 앞으로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회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지만 발전 가능성은 높은 것이다. 반면, 흑자 회사는 경상 이익은 흑자를 내고 있지만 매출액과 이익률은 점차 떨어지기 때문에 순이익을 따지자면 적자 경영인 셈이다. 그래서 적자 회사가 흑자 회사를 매수하고, 주식 시장에서는 눈앞에 이익을 내는 흑자 회사보다 불확실하지만 장래 이익이 예상되는 적자 회사의 주식 시가 총액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주식 시장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이런 평가를 통해 진짜 수익을 올리는 우량 기업을 보는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인 기업은 이익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가?는 다시 말해서 기업의 이익은 저축해야 할까, 사용해야 할까?라는 질문이다. 여기서는 실제 일본 기업 중에 각각 현금, 주식, 토지 보유량이 많은 기업을 통해 설명한다. 결론은 토지든 돈이든 이를 활용해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경영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업이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유용하게 활용할수록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법이다. 경영자는 끊임없이 수익을 올려야 하며, 그 수익을 직원이나 주주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에게 분배해야 한다. 경영 이익으로 토지나 예금, 주식만 늘려놓은 채 안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경영 자원의 보유 방식은 기업 환경과 판단 기준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지금은 좋은 기업의 기준을 절대적인 크기보다 기업의 효율성에 둔다. 경영이란 기업의 저장 자원을 계속 늘리는 행위이며, 이를 확대 재생산이라고도 한다. 회계 업무에서 대차대조표를 가계부와 비교해서 이해하듯이 효과적인 경영 전략은 우리 인생의 성공 전략과도 같다.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 남는 방법은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며 발전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전략과 그 전략 성과를 통해 실제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경영에 대해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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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가르치는 우리 아이 처음 국어
이은미 지음 / GenBook(젠북)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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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책 읽기를 통해 얻는 것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는 있지만 책 한 권으로 국어 공부를 제대로 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용기가 생겼다.

아이에게 말을 가르칠 때 굳이 가르친다는 생각 없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해주거나 노래를 들려주었던 것처럼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면서 국어 공부를 즐겁게 하자는 것이다. 저자가 알려준 방법은 의외로 평범하다. 아이 수준에 맞는 그림책을 이용해서 말하기와 듣기/읽기/쓰기의 세 영역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책이라면 웬만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있는 것인데 이것이 새삼 비결일 수 있을까 싶지만 책을 읽다 보면 문제는 부모의 세심한 배려와 노력의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권장 도서나 추천 도서라고 아이에게 전집을 선물하고-과연 아이가 선물이라고 느낄까?- 모두 읽기를 강요하는 부모라면 아이에게 책은 하기 싫은 숙제로 여겨질 것이다. 나 역시 전집을 한 번 사주고는 그런 적이 있다. 아무래도 목돈을 들여 장만해주었으니 책이 닳을 정도는 아니래도 전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욕심일 뿐, 야속하게도 아이는 자기가 보고 싶은 책만을 본다.

부모가 읽기를 바라는 책이 아닌,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고르는 배려와 책을 함께 읽으면서 대화하는 과정이 즐거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 오히려 욕심을 버리고 아이에게 다가갈 때 아이는 더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엄마가 가르치는 우리 아이 처음국어>는 특별한 비법이 아닌 가장 소중한 엄마의 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국어 능력이 학원을 다니면서 따로 익혀야 할 기술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경험하는 의사 소통을 통해 자연히 터득할 수 있는 것임을 알려 준다.

 엄마의 사랑이 묻은 정감 있는 목소리로, 되도록 언성은 높이지 말고 정확한 발음으로, 조리 있는 언변은 아니어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빠짐없이 그리고 말이 끝나는 순간까지 웃으면서……

초등학교 저학년에 배우는 모든 과목들은 앞으로 배워야 할 것들의 기초가 된다. 더 빨리 먼저 쌓고 싶다고 기초를 소홀히 하면 결국은 무너지고 만다. 한 숟가락씩 꼭꼭 씹어먹는 밥이 소화가 잘 되듯이 하나씩 배워가면 된다. 이 책은 실천하기 쉽고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 준다.

듣고 말하기 부분에서는 다섯 고개, 수수께끼, 한 문장씩 이어 가며 이야기 만들기 등의 활동이 나오는데 모두 재미난 놀이를 하듯이 문장을 듣고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어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수수께끼는 어릴 적에 재미나게 풀었던 기억이 난다.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져야만 하는 사람은?                           (지게꾼)

머리에 올려 놓지 않고 쓰는 것은?                                     (글씨)

우리말의 동음이의어와 관련된 수수께끼이다. 또 수수께끼와 관련된 내용의 그림책을 활용하는 것도 재미난 것 같다. 함께 해주는 엄마가 즐거우면 아이도 즐거울 것이다.

말하기와 듣기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말하기가 아이 말하기를 비추는 거울이란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의 말하기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발음 문제는 책 읽기 중 소리 내어 읽기로 발음 교정이 된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소리 내어 읽기를 하는 것이 바르게 말하기 연습이 될 것이다. 나 스스로도 올바른 국어 사용을 위해 공부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 부분에서는 무엇을 읽은 것인지 좋은 책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기본적으로 부담 없는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고르라는 것과 우리말이 살아 있는 우리 작가의 우리 그림책을 읽자는 것이다. 내가 간과했던 점은 원작에 대한 것이다. 요즘은 결말을 제멋대로 바꾼 책들이 많은데 그것은 원작 고유의 정서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세계 명작 동화는 원작 내용에 충실한지, 번역을 제대로 했는지를 살피고 우리 전래 동화 역시 원작을 읽게 해주라는 내용은 공감이 간다.

마지막 쓰기 부분은 일기 쓰기, 독후감 쓰기, 받아 쓰기로 쓰기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세 가지 활동을 설명해준다. 글쓰기는 아이의 국어 공부에 있어서 중요한 기술이다.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편안하게 글로 써낼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의 지적 사고와 표현 능력을 갖춘 것이므로 성숙한 사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상황에 맞는 글쓰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특히나 글쓰기는 저절로 생겨나는 능력이 아닌 만큼 아이의 발달 시기에 맞는 체계적인 글쓰기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처음 습관을 제대로 들이기 위해서는 엄마의 노력이 필요하다. 저학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세가지 쓰기 활동을 통해 기본기를 다진다면 아이가 자신감 있게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따라할 수 있는 글쓰기 유형과 간단한 원칙들이 제시되어 있다.

아이를 위해 비싼 과외, 학원에 보내지 못한다고 속상해 하는 부모들에게 힘이 되는 책이다.
아이의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부모의 몫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아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배우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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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를 꿈꾸는 초등학생을 위한 기적의 영어단어 1단계 (CD 2장) - 중학교 1학년 교과서 단어 기적의 영단어 + 쓰기 노트 3
책아책아! 영어 콘텐츠 연구소.리차드 패니어 지음 / 길벗스쿨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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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영어와 중학교 영어의 수준 차이가 크다. 그래서 중학교에 입학하면 갑자기 어려워진 영어 때문에 아이들이 당황하게 된다. 그런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책이 나왔다.

바로 <기적의 영어 단어>이다. 특별히 특목고를 꿈꾸는 초등학생을 위해 기획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의 장점은 꾸준히 하루에 20개씩 딱 30일만 공부하면 중학교 1학년 교과서 필수 단어 600개를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시디 2장은 오늘의 단어와 뜻, 예문을 반복해서 들려주기 때문에 듣기 연습을 함께 할 수 있다. 영어 단어책은 많아도 쉽게 익힐 수 없다면 소용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오늘 예습하고 내일 다시 확인하는 이중 체크리스트로 꼼꼼하게 외울 수 있다. 또 빨간색 셀로판지를 활용해서 외운 것을 다시 확인해 볼 수 있다.

아이의 영어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엄마가 선택해 줄 만한 책이다.

3파트로 구성되어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 순으로 0순위, 1순위, 2순위 단어라서 무조건 외우기 보다는 효과적인 구성이다. 단어 이외에 단어의 예문 또한 7종 교과서에서 발췌한 것이라 이 책 한 권으로 중학교 1학년 영어는 완전 마무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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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지음, 이상해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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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끌려 읽게 되었다. 책과 바람날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니까.

부제목 또한 재미있다 - 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에 대한 소소한 고찰.

책을 자주 읽는 이들이라면 일상적인 이야기일 수 있는 평범하면서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저자 아니 프랑수아 30년간 오로지 책 읽는 일만 한 사람이다. 직업적으로 편집일을 하다보니 의무적인 책 읽기와 일상에서는 본인이 너무도 좋아하는 책 읽기로 이루어진 그녀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침대에 누워 책을 읽어야만 잠들 수 있는 그녀의 습관은 아마도 책이 그녀에게 주는 의미, 그만큼의 친밀감이 아닐까 싶다. 나는 워낙 뒹굴거리며 책을 봐서 처음에는 의자에 앉아 보다가 어느새 누운 채로 앞으로 나란히를 하고 책을 보고 있다. 책을 만만하게 본다.

예전에는 새책을 사면 애지중지 구겨질까, 손때 탈까 조심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책에 대한 예의가 없어진 모양이다. 맘에 드는 구절이 나오면 서슴없이 펜을 들어 그어주는 과감함이 생겼다. 책에게 너무 예의를 갖춰 대하다 보니 멀어지고 책장에 얌전히 모셔놓게 된 것 같다. 너무 멀어진 타인처럼 말이다. 책이 책장에 그냥 꽂혀져만 있다는 것이 오히려 책을 더 무시하는 처사라서 마음을 바꿨다. 만만하게 생각하자고.

보고 싶을 때는 언제든 휙휙 들춰보고 펜으로 그어진 부분이 많은 책, 손때 묻은 책들은 그만큼 나의 사랑을 받았다는 징표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니 프랑수와는 독서광이다. 그녀가 말하는 독서광 일반병리학을 보며 웃음이 났다.

“….책을 가지고 다니는 일만으로도 독서광은 부두 노동자로 변하고 만다. 간단히 말해, 적어도 3킬로그램을 어깨에 메거나 등에 짊어지고 다니다 보면, 제2경추부터 미저골에 이르기까지 척추가 변형되어 망가진다.대부분 어딘가에 괴고 있는 팔꿈치에 생기는 까끌까끌한 못이나 접촉성 피부염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그것은 귀를 약간 멀게 만든다. (그거 다 읽고 나서 샐러드 좀 사다 줄래?  “……” ) 끓기 시작한 주전자의 분노에 찬 날카로운 외침만이 독서광을 선택성 청각 장애에서 끄집어낼 수 있다.독서는 잠을 못 자게 만든다.독서광은 손전등, 가로등, 깜빡이는 네온등, 자동차 미등, 촛불의 가물가물한 빛 아래에서도 눈을 비벼가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대부분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안경을 쓴다……”

나는 독서광은 아니지만 정말 흥미진진한 책을 읽을 때만큼은 독서광과 비슷한 모습이다. 한 장을 넘길 때의 안타까움, 읽는 순간에는 누구에게도 방해 받고 싶지 않은  자폐성, 위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는 귀를 닫는 선택성 청각 장애까지.

그녀는 책을 마약과 같다고 생각한다. 독서광, 책중독증 만약 이런 질환명을 만든다면 해당되는 사람이 꽤 될 것이다. 중독이란 표현은 독서로 인해 일상 생활이 불편하거나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평생 책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라면 마약의 중독성보다 강하다 할 수 있겠지 싶다. 그녀가 책벌레, 책 허기증 환자가 된 것은 주변의 권유가 아니라 오히려 읽지 말라는 억압, 금기에 대한 반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재미난 일이다. 우리도 어릴 적에 하지 말라는 것에 더 집착하고 어기는 순간의 쾌감을 느끼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책을 읽지 않는 아이 때문에 걱정인 부모에 대한 충고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부모가 먼저 책에 빠져 보라고, 그런 뒤에 서재에 아이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어린 녀석이 어딜 감히!라는 모욕적인 말로 그들을 쫓아내라고. 그렇게 해도 책에 흠뻑 취하는 방식으로 반항하지 않는 아이는 진정한 반항아, 호기심도 없는 아둔한 녀석, 혹은 자극해봤자   씨도 안 먹히는 철학자라고.

요즘은 아이들에게 책을 좋아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면서 정작 부모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아이들도 책과 멀어질 것이다. 책 읽는 즐거움은 마치 행복한 바이러스와 같다. 누군가 책에 빠져 재미있게 읽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속으로 무슨 책일지 궁금할 것이고 적극적인 사람은 그 책을 빌리거나 사서 보게 될 것이다.

가을이다. 선선한 바람이 쾌적한 느낌을 준다. 책상 한 켠에 보고 싶은 책들을 쌓아놓고 흐믓한 미소를 지어본다. 나의 손길과 눈길이 오길 간절히 기다리며 얌전히 놓인 책들에게 골고루 애정을 주리라 생각하면서.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책과 관련된 다양한 수다를 떤 느낌이다. 얇고 손에 쏙 잡히는 책 크기가 맘에 든다. 역시 책은 만만해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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