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해치는 맛있는 유혹 트랜스 지방
안병수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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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가의 전작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맛있는 유혹>은 그 당시 꽤 충격적이었다.

흔히 아이를 키우면서 과자를 간식거리로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자의 유해성을 그저 치아가 썩거나 살 찌는 정도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진실이었다. 사랑하는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과자는 절대로 먹여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과자의 충격적인 보고서가 서서히 잊혀지면서 주변에 과자를 먹는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번에 작가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내 아이를 해치는 맛있는 유혹 트랜스 지방>이 그것이다. 과자가 아이들 몸에 해롭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해로운 식품은 과자만이 아니다. 바로 트랜스 지방이 들어간 식품들도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학자들이 트랜스 지방산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른 것도 금새 드러나지 않고 서서히 우리 몸을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분명 과자를 비롯한 트랜스 지방산이 함유된 식품을 안 좋은 줄 알면서도 먹는 이유는 입맛에 좋고, 당장 아무런 위험을 느끼지 못해서다.

그래서 이 책이 주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 트랜스 지방산의 실체와 위험성을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현재 판매되는 식품 중에는 트랜스 지방산 0g으로 표시된 것은 규정상

0.2g미만이면 0g으로 표시할 수 있다.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서서히 병들게 하는 규정이다.

우리 몸에 독처럼 그대로 쌓이는 트랜스 지방산을 모르는 사이에 섭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우리 사회의 건강한 식생활 개선을 위해 일하고 있는 작가는 무뎌진 소비자들을 다시금 각성하게 해준다. 솔직히 안 좋은 줄 알지만 알고 나니 먹을 것이 없어서 그냥 모르는 척 살겠다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워낙 트랜스 지방산이 함유된 식품들이 많다 보니 그것을 제외한 음식을 찾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귀찮다는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일반인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지방 중에 좋은 지방이 무엇인지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가고 있다.

평상시에 트랜스 지방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일반인이 등장하여 질문하고 작가가 설명하는 형식이라 이해도 쉽고 재미 있다.

요즘은 날씬하고 건강한 몸매를 위해 다이어트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만큼 삶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보여지는 몸도 중요하지만 건강은 보이지 않는 몸 속부터 지켜야 한다. 어른들이 먼저 올바른 식생활을 실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인지 아는 것은 기본이요, 실천은 의무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먹거리에 관심을 갖고 해로운 트랜스 지방을 외면해야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은 건강한 몸과 마음일 것이다.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먹거리에 대한 소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식품에 대한 관심은 비단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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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내가 알았더라면 - 성공한 여성 30인이 젊은 날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엘린 스프라긴스 외 지음, 김양미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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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여성들은 젊은 시절에 뭔가 특별할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의 기대였다. 이미 성공을 거머쥔 그녀들이 젊은 날의 자신에게 쓴 편지니까 말이다. 그러나 당당하고 멋진 그녀들도 젊은 시절에는 평범한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젊음 하나만으로 무엇이든 가능하리라 여길 때도 있지만 온갖 시련들로 한 순간 좌절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서른 명의 여성들은 유명 배우, 기자, 상원의원, 전 국무장관, 운동선수, CEO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들의 눈부신 성공처럼 보여지는 모습도 훌륭하지만 그 내면에는 더욱 멋진 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시련, 실패 등은 누구나 마찬가지인데도 잠시 잊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왜 나만 이런 거지?라고 투덜대고 포기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녀들의 편지를 읽다 보면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자로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공감했다. 여자여서 할 수 없다는 것은 핑계였다. 그녀들은 아주 훌륭하게 해냈으니까.

그녀들은 마치 내 어머니처럼 딸아, 너는 이렇게 살아라.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의 내가 알았더라면 더 행복했겠지만 실은 자신을 향해서가 아니라 젊은 여성들을 위해서 알려준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소설가 리사 스코토라인의 편지였다.

자신감을 찾기 위해 네가 꼭 알아야 할 열 가지 조언을 해줄게.

1.       네 머리가 너의 생각보다 더 중요한 건 아니야.

2.       네 생각이 네가 어떻게 보이는가 보다 더 중요하단다.

9.       네가 계속 무시하는 그 작은 소리가 바로 네가 항상 귀를 기울여야 하는 목소리야.

10.    사랑하며 살아.

우리 삶에서 성공을 위한 열쇠는 바로 자신감이다. 그녀의 조언처럼 자신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중요하다. 성공이란 세상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무엇인가가 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먼저 나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이룬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을 믿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껏 성공한 남자들의 이야기는 많았다. 그러나 여기에 소개된 여성들은 성공 그 이상의 지혜를 알려줬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다는 것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분들을 알게 되어 기뻤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왠지 나 자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내가 누리고 있는 행복과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꿈은 내 안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에게도 말하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은 바로 어머니라고 말이다. 나에게 삶이란 선물을 주신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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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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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은 무엇인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는 한 손에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인간의 죄와 벌을 공평하게 다루고자 두 눈은 안대로 가리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많은 오해와 편견을 만들어 낸다.

정의의 상징은 한낱 이상이 아닐까? 이 세상에 정의란 존재하는 것일까?

이 책은 정의의 실체를 고민하게 만든다. 다음의 사건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판단을 할까?

십 대 소녀가 집으로 가는 도중 괴한에게 납치되어 강간을 당한 뒤 시체로 발견되었다. 범인들은 이미 여러 번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범인에게 가장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여길 것이다. 문제는 그 범인이 순진한 얼굴을 한 십 대 소년일 때이다. 법은 미성년자에게는 관대한 처벌을 한다. 아직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갱생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살인죄는 무조건 사형에 처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정의는 동일한 저울을 쓰지만 현실 속에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내가 가해자의 부모라면 비록 못난 자식이라도 보호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반면 피해자의 부모라면 가해자를 죽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상황들은 정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피해자 아버지의 심정을 생각하면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을 잃은 심정은 엄청난 고통일 것이다. 참혹한 범죄의 희생자였던 딸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복수는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로 복수를 위해 가해자를 살인한 경우는 어떠한가?

이 책은 읽는 사람을 마음 아프게 한다.

복수하고 싶은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실제로 복수를 위해 살인을 용납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그저 소설이나 영화였으면 좋겠다.

최근에 영화 <세븐 데이즈>를 봤다. 실력 있는 변호사의 딸이 납치된다. 납치범의 요구는 돈이 아니라 사형 선고가 확실한 강간, 살인범이 무죄 석방되도록 변호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서 파렴치한 범죄자를 풀려나게 해야 한다. 양심상 해서는 안 되는 변호지만 딸의 목숨이 다급한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소설이나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누가 이런 끔찍한 세상에 책임이 있는가?

사회의 마비된 양심은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에 상처를 내고 있다. 천사 같이 순수한 아이들이 사악한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어른들은 부정한다.

우리 애는 착해요. 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 나쁜 친구들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요.

세상은 정의를 제멋대로 이분법하고 있다. 나는 괜찮아도 너는 안 되고, 우리만 괜찮으면 너희들이 어떻든 상관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식의 정의가 세상을 무섭고 각박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방황하는 칼날>은 나랑 상관 없는 범죄 사건 이야기가 아니었다.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접하는 범죄 사건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상처 입은 이들은 우리의 이웃이며 가족일 수 있다.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에게 그 만큼의 상처를 주겠다는 마음에 공감하면서도 과연 그것만이 최선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이미 서로를 향해 보이지 않는 칼을 들이대며 사는 세상이라면 너무나 절망적이다.

정의의 칼은 자신만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정의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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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리처드 용재 오닐 지음, 조정현 엮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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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용재 오닐과 클래식 음악

내게는 낯설다. 워낙 클래식을 멀리 하다 보니 그와 관련된 사람들도 관심 대상은 아니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약간의 심경 변화를 일으키게 했다.

비올라는 내 삶이고, 내 인생의 전부라고 말하는 사람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음악에 대해 조금씩 끌렸다. 그가 연주하는 비올라는 독주곡이 많지 않고 바이올린, 첼로와 함께 하는 협주곡이 더 많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 속에 어울려 조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그와 비올라는 닮았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겸손한 비올라와 같은 사람이라면 왠지 편안하게 다가서고 싶다.

만약 어려운 클래식 이야기를 했더라면 몇 장 읽다가 덮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일반인들에게 클래식은 어렵고 다가서기 힘든 분야, 또는 교양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지식쯤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그러나 리처드 용재는 자신의 가족을 소개하듯 자연스럽게 음악을 이야기한다. 음악은 느끼면 되는 것이지, 잘 알아야 될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그에게 클래식 음악은 인생을 아름답게 해주는 힘인데 왜 내게는 부담스러울까?

아마도 이런 생각의 차이는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할아버지 덕분에 늘 음악을 들으며 자랐고 교육상의 이유로 텔레비전은 본 적이 없었다. 그의 고향집은 작은 농촌 마을인 세큄에 있다. 창문을 열면 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들판이 있는 곳이라 낭만적이라고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나라의 바쁜 농촌 마을과 비슷했던 것 같다. 보통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을 거란 추측을 하는데 그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음악을 선택한 경우다. 미국은 음악과 같은 예술 재능이 있으면 장학금 혜택이 있어 대학을 갈 기회가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어린 시절에 두각을 나타낼 정도의 천재성을 보인 것은 아니다. 그의 말로는 평범했다고 한다. 어떤 선생님은 재능이 없으니 그만 두라는 말까지 해서 상처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없는 사랑으로 용기를 주는 가족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음악은 경쟁을 통해 성취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삶이었던 것 같다.

내게 클래식 음악이란 시험을 위한 공부여서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음악은 자연스러운 것인데 억지로 머리로 받아들인 탓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별로라는 느낌만 남았다. 클래식이라고 해서 더 특별할 필요는 없는데 우리의 음악 교육은 오히려 그 점을 강조했던 것 같다.

그에게 음악이란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장 좋은 친구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시켜주기 위한 것이다. 그가 바라는 공감은 바로 클래식 음악을 통한 교류인 것이다.

그가 말하는 클래식이 우리에게 주는 7가지 선물은 우리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슬픔을 위로 받고 싶을 때, 성공의 기쁨을 누릴 때, 외로울 때......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음악이 함께 한다면 더욱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편안한 미소처럼 클래식이 조금은 친근하게 다가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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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 - 젊은 의사가 고백하는
베르너 바르텐스 지음, 박정아 옮김 / 알마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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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직 의사였던 작가의 양심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의사들의 말실수, 치명적인 의료 사고 등 실제 벌어졌던 일들을 여과 없이 담고 있다. 그래서 서두에 조심스럽게 <주의사항>을 밝히고 있다.

잘못된 병원과 의사들의 관행을 고쳐 보려는 의도로 쓰여졌기 때문에 현재 훌륭하게 의료 활동을 하고 있는 의사들과는 상관 없다는 점이다. 환자에게 헌신적인 의사들과 그런 의사를 만나 본 사람들은 이 책이 필요 없다. 문제는 이들을 제외한 일반 독자들이다.

이 책의 위험과 부작용은 책을 읽으면 병원과 의사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모르는 채 속는 것 보다는 제대로 알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그것은 아직까지 존경할 만한 의사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히 병원과 의사는 환자를 위해 존재하지만 그 사실을 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환자로서 병원을 갈 때면 마치 죄인이 된 기분이 든다. 스스로 건강을 잘 관리하지 못한 대가를 받는 것처럼 말이다. 고압적인 분위기에서 자신이 무슨 질병이 생긴 건지 설명을 들을 수도 없다. 그저 의사의 처방 대로 정해진 약을 먹으면 그만인 것이다.

예전에 아는 분이 심한 두통 때문에 동네 의원에 간 적이 있다. 의사는 혈압을 재보고 높다면서 혈압약을 처방했다. 이전에 혈압 문제는 전혀 없던 분인데 연세가 많으니까 대충 진단을 내린 것이다. 머리가 계속 아픈데다가 두피가 이상해서 피부과를 가보니 대상 포진이었다. 두통의 원인도 그 때문이었다. 결국 본인이 피부과를 가지 않았다면 엉뚱한 혈압약을 계속 먹어야 했을 것이다.

환자는 철저히 약자 입장이다.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에게 전적으로 의지한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의사는 대단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냉정하게 자신을 맡겨도 될 만한 의사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종속적으로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이들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쥔 것은 의사지만 주도권을 넘긴 것은 환자 자신이다. 예전에는 의학 지식에 관해 거의 몰랐기 때문에 무조건 의사에게 끌려갔다. 요즘은 의학 지식, 정보가 넘쳐나지만 병원과 의사라는 권위를 앞세워 환자를 꼼짝 못하게 만든다. 이제는 잘못된 권위에 맞설 때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의지가 대단하다. 의료계의 치명적인 결점을 드러낸다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옳은 일이겠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가 밝힌 내용들은 의료계의 어두운 진실이다. 상처는 감추고 덮어버리면 곪는다. 내 몸의 일부니까 상처를 그대로 놔두어야 될까?

아니다. 누군가는 상처 나서 곪은 부위를 도려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는 더 커지고 심해질 것이다. 그는 자신이 속했던 의료계의 고질적인 병폐에 차가운 메스를 댔다. 눈 앞에 드러난 상처가 보기 흉하지만 직시해야 한다.

누가 상처를 냈느냐 보다는 어떻게 상처를 치료할 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당장 이 책으로 인해 의료계가 변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현명한 환자들이 많아지면 뭔가 바뀌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해본다. 책 말미에 <환자들의 생존을 위한 도움말>이 실제 우리 나라의 경우도 실려 있었다면 더욱 도움이 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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