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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 오로빌 - 살고 싶은 마을, 남인도 오로빌 이야기
오로빌 투데이 지음, 이균형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오로빌은 어떤 곳일까?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무척 궁금했다. 이상적인 공동체가 현실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엄밀히 말하면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꾸며 올해로 40년째, 건설 중인 곳이다.
오로빌은 남인도 코로만델 해안에 위치해 있다. 인도 정부의 승인을 받아 독립적인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역시 인도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구도를 위해 인도 땅을 밟고 싶어하는 것은 인도의 영적인 힘과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오로빌의 탄생도 인도의 영적 지도자인 스리 오로빈도와 그의 영적 협조자인 마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로빌이라는 이름은 ‘새벽의 도시’라는 뜻도 있지만 스리 오로빈도를 기리는 뜻도 있다고 한다.
오로빌의 이상은 “인류의 일체성을 실천하는 삶”이다.
인간이 만든 온갖 틀을 거부하고 지구환경과 조화로운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이들이 모여 있다. 이 책은 오로빌 자체 월간 소식지인 <오로빌 투데이>에 실렸던 기사를 모아 엮은 것이다. 옮긴 사람은 오로빌 주민이었던 이균형 님이다. 이 분이 총각 시절, 인도 여행 중 오로빌에 잠시 들렀을 때는 ‘광신도들이 사는 곳’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다지 호감을 주지 못했던 그곳에 13년 후, 자신의 가족을 이끌고 간 것은 명상을 통한 깨달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오로빌에서 살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무엇일까?
오로빌의 이상은 많은 이들이 희망하는 미래이고 꿈이다.
“지금 그대로의 세상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오로빌은 존재 이유가 없다.”
- 1966년, 마더
오로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믿음 덕분이다. 인류의 일체성을 실현하는 것이 그저 꿈이 아니라는 믿음이 오로빌을 만들었다.
이 책은 오로빌을 알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오로빌을 알고 싶다면 직접 살아 보는 방법뿐일 것이다.
현재 오로빌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20명 정도라고 한다. 그들도 옮긴이와 같은 이유로 살고 있을 것이다. 오로빌의 특징은 현 개발단계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만을 밝히고 있다. 즉, 진화해가고 있는 오로빌의 정신이며, 최종적으로 실현될 때까지는 그 어떤 것도 고정되거나 최종적인 결정으로 간주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오로빌의 현재를 가지고 오로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오로빌은 인도의 아쉬람이 아니다. 오로빌은 근본적으로는 누구나 환영하지만 오로빌의 현재 상황은 그 누구도 수용할 만한 공간이 없다. 적절한 주거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편한 공동 생활을 해야 한다. 오로빌은 사유 개념이 없기 때문에 돈이 필요 없다. 오로빌리언이 일하는 것은 오로빌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결코 쉽지 않은 삶이다.
인간이 개인의 욕망을 포기하고 공동의 선을 추구한다는 것은 가히 붓다의 경지라 할 수 있다. 오로빌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정해진 규칙과 틀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자유롭게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오로빌이 완벽하고 훌륭한 공동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하게 문제점을 보여준다. 그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의 삶과 다른 점은 삶이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진흙탕에 빠지고 가시덤불에 걸려도 가는 길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오로빌은 새로운 삶의 발견이다. 내가 가본 적 없는 삶의 길을 엿보면서 값진 것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