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남자 1
이림 글.그림 / 가치창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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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보는 만화다. 성인만화라고 하면 왠지 다른 상상이 되니까 어른만화라고 하고 싶다. 어른들을 위한 만화라서 꽤 진지한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죽는 남자>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남자의 100일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의사는 길어야 3개월을 살 거라고 말한다. 주인공인 죽는 남자, 서영은 제멋대로 자신의 남은 삶을 100일이라고 정한다. 그리고 조금씩 삶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제멋대로가 삶의 방식이었던 그가 어떻게 남은 삶을 살까? 역시나 제멋대로다. 그런데 이해가 된다. 아니, 잘 모르겠다. 현재 건강하고 아무 문제 없는 내게 만약에 네가 시한부라면 이라는 식의 질문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시한부 인생이다. 다만 자신의 죽음이 언제인지를 모를 뿐이지. 자신이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것이 축복일지도 모른다. 죽음을 미리 알게 된다면 남은 삶이 아름답기는커녕 죽음을 위한 카운트다운 같은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강서영은 자신의 본성을 잃지 않고 잘 버티는 것 같다. 어쩌면 너무 외롭기 때문에, 의지할 곳이 없어서 더 강한 척 하는지도 모른다.

강서영과 관련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된다.

여자친구였던 윤다희, 그녀의 직장동료 이현필, 그리고 노숙자 아저씨, 가장 중요한 사람인 아버지, 미운 새엄마가 그들이다. 강서영이란 사람은 참 한심하다. 죽음을 앞두고 주변에 사람이 너무 없다. 도대체 어떻게 산 거야?

젊은 나이에 죽는 것도 억울할 것 같은데, 막상 죽어도 슬퍼할 사람이 몇 안 되는 것 같다.

죽음을 꼭 슬퍼해야 하는가? 그래서 간혹 특별한 사람은 미리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장례식은 눈물 바다가 되는 것이 싫다고 즐겁게 마지막을 보내달라고 말이다. 그 정도 경지에 오르려면 삶을 제대로 깨달아야만 가능할 것 같다.

평범한 사람에게 죽음이란 주제는 다소 무겁고 거북하다. 그런데 이 책은 만화라는 가벼운 형식을 이용하여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가벼움과 무거움이 섞였으니 적당한 무게를 지닌다면 좋겠지만 그 둘은 전혀 별개인 듯 느껴진다. 만화를 가볍다고 표현한 것이 잘못인 것 같다. 만화여서 가벼운 것이 아니라 이제껏 내가 본 만화들이 즐겁고 유쾌한 것이지 모든 만화가 그런 것은 아니다.

<죽는 남자>는 한 편의 영화 같다. 만화로 표현되어서 이미 주인공의 이미지가 뚜렷하고 구체적인 장면들이 시각적으로 보이니까 느낌이 바로 전해진다. 이것이 만화의 장점일 것이다. 내가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남자의 삶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다행히 1권의 마지막 장은 80일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면서도 삶이란 것이 책을 읽는 과정과 같다면 되도록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싶다.

서둘러 읽다 보면 모르고 놓치는 것이 있을 것 같아서, 맛난 간식을 조금씩 베어 물 듯이 그렇게 이 책을 읽기 바란다. 아직 끝나지 않은 <죽은 남자 1>를 보고 나니 내 삶이 오늘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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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파진동 - 원하는 것을 이루는 뇌의 비밀
이승헌 지음 / 브레인월드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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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호흡, 단학이라는 것을 10년 전쯤에 알게 됐다. 그저 심신수양을 위한 체조인 줄 알았다. 한 두 달 정도 해 본 것이 경험의 전부였다. 특별히 뭐가 좋은지도 모르고 사정이 생겨 그만 두게 됐다. 그런데 우연히 2년 전쯤, <아이 안에 숨어 있는 두뇌의 힘을 키워라>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 뇌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 때는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좋은 교육이다 싶어 아이를 뇌호흡 교육기관에 보냈다. 스폰지 같은 아이의 두뇌는 정말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솔직히 거기까지 만족했지, 내 스스로 뇌파진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근래에 스트레스 때문인지 뒷목이 뻐근하고 두통이 심해서 많이 힘들었다. 몸이 아파지니 마음도 울적해지고 만사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이런 시기에 읽게 된 책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뇌의 비밀 뇌파진동>이다. 처음에는 이 책을 통해 뭔가 변화될 것을 기대하고 읽은 것은 아니다. 그냥 그 동안 뇌교육에 관심만 있었지 구체적인 지식이 없었던 것 같아 읽게 된 것이다. 그런데 놀라웠다. 뇌파진동이란 것이 지금 내 상태를 개선시켜 줄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내 몸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다.

내 뇌의 주인은 바로 나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명쾌하게 받아들여졌다. 왜 눈 앞에 두고 몰랐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생각이 뇌를 죽인다.는 책 속의 조언이 떠올라서 멈췄다. 지금이라도 찾았으니 다행인 것이다.

뇌파진동은 단순한 건강법을 뛰어넘는 훌륭한 자기계발을 위한 도구인 것이다.

책 속에는 기본적이고 쉬운 뇌파진동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우리 뇌 속에 잠재된 근원의 에너지를 깨우는 것이 뇌파진동이며, 우리 내면의 힘을 깨닫게 해준다.

뇌파진동을 통해 놀라운 치유 경험을 한 사람들처럼 구체적인 체험은 아직 없지만 현재 내가 지닌 문제를 깨닫는 기회였다. 그리고 뭔지 모를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졌다.

뇌파진동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이미 원하는 것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이것이 시작일 거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삶에 끌려 다니기 보다는 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겠다는 다짐이 섰다.

원하는 것을 이루는 뇌의 비밀은 뇌파진동을 통해 설명된다. 이 책은 뇌파진동이 무엇이며 뇌의 놀라운 능력을 알려준다. 우리는 모두 이 놀라운 뇌를 가지고 있다. 보물을 가지고도 보물인지를 몰랐던 내게는 참 고마운 책이다.

뇌파진동의 특별한 효과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해 줄 것이다.

세도나에 있는 아름다운 마고성 사진을 보면서 문득 나도 그 곳에 꼭 가게 될 거라는 믿음이 솟구쳤다. 지구 어머니, 마고의 영혼을 느낄 수 있는 그 곳에 갈 날을 꿈꿔본다. 꿈을 지니고 삶의 주인이 되는 일이 이토록 가슴 벅차고 즐거운 일임을 새삼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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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하느님
조정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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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하느님!

우리 민족의 정서를 흔히 한()으로 표현한다. 맺히고 응어리진 한()은 수많은 전쟁이 가져다 준 상처일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세계 열강 속에서 힘없는 조선인의 목숨은 너무도 하찮은 존재였다. 그저 전쟁을 위한 소모품인 것이다. 처음은 일본군으로 싸우다가 포로가 되고, 소련군, 독일군, 미군의 포로를 거쳐 소련에서의 마지막까지 그들은 살기 위해 싸운다. 어떤 국적으로 싸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으로 모진 상황을 버틸 뿐이다. 정말 그들의 삶은 눈물겹다. 어쩌면 당당하게 조선 국적을 달지 못하여 더 서글픈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빼앗긴 조국이라 의지할 곳 없는 조선의 군인들에게 전쟁은 배고픔과 핍박 속에서 견뎌내야 하는 고통일 뿐이다. 조국을 빼앗긴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살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처절하게 싸워야 한다.

“……사람끼리 말이 통한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중대한 것인지 신길만은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다. 사람이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그건 사람과 사람 사이가 아니었다. 서로의 마음이 통하지 않으니 사람과 짐승 사이나 같았고, 서로 아무 감정도 통하지 않는 바위덩어리와 다를 것이 없었다. 사람끼리 말이 통해야 하는 것은 사람이 하루 세끼 밥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중대한 일이었다. (본문57p)

전쟁은 사람끼리의 갈등을 잔혹하게 해결하는 극단적인 방법이다. 흑백논리처럼 내편이 아니면 죽어 마땅한 이 된다. 누가 그들의 인가? 전쟁을 일으킨 자들이다. 그러나 진정한 은 숨어있고 아무 죄 없는 군인들끼리 피 흘리며 죽어가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은 말이 통하지 않는 비극의 결과인 것이다.

현재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저 역사적 단편으로 알 뿐, 그 아픔을 모른다.

그러나 <오 하느님>은 전쟁으로 인한 아픔과 슬픔을 느끼게 한다. 하느님이 만들어 낸 이 세상이 인간들이 만든 전쟁으로 파괴되고 인간마저 파괴되는 참혹한 현장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역사 속에 속절없이 사라진 수많은 이들의 한()일 것이다.

참 신기하네.

뭐가?

저 들판에 파랗게 새싹 돋는 거.

아니, 봄이 오면 새싹 돋는 거 첨 봐?

, 첨 보는 것 같애. 수용소에 있을 때는 봄이 와도 새싹이 안 보였거든. 사시장철 그저 검은 막사하고 철조망만 보였지.

그러 맞어. 말을 듣고 보니 나도 그랬어. 그거 참 이상하네.

그게 뭐가 이상해. 사람 맘이 다 그런 거지. 몸만 갇히나. 마음도 갇히지. (본문173p)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죽음의 위협만을 느끼던 그들에게 파랗게 돋아 나는 생명들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배부르게 먹는 것이 소원인 그들에게 봄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그들은 새싹을 보았다. 몸과 마음이 갇혀 있는 그들이 본 것은 한낱 새싹이 아닌 삶을 향한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노르망디 전선에서 미군에게 처음 붙잡힌 나치 군복을 입은 네 명의 동양인이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은 바로 한국 사람들이었다. 그 당시의 증거를 바탕으로 새롭게 태어난 <오 하느님>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역사 속에서 허망하게 사라져간 이들의 흔적이다. 비록 읽는 동안 마음이 무겁고 아팠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 하느님!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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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프린스 1호점 3 - MBC 드라마 사진만화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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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프린스 1호점>의 단골 팬들을 위한 책이다. 드라마를 볼 적에 마지막 회가 무척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완결판이지만 아쉽지 않다.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으니까.

사진만화는 드라마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글로 표현된 대사가 만화 같은 형식이다.

이미 봤던 드라마라서 글로 적힌 대사가 실제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물론 혼자만의 상상이지만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의 즐거운 상상이다.

책은 텔레비전 드라마를 볼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책이라서 좋은 이유는 원하는 장면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톡톡 튀는 명장면, 명대사 속으로 언제든 빠져들 수 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매력은 역시 은찬최한결의 상큼한 러브 스토리에 있다.

너무 진지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느낌이라서 좋다. 마치 그들이 만들어내는 커피의 그윽한 맛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털털하고 밝은 성격의 고은찬이 까칠한 미남 최한결을 만나면서 내면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이 좋다. 드라마의 흔한 공식 같은 신데렐라 단계보다는 조금 업그레이드 된 내용이다. 원래 뉴욕을 가려던 한결이가 일을 포기하고 사랑을 위해 은찬이를 유학 보내는 장면은 다소 현실감이 떨어지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드라마는 드라마다워야 보는 즐거움이 있는 것을. 한 명의 까칠한 인간이 사랑으로 개과천선을 하니 얼마나 유익한 내용인가?

내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는 한결이가 넌 어떤 프로포즈를 받고 싶냐?고 물으니까, 은찬이가 , 호두 알만한 다이아반지랑 빨간 장미 만 송이, 그리고 유람선 통째로 빌려서 둘만의 파티하고. 63빌딩 꼭대기에 내 대형 사진 붙이고. 라고 말한다. 한결이가 진지하지 않다고 면박을 주지만 여자들의 속마음은 대개 비슷할 것이다. 현실이야 어찌되었든 꿈이야 자유니까, 저 정도 프로포즈는 소박한 꿈 중 하나겠지만. 아무튼 서로 장난치다가 뽀뽀하며 화해하는 장면이 참 좋다. 둘이 너무 귀엽다. 크크큭, 사랑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그들의 행복감이 전해지는 듯하다. 사랑할 때는 세상이 온통 아름답게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그 동안의 갈등과 오해가 한 순간에 해소되면서 사랑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전형적인 해피 엔딩 드라마라서 보는 이가 즐겁다. 인간은 사랑으로 산다는 걸 알면서도 종종 잊는 사람들에게 멋진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만 같다.

사랑 하나만으로 세상이 전부 내 것 같은 느낌이 언제였던가?

은찬과 한결의 사랑 이야기를 보면서, 사랑이 풋풋하고 상큼했던 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사랑은 마치 껍질을 벗긴 사과 같다고 표현한 광수생각이 떠오른다. 사랑의 시작은 싱그러운 사과 같은데 세월이 지나면 색이 변한 사과처럼 시들하게 느껴지니까. 단지 색이 변했다고 사과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닌데 말이다. 이런, 사랑 이야기가 어쩌다 사과 이야기로 변했을까? 누구나 풋풋한 사랑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드라마가 존재하고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드라마 속에서는 절대 색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과, 아니 사랑이 등장하여 사람들을 설레게 만든다. 특히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팍팍한 현실이 가뿐하고 유쾌해지는 은찬스러움은 우리의 꿈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은찬이가 결국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은 희망을 준다.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아름다운 동화 같은 감동과 유쾌한 만화 같은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 사진만화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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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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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혁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8편의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직업의 주인공들이 나온다. 피아니스트, 매뉴얼을 만드는 사람, 클럽 디제이, 악기점 직원, 취업 준비생, 음반매장 직원과 기타리스트, 잡지사 직원, 공연기획자 등이다. 그들을 특징짓는 직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면, 섬세한 내면을 가진 한 남자가 남는다. 마치 다양한 악기들이 하나의 음악에 맞춰 연주하듯 편안한 느낌이다.

인생이라는 하나의 음악을 각자 자신의 역할대로 연주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실려 있는 <엇박자 D>는 꽤 인상적이다. 아마도 그 때문에 모든 이야기를 음악과 관련 짓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엇박자는 박자가 틀린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것인지도 모른다. 엇박자라서 음치니까, 음악을 할 수 없다는 편견을 과감히 깬 엇박자 D의 용기와 열정이 놀랍다.

세상을 잘 사는 방법은 엇박자 일지라도 자신만의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유리방패>에 나오는 M은 그들답게 살려고 노력한다. 한때는 실패에 중독된 그들이 이제는 실패중독자들을 위로해주는 유리방패, 아니 플라스틱방패가 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유리방패로 상징되는 그들의 모습이 하나의 희망일지도 모른다. 실패중독자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실패조차도 즐기면 더 이상 실패가 아니란 것이다.

<매뉴얼 제너레이션>은 제품마다 알맞은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이 나온다. 매뉴얼을 잘 몰라 제대로 사용 못하는 제품이 있듯이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다. 각자 자신만의 매뉴얼을 찾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무방향 버스>는 뭘까? 버스 종점에 앉아 매일 버스가 들어오고 나가는 걸 보다가 버스를 마치 사람이라고 착각한 걸까? 잘 모르겠다. 우리는 각자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데도 마치 정해진 노선을 달리는 버스처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방향이 없다는 것은 자유로움일까, 아니면 혼란스러운 방황일까? 그 무엇이든 답답한 현실을 가끔은 무작정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악기들의 도서관>을 읽고 나니 시타르의 현 하나를 조용히 뜯는 소리가 듣고 싶다. 악기를 연주하지 않고 그냥 악기가 내는 소리를 듣는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자동피아노>의 피아니스트가 생각하는 음악과 <비닐광시대>에서 나오는 디제이가 생각하는 음악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세상은 <비닐광시대>에 나오는 그 남자처럼 자기 방식으로 음악을 강요하기도 한다. 그것은 명백한 폭력이다.

<나와 B>에서 갑자기 생긴 햇빛 알레르기는 폭력적인 세상을 향한 내면의 도전, 대항이 아닐까?

신선하고 재미 있는 이야기를 읽고 나서 두서없이 느낌을 표현한 것 같다. 8편의 이야기가 다르면서도 닮았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색다른 느낌을 주면서도 함께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김중혁 작가의 소설을 처음 만났는데 다시 또 만나고 싶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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