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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도 쇼핑몰에도 없는 것 - 뚱뚱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나와 이별하는 50가지 비결
빅토리아 모란 지음, 윤정숙 옮김 / 아고라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뚱뚱하고 가난하고 외롭다.”
너무나 절망적인 단어들의 조합이다.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세 가지를 꼽으라면 당당히 순위에 오를 단어들이다. 그런데 이토록 싫은 세 가지를, 여자들은 두려워하면서도 과감히 벗어나지 못한다.
<냉장고에도 쇼핑몰에도 없는 것>은 자기계발서다.
독특한 제목처럼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냉장고에도 쇼핑몰에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뚱뚱하고 가난한 것은 자신의 의지로 변화시킬 수 있다. 물론 마음 먹은 대로 된다는 강한 믿음이 필요하겠지만. 그러나 외로움은 다르다. 날씬하고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사람도, 부자도 외로움을 피할 수는 없다. 인간이 가진 외로움, 내면의 공허감을 떨쳐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것이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 다른 점이다.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 어떻게 살라고 성급하게 충고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봐라.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뚱뚱하다고, 혹은 하고 싶은 것을 할 만큼 부자가 아니라고, 외롭다고 말하지는 않는가?
마음 속의 거울이 자신을 보 잘 것 없는 초라한 모습으로 비추고 있다면 주변에서 아무리 좋은 충고를 한들 소용이 없을 것이다.
세상에 키 몇 센티에 몸무게 몇 킬로, 재산은 어느 정도를 지녀야 된다는 기준은 없다.
중요한 것은 “ 당신은 현재 행복한가?” 라는 점이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너무나 쉽게 말할 수 있다. 다양한 이유들이 말하고자 하는 단 한 가지는 ‘내면의 공허감’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뭔가 내적으로 비어 있다는 허기짐은 냉장고를 뒤져 폭식을 하게 하거나 불필요한 물건들을 사들이는 과소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폭식으로 늘어나는 살과 과소비로 얇아진 지갑은 현실을 더 불안하고 절망적으로 만들 뿐이다.
내적인 문제를 외적으로 풀려는 시도가 잘못된 것이다. 폭식과 과소비는 일시적인 만족감을 주어 우리를 현혹시키지만 나중에는 엄청난 후회를 주는 잘못된 방법이다.
이 책에는 뚱뚱한 나, 가난한 나, 외로운 나와 이별하는 50가지 비결을 소개한다.
모두 유익한 비결들이다. 그런데 이 책이 맘에 드는 이유는 이 멋진 비결 때문이 아니라 바로잡아야 될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끄집어냈다는 점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내적 공허감을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내면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행복을 위한 조건을 외적인 면에서 찾기 때문에 헤매는 것이다.
어쩌면 꼭 이 책을 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을 사랑하라!
‘어?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하는데, 그게 무슨 비결이야?’라고 반문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서 뚱뚱하다고 의기소침해지고 통장잔고가 적다고 투덜댄다. 외로움으로 이성이 마비될 때도 있다. 진정 자신을 사랑한다면 삶이 이토록 괴로울 리가 없다.
위대한 진리는 평범함 속에 숨어 있어서 더 찾기 어려운가 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이라는 긍정적인 마음 때문에 삶의 모든 것이 즐거워진다.
내면의 공허감, 외로움을 채우는 것은 ‘사랑’이다.
행복은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
외롭다고?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보자. 두근두근 뛰는 심장이 느껴지는가?
우리는 살아 있다. 삶에 집중하면 외로움은 사라진다.
그래도 외롭다면, 산다는 건 원래 외로운 건지도 모른다.
싫다고 밀어내기 보다는 가끔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책에서 알려주는 비결 한 두 가지를 써먹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란 시 한 구절이 머리에 박힌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