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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마음이 뇌에게 묻다
샤론 베글리 지음, 김종옥.이성동 옮김 / 북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종교와 과학의 만남으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2004년 10월, 제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가 인도의 다람살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신경과학자들과 함께 나눈 주제가 바로 그것이다.
뇌신경의 가소성, 즉 뇌의 변화 가능성이다. 성인의 뇌는 경직되어 있고 형태와 기능 면에서 고정되어 있어서 일단 성인이 되면 뇌의 굳어진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신경과학에서는 주요한 정설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연구 실험을 통해 뇌의 변화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은 달라이 라마가 던진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과연 마음이 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각 장마다 신경과학자들의 놀라운 연구 결과가 소개된다.
제프리 슈워츠는 강박장애의 토대가 되는 뇌의 이상 소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강박장애의 치료로 마음챙김 훈련을 도입했다. ‘마음이 뇌를 형성한다’는 것이 실험의 전제였다.
마음챙김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강박 사고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환자 스스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내 뇌가 또 강박 사고를 일으키고 있구나. 이건 실제 생각이 아니고 단지 고장 난 뇌 회로가 배출한 쓰레기야.’
열여덟 명의 강박장애 환자들에게 10주간 마음챙김 요법을 시행한 후 뇌 영상을 촬영했다. 환자들 중 아무도 약을 복용하지 않았는데도 심한 증상이 완화되었고, 특히 열두 명은 놀라울 만큼 상태가 호전되었다. 결국 마음챙김 명상이라는 인지행동요법이 뇌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연구였다. 의지가 담긴 집중된 노력이 뇌의 기능을 바꿀 수 있으며 그러한 자기 지향적인 뇌 변화, 즉 가소성은 실재한다는 것을 밝힌 연구 결과였다.
진델 시걸이라는 심리학자는 우울증 연구를 통해 정신요법, 특히 인지행동요법이 항우울제에 비해 상대적인 이점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우울증 치료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재발의 위험이 정신요법을 통해 경감된다는 것이다.
시걸은 자신의 ‘우울증 재발 이론’, 즉 절망적 태도를 지닌 사람은 사소한 실패에도 우울증에 쉽게 빠진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치료법을 개발했다. 마음챙김 명상법을 적용하여 환자들에게 우울한 생각은 절대적 진실이 아닌 ‘마음속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으로 단순화시키는 훈련을 했다. 일시적 슬픔을 우울증으로 부풀리는 생각의 패턴 때문에 뇌의 특정 회로가 형성되었다면 이 회로를 차단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뇌를 재회로화하는 것이다.
마음챙김 인지요법의 핵심은 생각이 실재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환자들에게 일어난 놀라운 변화는 마음 수행이 뇌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킨 결과였다.
이제 마음의 힘이 뇌를 변화시킨다는 증거는 분명하다.
슈워츠는 강박장애 환자에게서, 시걸과 메이버그는 우울증 환자에게서, 파스쿠알-레오네는 마음으로 피아노를 치는 연주자에게서 그 증거를 발견했다.
비록 마음이 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마음의 힘을 확인할 수는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들의 연구에서 공통점은 모두 의식적으로 집중을 했다는 것이다. 의식적이고 깨어 있는 마음은 매 순간 무수한 감각 신호와 연결되어 엄청난 수의 뉴런들을 계속 자극하는 것이다.
또한 마이클 미니의 연구는 어미쥐의 보살핌이 새끼의 뇌에서 유전자 활동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행동과 기질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것은 유전의 힘을 초월하는 양육의 중요성을 밝혀낸 것이다.
우리가 영위하는 삶의 환경과 우리를 보살피는 부모의 행동이 DNA의 화학적 구성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증명했다. 유전자는 결코 운명이 아니다. 부모의 보살핌은 곧 사랑이다.
사랑의 힘이 왜 위대한지 새롭게 깨달은 느낌이다.
“당신이 바로 당신의 엄마가 되는 것입니다.” -마이클 미니
바로 이러한 모든 내용들이 신경과학과 불교 교리 사이에 연관성을 보여준다.
불교는 깨달음의 교리다. 인간의 고통과 슬픔을 ‘깨달음’의 수행을 통해 변화시킨다. 불교에서 마음이란 주의집중과 의지력으로 물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독립된 힘이라고 가르친다.
어떤 스님은 자비심을 강화하기 위한 불교의 전통적 명상수행 방법으로 ‘어머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생생하게 떠올리기’를 하라고 가르친다.
과학자들은 마음과 뇌의 이원론은 거부하지만 마음의 순수한 내적 힘에 대해서는 새롭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달라이 라마 역시 ‘불교 경전의 권위가 이성과 경험에 기초한 지식을 억누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종교라는 정신 세계와 과학이라는 물질 세계가 서로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여 인류 행복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된다.’
‘긍정적인 변화를 원한다면 먼저 변화하기를 원해야 한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마음의 힘을 믿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