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 파랑새 사과문고 64
김소연 지음, 김동성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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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참 예쁘다. 까만 남바위를 쓰고 비단 두루마기에 털토시를 하고 비단 꽃신을 신은 여자 아이가 서 있다. 바로 <꽃신>의 주인공 선예의 모습이다. 한복을 입은 매무새가 어쩌면 이리도 단아하고 어여쁠까?

이 책에는 세 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역사 속 사실과 허구의 틈새를 아름답게 꾸민 이야기다. 작가의 말을 보니 역사를 다루는 역사 동화는 아니지만 역사를 바탕 삼아 동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꽃신> 16세기에 있었던 기묘사화를, <다홍치마>는 유명한 다산 약용 선생의 전라도 강진 유배 시절을, <방물고리>는 역시 19세기 조선 팔도를 누비고 다녔던 보부상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옛 문화,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동화가 된 것 같다.

전래 동화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에게 잠 들기 전 읽어줬더니 어찌나 궁금한 내용이 많은지 졸리던 눈이 어느새 말똥말똥해졌다. 그러고 보니 동화 한 편 속에 조선 시대가 그대로 담겨 있는 듯하다.

<꽃신>에서는 꽃신을 신은 선예와 맨발에 짚신을 신은 달이가 등장한다. 추운 겨울날 동갑내기 소녀들은 전혀 다른 옷차림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꽃신마냥 예쁘게 닮아 있다.

<다홍치마>는 귀양 온 선비와 숯 장수 젊은이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다.

<방물고리>는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과 혹독한 가난의 고통이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

조선 시대라는 배경이 이야기 속에 잘 스며들어 아이에게 다양한 호기심과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역사는 흘러도 사람 간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가 보다.

우리 삶에서 소중한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요즘은 아이들 동화가 참 좋다. 힘든 삶을 어둔 면보다는 밝은 면을 보여주어서 좋고, 순수한 동심을 떠올려서 좋다.

매일 밤마다 맛있는 곶감을 조금씩 빼먹듯 읽어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시간만큼은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로 여행을 간 것이라 상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야기 중간마다 삽입된 그림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주면서 정겹고 따뜻한 이미지를 전해준다. 그림마다 멋진 작품을 보는 느낌이다.

유난히 이야기와 그림이 마음에 드는 동화를 만난 것 같다.

추워지는 요즘, 아이와 함께 따뜻한 동화로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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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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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히 재미로 평가하고 싶지 않다. 뭔가 흥미진진한 의학 미스터리를 기대하지 말라는 뜻이다. 내 경우를 말하자면 책 읽는 중간에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분만 장면이었는데 그 상황이 가슴 뭉클했다. 그러나 이 또한 눈물을 흘렸으니 감동적인 이야기겠구나 짐작해서도 안 된다.

의학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주인공이 의사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외과의사 경험이 있어서인지 의료계를 매우 실감나게 표현해낸 것 같다. 의료계의 현실을 대놓고 비판하면서 의사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인상을 준다. 바로 주인공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 소네자키 리에는 지방의대를 졸업하고 수도 도쿄의 데이카대학 의학부 산부인과 조교이다. 전공은 불임 치료이며 의학부 1학년의 발생학 강의를 한 지 올해로 3년째다. 대학병원 소속이면서 아르바이트로 외부 병원인 <마리아 불임 클리닉>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의 활동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의과대학 내에서 발생학 강의를 한다. 마치 실제 강의를 듣는 듯 자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독자들을 향해 생명의 신비와 산부인과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묘사인 듯싶다. 지루한 강의는 아니다. 특히 불임 분야에 대해서 사회적 법률문제, 윤리문제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 학생들은 원초적인 호기심이 더 강한 것 같지만 말이다.

이 책의 주요 모티브가 되기도 했던 사건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지방의 산부인과 의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한다. 부득이한 태아 사망의 결과로 인해 산부인과 의사가 구속된다. 명백히 의료과실이 아니라면 구속은 부당한 판결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담당 의사는 보호받지 못한다. 환자나 보호자 입장은 논외다.  

리에는 평범한 발생학 강의 속에 의료 체제의 붕괴라는 의료계 현실과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꼬집고 있다. 마치 의료 개혁에 앞장 서서 투쟁하는 용사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2. 마리아 불임 클리닉에서 임산부를 진료한다. 다섯 명의 산모와 여섯 명의 태아(쌍둥이포함)를 진료한다. 세 명은 자연임신이고 두 명은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이다. 그녀들을 통해 산부인과에서 벌어질 만한 다양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 다소 극적인 부분은 있지만 결코 허황되지는 않다. 원래 병원이란 곳이 생명과 죽음의 실재가 공존하는 극적인 공간이니까.

왜 제목이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이냐 하면 말 그대로 병원 문을 닫게 됐다가 다시 개원하게 돼서다. 출산을 위한 제1차 구급 병원으로서 자리매김을 하여 지역 의료 혁명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일본의 의료계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 병원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긴 힘들지만 결과적으로 여성들을 위한 이상적인 병원임은 확실한 것 같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우리나라는 저출산 대책으로 불임치료에 대한 국가 지원이 시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은 시행하지 않는다는 점이 의외다.

이 책에서 보자면, 의사의 힘으로 의료 개혁을 이끌어내고 있다. 병원 내에서는 얼음 마녀라고 불리는 소네자키 리에와 감히 신이라 불리는 산시 마리아,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원장인 그녀들이다. 완벽한 조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존 인물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특별하다.

3. 소네자키 리에의 사생활은 거의 감춰져 있다. 의료 개혁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만 노출된 것 같다. 전반적으로 냉철한 지성미를 보여주던 그녀지만 마지막에는 다소 충격적인 진실이 등장한다. 원래 불임 시술에 대한 윤리적 논란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결말에 대한 의견 역시 각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소네자키 리에라는 인물에 대해 얼만큼 매력을 느끼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다른 쪽에서 찾고 싶다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 엄마의 존재에 대해 주목해보시길.

 

생물이나 시스템이란 재현성을 소실하고 이상을 발현함으로써 붕괴되어 가는 것이므로. (155p)

무슨 말이야, 새삼스럽게. 아직까지 그것도 몰랐어? 그치만 좀 달라. 좋은 사람이 아니라 좋은 여자라고. (2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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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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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학창시절에 유난히 싫어하는 과목이 있었다면 십중팔구 담당선생님 때문이다. 왜냐하면 과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되니까.

그렇다면 클래식은 어떠한가?

흔히 클래식을 고상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나 지루하고 어려운 음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 클래식은 공포였다. 그 근원을 따지자면 어린 시절로 거슬러가야 한다. 솔직히 클래식이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에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됐다. 정말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얼굴이 기억난다. 검정 뿔 테 안경을 쓴 노처녀 선생님이었는데 왜 노처녀인지를 강조하느냐 하면 기분에 따라 체벌을 했기 때문이다. 처음 피아노를 배우는 내게 클래식을 공포로 각인시킨 분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분도 클래식의 진가를 제대로 모르는 불쌍한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박자나 음정이 틀리면 가차없이 막대기로 손등을 쳤다. 잔뜩 주눅들어서 피아노 연습을 한 뒤에는 음악 이론에 대한 문제집도 풀어야 했다. 8분 음표, 4분 음표, 온음표 등등. 분명 어머니께서는 피아노를 통해 풍부한 감성과 음악적 재능을 키우라는 목적으로 보내셨겠지만 내게는 수난의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연습 시간을 조금 늦었다는 이유로 심한 체벌을 하셨다. 이 일을 계기로 어머니께 눈물로 하소연하여 그만두게 됐다. 이제 해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그 뒤로 학교에서 음악 시간 자체가 싫어졌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참으로 불행스런 일이다.

음악교육의 개혁자 코다이와 비슷한 선생님만 만났더라도 내 인생이 더욱 풍요롭지 않았을까 싶다. 코다이가 남긴 명언을 살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음악을 즐겨야 한다. (276p)

한두 세대 뒤에 나라의 음악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를 걱정하는 사람은 학교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277p)

어린이들은 문맹보다도 나쁜 교육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음악을 모르는 것은 글을 읽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라고 말한다. 음악은 영혼을 위한 글이라는 것이다. (284p)

그렇다고 해서 클래식을 완전히 등진 것은 아니다. 교양 차원에서 억지로 관련 서적을 읽거나 음반을 사서 듣기도 했다. 문제는 여전히 즐기는 음악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알아야 될 음악이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바로 이 책은 클래식에 대해 꽁꽁 얼었던 마음을 조금씩 녹여준다.

일단 처음부터 마음에 든다. 순순히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인정하고 들어간다.

지루하고 어렵고 재미없느냐? 맞다. 내 탓이다. 클래식의 진가를 연주자만 느꼈으니 대중과의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한 탓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내 얘기를 들어봐라. 이론적인 클래식이 아니라 클래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위대한 음악가들도 그 내면을 살펴보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다. 클래식을 제대로 느끼려면 그 안에 사람을 알아야 한다.

저자 윤범은 콰르텟티스트(Quartetist). , 전문용어 등장인가 하고 놀라지 마시라. 클래식 연주자와 애호가를 가리키는 말인데 특히 현악사중주를 최고의 음악으로 신봉하며 자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이면서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다. 파격적인 기획과 도전으로 매스컴의 찬사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제껏 전혀 몰랐다. 예전 같으면 몰랐다는 사실이 조금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당당하고 싶다.

왜 대중매체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보여주지 않는 거야?라고 따지면서 말이다. 그 동안 클래식에 무관심한 대중들을 무식하다고 손가락질 한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리고 싶다. 그토록 좋은 음악이라면 좀더 쉽고 재미있게 알려줬어야지.

그런 면에서 저자에게 큰 박수로 답례하고 싶다. 클래식을 외면한 수많은 사람들(나를 포함한)에게 이 책을 통해 다정한 손길을 내민 것이다. 정말 멋진 음악을 들어볼래요?

아쉽게도 이 책에는 CD가 없다. 대신 바로크에서 고전파, 낭만파, 근대음악,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추천할 만한 목록을 소개하고 있다. 당연히 전부 수록된 CD가 있었다면 책 가격이 높아졌을 것이고 이 또한 대중에게 외면 당할 소지가 있다.

일단 좋은 사람(음악)을 소개시켜 줄 테니까 만나는 것은 자유랍니다.

, 만나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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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종들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3
한 둥 지음, 김택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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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다. 독종이라 불리던 녀석들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표지를 장식한 세 친구는 분명 장짜오, 주훙쥔, 딩샤오하이일 것이다.

내게 중국이란 그저 낯선 나라 중 하나였다. 그러나 독한 녀석들 덕분에 강렬한 인상이 남는다. 타고나길 고약스런 놈들이었다면 아예 거들떠보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독종으로 만든 것일까? 그리고 진정한 독종은 누구인가?

이 책은 1975년부터 2005년까지 한 소년의 성장과 함께 중국 현대사를 보여준다.

이야기의 시작은 열 네 살 소년 장짜오가 시골 궁수이 현중학교로 전학 오면서부터다. 처음 장면은 마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는 듯하다. 마을 최고 권력자의 아들이자 독종으로 소문난 웨이둥의 옆자리에 앉게 된 장짜오는 얼결에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 감히 웨이둥에게 반항하다니, 절대 용감해서가 아니다. 그는 어떤 상황인지 잘 몰랐던 것뿐이다. 하지만 웨이둥의 유일한 적수이자 진정한 1인자 주훙쥔에게는 배짱 두둑한 녀석으로 인정 받는다. 그 일을 계기로 주훙쥔의 단짝 친구가 된다.

초반은 웨이둥의 만행이 얼마나 지능적이고 비열한지를 보여준다. 괴상한 별명으로 놀리기, 방귀 잡기, 똥침 놓기 등 하는 짓마다 밉상이다. 부모의 권력이 곧 자식까지 이어져 선생님들도 웨이둥을 어쩌지 못한다. 학교에 나오는 유일한 목적이 남들 괴롭히고 즐기기 위한 것 같다. 이 녀석은 독종이 아니라 몹쓸 녀석이다.

반면에 주훙쥔은 의리를 아는 속 깊은 독종이다. 그가 독종이라 불리는 이유는 싸움을 잘해서라기 보다는 두려움을 모르는 도전적인 성격 때문이다. 장짜오가 그의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운이었지만 표면적으론 배짱 덕분이다. 누구 앞에 나서거나 주목을 끄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순수한 의리 파라고 할 수 있다. 그를 보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세상과 타협할 줄 모르는 우직한 그의 삶을 예견하는 듯하다.

장짜오가 전학 온 그날 알게 된 친구는 주훙쥔 말고 한 명이 더 있다.

바로 딩샤오하이다. 언제나 웃고 있는 이 친구는 귀여운 장난꾸러기다. 웨이둥의 장난이 악질이라면 딩샤오하이의 장난은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애교 정도다. 워낙 가난해서 고생을 엄청나게 하면서도 늘 얼굴은 밝게 웃고 있으니, 그야말로 진정한 독종이 아닐까 싶다. 그의 삶은 유별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묵묵히 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중국 현대사를 이루는 바탕이란 생각이 든다. 역사의 큰 흐름 속에 휩쓸려 방황하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대중의 모습이기에 가장 공감할 만한 인물이다.

뚱뚱한 체격에 연약한 심성을 지닌 왕웨이, 싸움꾼 진뱌오화, 미술 선생님 런간쯔 등 궁수이 마을 사람들의 삶은 다양한 중국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인공 장짜오가 없었더라면 궁수이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오랜 사진첩을 들추는 일도, 옛 추억을 나눌 일도 적어지는 요즘이다. 한 개인의 추억을 더듬는 일은 마치 그 시대의 역사를 되짚는 일과 맞물려진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소년 장짜오는 우여곡절 끝에 직업화가가 되어 2005년 현재를 살아간다. 마지막 장면에서 중년의 어른이 된 장짜오는 딩쌰오하이를 만난 뒤 생각한다.

그런데 무슨 그림을 그려야 하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457p)

이 소설을 통해 중국 현대사를 알고자 하는 거창한 목적은 없다. 그저 물 흐르듯 흘러가는 세월을 따르면 된다.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은 주변의 다양한 인생을 보여준다. 배경만 다를 뿐 중국도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한 것 같다.

작가 한둥은 중국 문단에서는 소외된 인물이라고 한다. 젊고 급진적인 작가들이 기존의 중진 문학계에 반발하여 철저한 단절을 선언했고 이런 연유로 그 동안 우리에게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런 작가였기에 <독종들>이란 작품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뭔가 억지로 끼어 맞춘 듯한 억지스러움이 없어서 좋다. 질박하면서도 담백한 느낌의 <독종들>을 읽으면서 독한 매력 속에 빠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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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의 환상 여행 뜨인돌 그림책 10
에릭 로만 글 그림, 허은실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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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잠 투정이 심했던 우리 딸을 위해 잠들기 전 읽어줄 그림책을 샀던 기억이 난다. 밤만 되면 어찌나 불안해하는지 어린 녀석이 잠을 억지로 참을 정도였다. 이제는 제법 커서 베개만 대면 잠들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가끔 악몽을 꾸는지 울며 깰 때가 있다.

제 나름대로 경험한 것들이나 상상한 것들이 모두 꿈으로 이어지는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꾸었던 꿈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다. 유치원에서 좋아하는 친구도 나오고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 딸을 위해 멋진 꿈을 꾸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클라라의 환상 여행>은 우리 딸과 비슷해 보이는 소녀 클라라가 주인공이다.

엄마들이 매일 밤 하는 소리는 어디나 똑같은가 보다.

클라라, 이제 잘 시간이야.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엄마는 잘 시간이라고 하지만 전혀 졸리지 않은 클라라는 혼자만의 신나는 환상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어떻게?

아이들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 클라라는 상상 속 친구와 함께 어디서나 놀 수가 있다. 어른들은 모르는 상상의 나라를 이 책에서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림이 정말 환상적이라서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클라라의 친구는 공원 분수대를 장식하고 있는 물고기다. 어른들 눈에는 그저 돌로 만들어진 물고기에 불과하지만 클라라에게는 다정한 친구가 된다. 이름은 아샤다.

오늘밤은 아샤와 뭘 하고 놀까?

하늘을 훨훨 날기로 한다. 비누방울을 후욱 크게 불어서 그걸 올라탄 클라라와 하늘을 날고 있는 물고기 아샤. 둘의 표정이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아이들에게 가장 멋진 꿈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하늘을 나는 꿈이지 않을까 싶다. 굳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무한한 상상력 덕분에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

클라라, 이제 그만 자야지.

엄마가 큰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장면에서는 괜히 웃음이 난다. 매일 자라고 재촉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우리 아이가 이 책을 공감하는 이유도 너무나 상황이 비슷해서일 것이다. 잠이 안 온다는 아이를 억지로 재우기 보다는 이 책을 읽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져도 좋고, 신나는 환상여행을 구경해도 좋을 것 같다.

왠지 이 책을 보고 나면 그림처럼 아름다운 꿈을 꿀 것만 같다.

클라라는 잠이 들었을까?

마지막 장을 보면서 다시 웃음이 난다. 왜냐하면 마지막 장은 환상여행을 마치고 곤히 잠든 클라라의 모습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나에겐 친구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잠이 오겠어요.

귀여운 결말이다. 잠이 안 온다고 우겨도 분명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잠들었을 것이다.

환상여행은 곧 멋진 꿈으로 이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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