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깅이 - 청소년을 위한 <지상에 숟가락 하나> 담쟁이 문고
현기영 지음, 박재동 그림 / 실천문학사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똥깅이는 새까맣고 머리에 땜통이 있는 소년의 별명이다. 해맑고 귀여운 똥깅이를 떠올리니 슬며시 우리 아버지 생각이 난다. 해방 전후 세대의 어린 시절이라면 거의가 배고프고 힘들었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굶는 일이 다반사라 늘 먹는 것이 제일 중했다던 그 시절이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졌는데, 똥깅이를 보니 왠지 친근하다. 비록 우리 아버지는 아니지만 조금 더 아버지 세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똥깅이>는 <지상에 숟가락 하나>를 청소년을 위한 버전으로 낸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작에 비해 제주 4. 3 대참사 부분이 일부 생략되고 성장 소설의 느낌이 더 강해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말하라 하면, 제주 대참사일 것이다. 교과서를 통해 겨우 몇 줄 정도의 내용으로 기억되던 제주 4. 3 사건이 똥깅이의 시선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인다. 실제 폭도 누명을 쓴 주민이 아니라 상황을 잘 모르는 읍내 아이였지만 사건이 가져온 비극과 고통은 짐작할 수 있다. 동족이 한순간 적이 되는 기막힌 상황은 우리 민족의 한(恨)일 것이다. 겨우 일곱 살 즈음 소년에게는 뭔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그런 무심함이 오히려 비극을 더 강렬하게 전해준다.  소년들이 재미로 가지고 노는 곤충들처럼 우리 민족의 역사도 함부로 다뤄진 느낌이다. 소년들에게는 무심한 장난이 벌레들에게는 생사가 달린 문제인 것을. 억울하게 폭도로 몰려 죽음과 기아로 고통 당한 사람들을 떠올리니 숙연한 마음이 든다. 

원작을 읽지 못했지만 똥깅이 어머니의 말씀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는 일,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그 시절을 살았던 수많은 이들의 삶이다. 배불리 먹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할 만큼 삶이 각박했지만 똥깅이는 문학소년으로서의 꿈을 꾼다. 꿈이란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어렵고 힘들어도 꿋꿋하게 견디어 낸 똥깅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에게도.

<똥깅이>를 보면서 아버지 세대가 겪었을 아픔이 전해지는 듯하다. 또한 고등학생이 된 똥깅이의 사춘기 모습은 시대와 상관 없이 공감할 만하다. 문학적 감수성과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뒤섞여 엉뚱한 반항을 했던 똥깅이가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간다. 그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 흐르는 세월의 힘인 것이다.

<똥깅이>는 한 소년이 태어나서 고등학생 시절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기영 작가님의 자전적인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나간 역사가 아닌 생생한 인생을 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린이 미술치료 교실 : 크리스마스 리스 - 요하네스 로젠가르텐의 만달라스
가문비 엮음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요하네스 로젠가르텐의 만달라스

<만달라스>라는 말 자체부터 생소하다. 그래서 찾아봤다.


불교 수행자가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한 그림이라는 만달라스. 그러나 ‘만달라스’를 유심히 살펴보면 이를 이루는 그림에는 특별히 불교나 종교적 색채랄 것이 없다. 『영감을 되찾아 창의력을 높이는 어린이 만달라스』는 어린이가 쉽게 만달라스를 색칠하고 따라 그릴 수 있도록 친근한 소재로 구성된 만달라스를 가득 담은 책이다.

단순하고도 흔한 형태의 ‘만달라스’가 인간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을 최초로 탐구한 사람이 바로 심층심리학자 ‘융’(C. G. Jung)이다. 우리가 그리는 원 그림이 우리의 무의식을 표현하며, 우리 자신을 치유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심리적 안정과 학습적 효과를 동시에 가져오는 만달라스를 어린이가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만달라스 도안집이다. 자신만의 느낌과 영감으로 색을 떠올려 책을 채워 나가게 구성되어 있다.       

[ 책소개 참조]


처음에는 책 제목이 <어린이 미술치료 교실>이라고 해서 그림 그리기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있는 책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설명은 전혀 없고 색칠할 수 있는 만달라스 그림뿐이라서 당황스러웠다. 책 크기도 딱 CD 케이스만하다. 일반 색칠 공부책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다. 먼저 어떤 도안인지를 살펴보니 전부 둥근 원에 반복되는 문양이라서 조금 실망했다. 이것이 만달라스구나.

그런데 아이에게 보여주니 의외의 반응이었다. 재미있겠다면서 바로 색연필을 꺼내드는 것이다. 열심히 색칠하느라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했다. 사실 이전에 다른 색칠 공부책을 사 준 적이 있는데 한 두 장 색칠하더니 금세 싫증을 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그림이라 처음에는 좋다고 하더니 막상 색칠은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랬던 아이가 이 책은 재미있다고 하니 그 매력은 무엇일까?

일단 함께 색칠을 해봐야 알 수 있다. 동그란 원 모양이 편안한 느낌을 주어서일까? 색칠을 하는 동안 다른 생각이 안 든다. 우리 애가 재미있다고 표현했지만 일반적인 재미와는 다른 느낌이다. 반복된 문양을 여러가지 색으로 채우는 동안 머릿 속에는 온통 알록달록한 색깔로 가득하고 기분까지 화사해진다. 하얀 백지에 검은 선으로 그려진 그림이 점점 예쁘게 색으로 채워지는 과정이 꽤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자꾸만 다음 그림을 칠하게 된다.

오래 집중하기 힘든 아이조차도 색칠하는데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다. 원래 그림 그리기나 색칠 공부를 좋아하는 애도 아닌데 유독 만달라스에 집중하는 것을 보면 뭔가 심리적인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왜 이 책의 제목이 <어린이 미술치료 교실>인지는 알 것 같다. 색칠하는 동안 편안하고 집중이 된다.

진작 크리스마스 전에 알았더라면 예쁜 카드로 만들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 도안마다 한 장씩 뜯을 수 있게 만들어져서 카드나 편지로 써도 좋고,  아니면 거실 벽을 아이의 작품으로 멋지게 장식해도 좋을 것 같다.

재미있다고 전부 색칠하려는 아이를 달래어 내일 함께 색칠하기로 했다.

만달라스의 매력.  작고 단순하다고 매력까지 적은 것은 아님을 알게 됐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색칠공부 책 한 권으로 아이를 기쁘게 할 수 있으니 이 보다 더 큰 선물이 또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레인 콘서트 - 엉뚱한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의
모기 겐이치로 지음, 이경덕 옮김 / 브레인월드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브레인 콘서트에 다녀왔다.

신비주의로 한층 인기를 끌던 '브레인'이 돌연 대중 앞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몰라도 너무 몰라, 성공이나 행복을 위해 산다는 사람들이 정작 가장 중요한 '브레인'을 모르니, 먼저 나설 수 밖에.

 

일본에서 뇌과학자로 널리 알려진 모기 겐이치로가 브레인 콘서트를 열었다.

자, 보여줘! 너의 진짜 모습을......

누구나 이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뇌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 것이긴 한데 자신의 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의 생각, 감정, 능력을 관장하는 뇌에 대한 궁금증들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 이유는 우리의 인생과 뇌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뇌과학을 통해 인간을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고, 행복한 인생을 누릴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멋진 학문이 또 있겠는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유익하면서도 즐겁다. 뇌과학에 대해 알고 싶지만 막상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연구 내용이 적혀 있다면 만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알기 쉽고 재미나게 뇌 이야기를 들려주니 대환영이다.

 

# 언어에 대한 기억 능력을 높이고 싶다면?

라이클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하는 비디오를 본 다음에는 단어를 기억하는 능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뇌가 언어에 관계된 고도의 인식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여유가 필요한 모양이다. (23P)

그러고 보니 왜 내가 영어의 장벽을 못 넘는지를 알 것 같다.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 때문에 뇌에서 영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영어를 즐겁게 배우는 아이들이 부럽다. 시험을 위한 영어 공부만 하다 보니 막연히 영어에 대한 거부감만 커졌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기분으로 영어를 배우는 방법은 뭘까?  미국인 친구를 사귀나? 좋아하는 미국 배우의 영화를 자막 없이 보나? 영화만 보고 영어를 배웠다는 누군가의 비법이 바로 이런 이유였구나.

역시 사람은 행복해야 능력 발휘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 보다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최고란 생각이 든다.

 

#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뇌를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높일 수 있다?

세렌디피티란 '우연히 행운을 얻게 되는 능력'이나 멋진 연인을 만나는 것처럼 인생을 좌우하는 우연한 만남을 지칭할 때 많이 쓰인다. 세렌디피티를 일어나게 하는 뇌의 작용은 우연한 만남을 놓치지 않는 관찰력과 통찰력이다. 무의식이 느끼고 있는 것을 의식화해서 확실히 인식할 수 있는 '메타 인지'의 능력이 세렌디피티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124p)

긍정적인 사고가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부분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화학지 루이 파스칼이 한 마디로 정의해 준다.

"행운은 준비하고 있는 정신에 찾아온다."

나의 뇌는 행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주변 탓만 하며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차 있지는 않은가?

행복하고 싶다면 행복한 생각을 하면 되는 것이다. 멀리 파랑새만 쫓지 말고, 내 안의 뇌를 알고, 행복을 누리자.

어떤 실험에서 웃는 표정만 지어도 뇌는 즐겁다고 느낀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웃을 일이 없어도 자꾸 웃다 보면 웃을 일이 생긴다는 말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행복도 뇌를 알면 보인다.

 

# 우물을 파다가 유전을 발견하는 게 인생이다.

어떤 행동을 할 때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기 이전에 뇌는 이미 준비전위라는 활동을 시작한다. 행동하려는 의식이 생기는 것은 무의식의 과정 속에서 행동의 준비가 시작된 다음의 일이다. 목적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 일단 행동을 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목적이 무엇이든 행동이 행운을 불러온다. (211p)

이 책은 분명 뇌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읽다 보면 자기계발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건 저자가 말했듯이 '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곧 우리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인생을 뇌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도움은 될 것이다. 신비로운 뇌과학이 이 책을 통해 친근하게 다가온 것 같다.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실천해 볼 내용들이 많다. 그 동안 무심했던 나의 브레인에게 관심을 가져야겠다.

<브레인 콘서트>를 통해 행복한 브레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자격증이 필요해요 - 엄마학교 Q&A
서형숙 지음 / 큰솔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내가 어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우습게도 내 아이를 낳고나니 그 동안 얼마나 미숙한 아이였는지를 깨달았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삶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나를 키우셨는지 감사와 존경심이 절로 흘러나온다. 육아가 이토록 힘든 일인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벌써 효녀가 되었을 것이다.

<엄마 학교>, 서형숙 선생님은 육아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 읽은 육아서 중에 단연 최고라고 하고 싶다.

육아에 있어서도 '신토불이'란 생각이 든다. 명성이 자자한 외국 육아서들은 다양한 육아 기술을 알려주지만 정작 '엄마'가 되기 위한 마음 자세에 대한 부분은 미흡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서형숙 선생님은 남매를 키우면서 경험했던 일들을 들려주며 전업 주부가 아닌 전문 주부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분이다. <엄마라는 행복한 직업>이란 책을 보면서 크게 감동했었다. 이렇게 아이를 키우는 분도 있구나,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누구나 아이를 낳을 수는 있지만 좋은 엄마가 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솔직히 서형숙 선생님 같은 분들을 보면 부족한 내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움츠러든다. 하지만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나는 대한민국 아줌마니까.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운전 면허증이 필요하듯이 엄마가 되기 위해서도 엄마 자격증이 필요하다.

바로 이 책은 서형숙 선생님이 <엄마 학교>를 열어 만났던 엄마들의 하소연과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내용이다.

마치 '엄마에 관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식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처음 만난 사이라도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저마다 할 말이 많다. 그만큼 육아에 대해 고민도 많고 어려움도 많다. 그 모든 고민들을 말하라고 한다면 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실제로 어떤 엄마는 고민이 생길 때마다 서형숙 선생님께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엄마에게 잘 안 되고 속상한 일만 이야기하지 말고 잘 해서 기쁜 일도 얘기해달라고 도리어 부탁했단다. 그랬더니 그 엄마도 스스로 노력하면서 자기만의 방법을 생각해내더란다.

그렇다. 엄마가 되었어도 엄마가 되는 일은 배우고 노력해야 발전이 있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를 격려하고 칭찬해 줄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육아서는 '문제아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다'는 식으로 부모에게 화살을 퍼붓는다.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구나 안다. 당연히 육아의 책임은 부모의 몫이다. 그러나 부모 역시 아이처럼 서툰 부모일 수 있음을 기억하자.

엄마 자격증을 얻기 위해 준비할 일은 엄마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서형숙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있으면 다정하고 따뜻한 엄마의 품처럼 느껴진다. 엄마들 자신이 스스로를 칭찬하고 즐겁게 살면 아이를 키우는 일도 자연히 행복해질 거란 생각이 든다. 무조건 엄하게 대한다고 해서 아이가 바르게 크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것을 가르쳐야만 똑똑한 아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던데, 그 좋은 칭찬을 엄마 자신에게,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인색할 이유가 무엇인가?

힘들다고 투덜대던 육아가 <엄마 학교> 서형숙 선생님을 만나고 행복한 일상처럼 느껴진다.

건망증이 심한 나를 위해서 늘 곁에 두고 싶은 책 중 하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하트 1 잉크하트 시리즈 1
코넬리아 푼케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해리포터>가 나왔을 때만 해도,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마법이나 환상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아이들이 보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치고 나니, 나 역시 아이의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음을 알게 됐다.

이 책 역시 <해리포터>처럼 동심을 지닌 모든 이들을 위한 판타지 소설이다.

왜 이 책을 말하는데 <해리포터>를 언급하느냐 하면, 다음의 광고 문구때문이다.

 

독일의 J. K. 롤링이라 불리는 코넬리아 푼케의 야심작!
『해리포터』 시리즈를 능가하는 환상 판타지!

 

모든 책들은 사람처럼 나름의 개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다. 솔직히 <해리포터>를 능가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란 점은 인정한다. 특히나 주인공인 열 두 살 소녀 메기가 무척 마음에 든다. 연약해보이지만 용기있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왠지 내 딸인양 대견하게 느껴진다. 판타지 소설을 읽는 어른의 문제점은 재미있는 내용에 푹 빠질 수는 있지만 결코 주인공과 동일시 할 만큼 어리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바다 속을 풍덩풍덩 헤엄칠, 수많은 어린이들을 생각하니 조금은 부러운 생각이 든다. 갈수록 부정하고 싶지만 상상력이 고갈되는 느낌이다.

<잉크하트>란 책 이름이다. 메기의 아버지 '모'는 오래된 귀한 책들을 제본하는 일을 하지만 실은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그건 책을 소리내어 읽으면 책의 세계가 현실이 되는 능력이다. 정말 상상만으로도 멋지다. 어린 시절에는 책에 적힌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못된 악당이나 마녀가 등장하면 무섭고 떨렸던 기억이 난다. 또 신나고 멋진 모험을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함께 즐거웠고, 그런 즐거움을 주는 책이 좋았다. 아이들의 마음, 동심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상상하는 대로 현실이 되는 힘!

 

마법같은 일들이 현실에서 이뤄지는 것은 그것을 상상하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들수록 삭막하고 냉정해지는 어른들에게 판타지 소설은 동심을 일깨워준다. 또한 어린 시절, 밤잠을 줄여가며 책을 읽던 즐거움을 떠올리게 해준다. 책은 읽어주는 누군가로 인해 새롭게 태어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책장에 꽂혀있는 많은 책들이 아우성치는 것만 같다. '어서 읽어줘~~'

악당 카프리콘에게 납치된 아버지 모를 구출하기 위해 미심쩍은 더스트핑거과 함께 악당 카프리콘을 찾아간 메기는 드디어 아버지가 숨겨온 비밀을 알게 된다. 책의 세계에서 탈출하려는 악당들과 맞선 메기와 아버지 모의 환상적인 모험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더 말하지 않겠다. 그 동안 책을 멀리했던 사람들에게 책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해줄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판타지는 모든 이에게 열려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현실을 마법 같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든 힘은 바로 아이들과 같은 마음이니까.

오랜 만에 판타지 소설을 보며 즐거운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