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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미술관 -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
김홍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마음 아픈 사람에게 가장 적절한 위로는 무엇일까?
공감일 것 같다.
'네가 지금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 역시 아파봤으니까.'
말 없이 어깨를 토닥여주거나 덩그라니 남겨진 손을 따스하게 잡아주는 일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러나 만약 마음 아픈 사람이 바로 나라면, 나는 누구의 위로를 기대할 수 있을까?
영화처럼 적절한 순간에 나타나서 위로해 줄 사람이 곁에 있다면 참 다행이다. 하지만 나의 현실은 영화 같은 구석이 전혀 없으니 아마도 혼자 펑펑 울어버리겠지. 그건 누군가의 위로를 받을 만큼의 여유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음이든 몸이든 아프면 괜히 옹졸해지는 것이 모난 성격 탓인지도 모른다. 어설픈 자존심이 자신을 더욱 외롭고 아프게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럴 때는 오히려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것이 아픈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한다.
여기, 마음 아픈 이들에게 손짓하는 한 권의 책이 있다.
<하하 미술관> -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
제목만 봤더라면 '그림치유'라는 흥미롭지만 낯선 분위기를 풍기는 이 책이 그리 반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술관이라고는 거의 갈 일이 없는 사람에게 예술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왠지 다른 세계에 속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상큼한 첫인상으로 모든 반감과 어색함을 털어낸다. 책 표지에 해맑게 웃고 있는 소년을 보자마자 그냥 이 책이 좋아진다. 어딘가 동화책에 등장할 것 같은 소년의 모습이 친근하다. 그런데 이 표지 그림이 한국 현대화가 이순구님의 <웃는 얼굴 - 소년>이라고 한다.
현대미술 작품이 이렇게 친근하고 편한 이미지라니, 괜찮은 새 친구를 만난 듯 기분 좋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 최초로 미술사와 복식사를 결합한 책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집필하여 국내 '패션큐레이터 1호'가 된 김홍기님이다. 다음 포털에 <김홍기의 문화의 제국>이라는 블로그에서 미술과 패션을 테마로 글을 쓰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 이렇게 <하하 미술관>이 탄생된 것이다.
책에는 국내 작가의 작품만을 보여준다. (단 예외적으로 에필로그, 닫는 글에 카를 슈피츠베크의 <가난한 시인>이 소개되어 있다. 그 이유는 그림을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널리 알려진 명화도 좋지만 우리의 정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나니 반갑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감할 수 있는 글들로 그림과 삶을 이야기해서 좋다.
삶에 지친 당신, 엉망이 된 연애로 괴로운 당신, 관계중독에 빠진 당신, 주부 우울증에 걸린 당신, 환하게 울고 싶은 당신, 돼지꿈을 꾸고 싶은 당신에게 따스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이 중에 속하지 않은 아픔으로 괴로운 당신일지라도 웃는 얼굴의 소년을 본 순간, 살짝 미소를 지을 수 있으리라.
왜 <하하 미술관>이겠는가? 힘들다고, 괴롭다고 찡그리면 언제 웃을 날이 오겠는가?
바로 지금, 신나게 웃어 보자. 28명의 작가 중에 분명 당신을 미소 짓게 만들 작품이 있다. 당신의 마음을 달래줄 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