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동물처럼 조련하다고? 과연 누군가를 내 맘대로 길들일 수 있을까?
제목이 자극적이다. 물론 그 때문에 이 책이 끌렸음을 인정한다. 그런데 "잔소리도, 애교도, 협박도 통하지 않는 사람을 소리 한 번 지르지 않고 변화시키는 마술 같은 책!"이라는 광고 문구는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샤무의 내용이 매우 유익하지만 현실에서는 인간관계가 마술처럼 단 번에 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샤무가 마술 같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오랜 마음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샤무'란 무슨 뜻일까?
'샤무'는 고래의 이름이다. 저자 에이미 서덜랜드는 책 집필을 위해 동물조련사를 관찰하면서 조련기술의 놀라운 점들을 발견한다. 쉽게 길들이기 어려운 돌고래를 성공적으로 조련하는 모습을 통해 동물조련의 기법을 인간에게 적용해보기 시작한다. 바로 자신의 남편, 가족, 친구들, 그 밖에 주변 사람들에게 적용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 그리하여 이 책에서는 '샤무'를 어떤 대상을 길들인다라는 뜻의 동사로 사용한다. "부부끼리 샤무하세요!"처럼 말이다.
미국에서 2006년 <뉴욕 타임스>에 연재되는 동안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고 한다. 아마도 수많은 남성들이 동물 취급을 당한다고 불쾌하게 여겼을 것 같다. 이런 오해가 생길 만 하다. 우리 주변에서도 동물조련이라고 하면 흔히 개 훈련소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개를 길들일 때는 주종 관계를 확실히 인지시켜 주인에게 무조건 복종하도록 훈련시킨다. 그러니 사람을 대상으로 내 맘대로 길들인다는 표현이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오해하기 쉬운 '조련'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저자는 기존의 전통적인 조련(처벌을 통한 복종)이 아니라 진보적인 조련(긍정적인 강화)을 이야기한다.
"조련이란 대상 동물과의 의사소통이다. 길들이기보다는,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동물들에게 무엇을 하게 만들지 않고, 하도록 유도한다. 조련의 목표는 동물이 복종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동물 스스로 조련을 좋아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목을 조르고 때리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결국 조련은 일방적인 길들이기가 아닌 상호 길들이기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좀더 원만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식인 것이다. 이제 조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긍정적으로 샤무를 배워보자.
자신을 조련사라고 상상한다. 조련하고자 하는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이 필수다. 우리가 원하는 건 동물을 순종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로 생각하여 협조하게 만드는 것이다. 동물이 맘에 드는 행동을 하면 상을 주고, 탐탁지 않은 행동을 하면 무시하여 다시는 그 행동을 하지 않게 만든다. 즉,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면 나름대로 정해진 보상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모른 체하는 것이다.
샤무의 원리를 하나씩 알아갈수록 길들이는 대상이 타인이 아닌 바로 자기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뛰어난 동물조련사라고 해도 동물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조절할 수는 없다. 가능한 범위만큼 협조하게 만들고 불가능한 부분은 아예 마음을 접거나 먼저 양보하는 수 밖에 없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내거나 싸워봤자 서로에게 남는 건 상처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지, 주도권을 잡는 것이 아니다.
좋은 인간관계란 이인삼각 경기처럼 함께 발맞춰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줄다리기처럼 자신만을 생각하며 끌어당기다가 문제가 생긴다. 세상은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마음 속에 행복이 들어갈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샤무의 원리 자체는 특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에게 샤무가 특별한 힘이 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삶에서 현명하게 활용했기 때문이다. 샤무의 원리는 긍정의 강화다. 적절한 칭찬과 격려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읽다보니 예전 베스트셀러였던 책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가 떠오른다. 그 책이 전반적인 인간관계의 비결을 설명한다면, 샤무는 결혼한 부부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준다. 결국 샤무는 사람 간에 행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서로 잔소리하지 않기, 화내지 않기,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아낌없이 칭찬하고 격려하기 등등 실천해야 될 것들이 수두룩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