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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아, 집 지어 줄게 놀러오렴 - 산골로 간 CEO, 새집을 짓다
이대우 지음 / 도솔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부부는 닮는다더니 그 말이 꼭 맞다.
이 책은 <엄마의 공책>을 쓴 서경옥 님의 남편이 쓰고 가족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이다. <엄마의 공책>에서 종종 등장했던 남편이 어느 분인지 궁금했는데 역시나 멋진 부부란 생각이 든다.
남들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며 도시 생활에 익숙한 부부가 어떻게 강원도 봉평 흥정계곡 자락에 보금자리를 마련했을까?
어떻게 보면 은퇴 후 전원생활을 하는 것인데, 그는 전원생활이라는 세련된 말보다 시골생활이라고 표현한다. 흔히 숲 속에 별장을 지어놓고 가끔씩 자연을 즐기는 것을 전원생활이라고 한다면, 그가 말한 시골생활은 온전히 시골 사람으로 사는 것을 뜻한다. 자식에게 남겨줄 것은 무시해버리고 부부 두 사람이 노년까지 즐기며 살라고 충고한다. 자신들이 예쁘게 가꾼 시골집은 부부만의 공간이지, 나중에 자식에게 물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근 10년 간의 시골생활에서 그가 얻은 것은 노동의 즐거움인 듯 싶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니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을 리 없다. 그가 그토록 하고 싶은 일은 목공 일이다. 식탁, 의자, 책장, 선반 등등 집에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드는 일이다. 직업으로 치자면 '목수'인데 남들에게 보수를 받고 일하지는 않으니까 '취미 목수'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단순한 목수가 아니다. 생활용품보다는 특별히 새집을 만드는 목수다.
왜 새집을 만들까? 새가 좋아서?
무엇이 좋아서 할 때는 구구절절 이유가 필요 없는 것 같다. 새집을 만드는 동안 즐겁고, 그 새집에 새들이 놀러와 둥지가 되면 더 좋다는 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도시라는 세상을 떠나 자연 속으로 간 그의 마음처럼 보답없이 베푸는 그 넉넉한 마음이 부럽다.
<파랑새>라는 동화처럼 그가 만드는 새집은 행복을 키워가는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새를 가두는 새장이 아닌, 새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새집을 만드는 사람.
행복은 억지로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그는 몸소 보여준다.
오래 전에 봉평 흥정계곡에 자리를 잡았으면서도 땅값이니, 세속적인 이득은 따질 줄 모르는 (엄밀히 말하면 못해서가 아니라 안하고 싶어서) 모습이 보기 좋다. 돈에 연연하는 사람이었다면 새집이 아니라 펜션을 지었겠지만 말이다.
큼직한 책 속에는 화보집이 안 부럽다. 이대우 님이 만든 새집 사진과 부인이 그린 새 그림 그리고 다정한 가족 이야기가 있어 보는 눈이 즐겁고 마음이 포근해진다. 정말 이 분들이 사는 집에 놀러가고 싶다. 왠지 반갑게 맞아줄 것 같은 분들이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그런 마음이겠지만 혹시나 불청객이 될까 염려된다.
몇 해전, 흥정계곡에 있는 허브농원을 둘러보면서 주변 풍경에 감탄한 적이 있다. 만약 내가 이 분들 나이쯤 다시 그런 곳을 찾는다면 시골생활을 생각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이 분들의 아름다운 삶을 엿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될 것 같다. 정말로 부러운 것은 시골생활이 아니라, 그 분들의 마음이다.
넉넉하고 포근하고 자연스러운 마음으로, 삭막한 도시생활을 잘 견뎌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