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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만들기 1 - 인연 찾기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드라마에 열광하는 아줌마를 욕하지 말라.
어딘가에는 개그 프로에 열광하는 아저씨들이 있을지니.
결국 현실이 아닌 TV 속에 빠져드는 이유는 한 가지다. 재미있으니까.
이 책은 인기 드라마를 써온 현고운 작가의 소설이다.
사랑에 관한 온갖 환상과 즐거움을 골고루 배합하여 독자를 만족시켜준다. 역시나 MBC 주말 드라마 <인연 만들기>가 곧 방영될 모양이다. 아니, 이미 방영 중이었다. 한 발 늦었군. 주인공을 보니 SES 유진이 한상은 역을 맡았다. ‘이럴 수가, 너무 예쁘잖아.’ 원래대로라면 빅토리아 한상은은 첫눈에 반할 만큼 예쁜 여자는 아니다. 그냥 평범한 듯 매력적인 스타일이다. 그런데 유진은 누가 봐도 예쁘잖아. 역시 드라마답다.
평범한 그녀가 갑자기 예뻐 보이는 건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콩깍지란 걸, 드라마에서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당연히 예쁜 주인공이 안 예쁜 척 연기하다가 점점 예뻐졌다고 하는 거지. 만약 TV 드라마 속 주인공이 마음에 안 드는 분은 그냥 책을 읽기 바란다. 그러면 내 마음대로 멋진 주인공을 캐스팅하면 되니까.
첫 만남부터 삐걱대는 두 남녀. 그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어른들이 정해준 배필이었던 것.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먼지 풀풀 나는 고리짝 스토리지만 나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부모님이 정해놓은 짝과 정략결혼을 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 그들이 사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 정말로 두 사람이 운명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서로에게 무관심하던 두 사람이 자꾸 만나게 되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연애의 정석을 그대로 따라주는 센스. 사랑 이야기는 기대를 저버리면 안 된다. 안 그러면 독자든 시청자든 외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비극적인 결말은 싫다. 뭐 본인이 실연을 당했거나 눈물을 펑펑 쏟고 싶은 때라면 모르겠지만.
나이 들수록 느끼는 거지만 칙칙한 건 싫다. 드라마나 소설은 해피엔딩이 최고다.
현고운 작가는 스스로를 해피 마니아라고 말한다. 과연 밤새 달콤한 로맨스를 쓰며 초콜릿을 즐기는 작가의 실제 로맨스는 어떤 모습일까? 왠지 감수성 풍부한 소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자신의 천생연분을 만났을까? 어쩌다가 드라마 주인공이 아닌 작가에게 관심이 가는 건지 모르겠다. 주책없이 남의 연애사가 궁금하다. 왜냐하면 재미있으니까. 문득 초콜릿 때문에 생각났는데 로맨스 소설은 마치 초콜릿 같다. 입에 넣는 순간 퍼지는 달콤한 맛에 푹 빠져 자꾸만 찾게 된다. 초콜릿중독자라는 작가답게 쓰는 글마다 달콤쌉싸름한 매력으로 독자를 유혹한다. 일부러 다이어트 하는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초콜릿을 싫어하는 여자가 있을까?
이 책은 초콜릿 같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당신이 초콜릿을 거부할 수 없듯이 이 책을 펼친 순간 마지막 장까지 읽게 될 것이다. 그리고 흐뭇한 미소를 짓겠지. 행복이란 제 인생의 인연을 찾아야 완성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