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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ㅣ 헝거 게임 시리즈 1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놀랍다. 암울한 미래를 상상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무나 현실적으로 와 닿는 소설이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도저히 중간에 책을 덮기 힘들다. 글자 하나하나가 영상으로 펼쳐지는 느낌이다. 그러니 <헝거 게임>이 영화화된다는 게 전혀 놀랍지 않다.
먼 미래, 북미 대륙은 잿더미가 된 뒤 들어선 판엠이라는 나라로부터 시작된다. 중앙에는 수도 캐피톨이 위치하고, 열세 개 구역이 그 주위를 둘러싼 나라였다. 어느 날 열세 개 구역이 판엠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가 패배했고 열세 번째 구역은 아예 사라졌다. 그 뒤 반란을 일으켰던 나머지 12개 구역 사람들은 노예처럼 살아간다.
13...서양에서 불길하게 여기는 숫자답게 열세 번째 구역은 사라졌다. 아무도 폐허가 된 그 곳을 갈 수 없다. 처음에는 주인공 이야기에 푹 빠져 사라진 13구역을 잊었는데 문득 그 곳이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캐피톨의 독재가 미심쩍다. 미래라고 하기에는 퇴보한 12 구역의 모습 속에도 경계, 계급, 차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2구역은 석탄이 주요 생산물인 탄광촌이다. 어느 날, 탄광이 무너져 아빠가 돌아가시자 정신을 놓아버린 엄마. 이 때 주인공 캣니스의 나이는 겨우 11살, 동생 프림은 7살이었다. 며칠을 굶주리며 두려움에 떨던 캣니스는 운명적인 사건을 계기로 삶의 의지를 얻었다. 그러면서 게일이라는 친구도 생기고 5년 간 어엿한 가장 노릇을 했다. 캣니스는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모든 것을 포기한 엄마가 비극적인 현실이라면 캣니스는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이겨냈다. 가족을 향한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드디어 헝거 게임 추첨일이 다가온다. 헝거 게임이란 반란을 일으킨 대가로 매년 12개 구역에서 소년, 소녀 한 명씩을 추첨하여 조공인으로 보내는 행사를 말한다. 캐피톨 입장에서는 즐거운 축제인양 떠들지만 12 구역 사람들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총 24명의 조공인들은 캐피톨이 만들어놓은 인위적인 공간 내에서 죽을 때까지 싸운다. 살아남는 최후의 한 명이 우승자가 되고 우승자가 나온 구역에는 엄청난 특혜가 주어진다.
12개 구역에 사는 사람들은 12세가 되면 추첨통에 자신의 이름을 한 개 씩 넣는다. 가난한 아이들은 배급표를 받는 대신 추첨통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로 넣는다. 결국 가난한 아이들은 배고파서 죽던지 헝거 게임에 당첨되어 죽던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캣니스는 그런 아이들 중 하나다. 그런데 수많은 이름이 들어간 캣니스가 아니라 단 한 장의 이름의 들어간 동생이 추첨된다. 캣니스는 바로 동생을 대신하여 헝거 게임을 지원한다. 용감한 소녀다. 죽을지도 모르는 게임 앞에 의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용기는 바로 이런 거다. 두렵지만 나설 줄 아는 것.
16살의 캣니스와 빵집 아들 피타는 헝거 게임의 12구역 대표가 된다. 헝거 게임에 참가하는 소년, 소녀들은 마치 연예인 같이 꾸며지고 훈련 기간을 거친다. 그 이유는 헝거 게임의 모든 과정이 캐피톨 거주자들에게는 24시간 TV로 생중계되기 때문이다. 캐피톨 사람들에게 헝거 게임은 일종의 오락이다. 누군가에는 생존이 걸린 치열한 전쟁인데 누구에게는 단순한 볼거리라는 점이 충격이다. 의상이 튜닉인 것을 보면 로마 시대가 떠오른다. 사치와 향락에 물든 로마인들을 위해 검투사가 되어 싸우는 노예 같다.
극단적인 미래 상황을 보며 부정하고 싶지만 전혀 근거 없는 미래가 아니기에 섬뜩한 생각이 든다.
인터넷이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보여지는 것들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여기면 충분히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이 인간 심리다.
책 표지를 보면 둥근 금테 속에 새 한 마리가 화살을 물고 있다. 그것은 12구역 시장의 딸이자 캣니스와 같은 반 아이 매지가 준 작은 금 핀의 모양이다. 12구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흉내어치'는 미래 유전자변형으로 만들어진 새인데 사람 목소리를 완벽히 흉내낸다. 캣니스의 아빠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부르면 이 작은 황금 새가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다. 마치 비참하고 불행한 현실을 흉내어치의 아름다운 노래가 바꿔줄 수 있을 것만 같다. 한 사람의 용감한 행동이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거대한 물결을 일으키듯이 희망은 전파된다. 흉내어치의 노래소리처럼.
<헝거 게임>은 총 3부작으로 구성되며 이 책은 헝거 게임을 치르는 캣니스와 피타의 이야기다.
판엠의 독재정치에 굴복하며 사는 어른들과는 달리, 끔찍한 헝거 게임을 치뤄내는 아이들은 용감하다. 피타는 이렇게 말한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간 후에도 난, 그들 때문에 변하고 싶지 않아. 내가 아닌 다른 어떤 괴물로 날 바꿔 놓는 그런 거 말이야."
무조건 살아남자고 다짐하는 캣니스와 죽더라도 자신을 잃고 싶지 않은 피타는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존재다.
세상이라는 치열한 헝거 게임에서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