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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척도
요리후지 분페이 지음, 이은정 옮김 / 스펙트럼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1.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숫자에 약한 건 당신뿐만 아니다!"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수학을 싫어했던 것은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흥미를 잃게 된 것 같다. 그 때부터 수학뿐 아니라 숫자 자체에 대한 거부 반응이 생겼다. 그런데 숫자에 약하다는 건 왠지
사는데 참 불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한 물건 계산부터 시작해서 대량 주문 견적을 내는 일까지 숫자를 빼놓고는 일이 되질 않으니 말이다. 왠지 이 책을 보면 숫자에 대한 힘이 생길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선택했다.
2. 이 책을 펼친 순간의 느낌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같다. 이 책의 분류는 수학과는 무관하다. '숫자의 척도'라는 제목만 보고 수학과 관련된 책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작가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다. 그림 그리는 사람이 숫자에 대한 책을 쓴 것이다. 숫자에 약한 작가가 어떻게 숫자에 대한 책을 그리고 쓸 생각을 했는지 신기하다. 어찌됐든 숫자에 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머리가 아프지 않다. 온통 그림뿐이니 주인공인 '숫자'도 덩달아 그림처럼 보인다. 여기저기 말풍선이 떠 있고 피식 웃음이 나는 내용때문에 만화책 같기도 하다.
특히 숫자의 척도, 숫자의 크기를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사용해서 숫자를 느끼는 방법은 꽤 재미있다.
손톱 끝이 1만이면, 손톱 한 개가 10만, 손가락 하나가 100만, 손바닥 전체가 1000만......결국 손톱 끝에서 양팔까지를 사용하면 양 팔을 벌린 수평한 부분이 1억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1억, 10억이라는 숫자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세상이지만 그 숫자에 대한 느낌이 전혀 와 닿지 않는다. 그런데 몸을 통해 짐작할 수 있으니 숫자에 느낌이 온다.
세계 각국의 인구, 육지와 바다의 비율, 인터넷 인구, 환자수,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등 숫자로 표시하는 모든 도표와 수식들이 전혀 어렵지 않다. 저자는 이것을 "몸이 숫자에 강해져간다."라고 표현한다.
숫자만 보면 머리 아팠던 사람들에게도 재미있는 숫자의 세계가 보이는 것이다.
3. 이 책은 어떤 책인가?
한마디로 <숫자의 척도>는 재미있는 숫자 놀이책이다.
"어른들이 보기에 너무 유치한 거 아니야."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지하고 심각해서 재미없는 숫자에 관한 책보다는
이 책이 훨씬 낫다. 적어도 끝까지 편안하고 즐겁게 볼 수 있으니까.
다만 일본책이라서 일본풍의 이야기들이 많은 점이 약간 거슬리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숫자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책이다. 실생활에서 숫자만 보면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에게 숫자의 또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저자의 말처럼 딱딱하고 지루한 '세상의 숫자'가 아닌 신나는 '나만의 숫자'를 많이 갖는 것이 우리 삶을 더욱 즐겁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미운 사람도 어느 순간 호감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있듯이 골칫덩어리 '숫자'가 왠지 귀엽게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숫자를 보는 시각이 바뀐 것 같다. 대단히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개성있는 일러스트 덕분에 재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