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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하버드대에서는 어떤 강의를 들을까? 아마도 이런 호기심이 이 책을 읽게 한 것 같다. 저자 마이클 샌델은 1980년부터 30년간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며 특히 "정의(Justice) 수업"은 20여 년 동안 하버드대생 사이에서 최고 명강의로 손꼽힌다고 한다.
첫 장을 넘기는 순간 깨달았다. '굉장히 힘든 강의 수업에 들어왔구나.'
어쩌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명쾌한 질문때문에 그 해답 또한 명쾌할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고 해야 하나? 정의란 교과서에서 설명할 수는 있지만 제대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어떻게 고민하고 판단해야 할 지 힌트를 줄 뿐이다. 개념적 의미가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야만 한다.
현대 사회에서 정의란 부정, 비리, 불평등이라는 불합리한 상황에 맞닥뜨릴 때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항목일 것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회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정의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다. 점점 철학적 접근으로 들어서니 다소 머리가 묵직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 평상시라면 개인적 이익이나 입장에 따라 결정했겠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더욱 어렵다. 구체적이고 뚜렷한 가치 기준을 갖지 못한다면 어떻게 올바른 삶을 살 수 있겠는가?
자유시장에서 공리나 행복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바로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유시장은 전쟁터가 될테니 말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산다는 건 이러한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 공공의 이익을 지킨다는 것은 중용의 미덕을 요구한다. 그러나 말처럼 중용을 지키며 올바른 정의를 실천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칸트의 도덕철학은 까다롭지만 주목할 만하다. 칸트는 어떤 행동의 도덕적 가치를 볼 때 그 결과가 아니라 동기에서 찾는다. 옳기 때문에 옳은 일을 해야지, 그 이면에 숨은 동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행동의 동기를 어떻게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가? 우리가 이성적 존재만은 아니기 때문에 모든 문제는 딜레마가 생긴다. 도덕은 경험적이지 않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래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정의>를 주제로 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무엇을 배운다는 건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탐구하는 과정 속에 있음을 알게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