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먼로의 죽음
닉 케이브 지음, 임정재 옮김 / 시아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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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먼로의 죽음은 달갑지 않은 뉴스의 한 장면 같다. 아이를 키우는 아줌마로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이 있다면 바로 바람피는 남자일 것이다. 멀쩡히 아내와 자식이 있는 남자가 정신 못차리고 여자들 뒤만 쫓아 다니는 꼴이라니.

그래서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못했다. 버니 먼로는 세상의 모든 아내들이 분노할 만한 구제불능 바람둥이다. 결국 그의 아내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바람둥이 남편을 보며 사느니 차라리 세상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이들 부부에게는 아홉 살 난 아들이 한 명 있다. 이제 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은 아빠인 버니 먼로뿐이다. 그래서 화장품 방문 판매원인 그는 아들과 함께 도시를 다니게 된다. 아이가 바라본 아빠는 대단한 세일즈맨이며 자랑스러운 남자다. 적어도 아이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빠와 함께 다니며 세상을 잘 살아가는 요령, 참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그리고 엄마가 사 준 백과사전은 필요한 모든 지식이 들어 있다고.

이 책을 읽는다는 건 버니 먼로의 아들처럼 차에 얌전히 앉아서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일 같다. 참고 기다려야 한다. 대신 우리는 버니 먼로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모두 지켜봐야 한다. 어쩌다가 저런 인간이 되었을까?  버니 먼로도 한 때는 순진하고 착한 소년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파렴치한 바람둥이라도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들을 버리지 않았으니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도저히 모르겠다.  자신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 엄마보다 바람둥이 사기꾼이라도 곁에 있어 준 아빠가 나은 것일까?  버니 먼로와 아들, 버니 먼로의 고객들, 버니 먼로의 친구들, 버니 먼로의 아버지......그들은 현실에 존재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진실 같다. 그러나 인간 말종으로 보이던 버니 먼로도 아홉 살 아들 앞에서는 평범한 아버지였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욕할 만한 짓을 저지른 인간이지만 아들에게만큼은 든든한 아버지로 기억되어서 다행이다.

"착하게 살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어."

아버지의 이름으로, 버니 먼로를 용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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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 1881 함께 읽는 교양 6
토머스 캐스카트 지음, 윤인숙 옮김 / 함께읽는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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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가 할머니에게 묻는다.

"할머니, 왜 살아요?'

"아니 이 녀석이, 그럼 죽으란 말이냐!"

 

꼬마는 생각한다. 왜 사는지 묻는 것이 잘못된 건가?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데 그럼 산다는 건 죽지 못해서 혹은 죽지 않았기 때문에 사는 건가?

아, 모르겠다. 그냥 살아 있으니까 사는 건가보다.

 

어린 시절에 엉뚱한 질문을 했다가 야단만 맞은 적이 있다. 연로하신 할머니께 뜬끔없이 왜 사느냐, 언제 죽느냐라는 질문은 굉장히 무례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걸 그 당시에는 몰랐다. 아마도 그 뒤론 그런 질문은 안 했던 것 같다. 굳이 질문할 필요를 못 느꼈던 것 같다. 사느냐, 죽느냐는 햄릿이 고민하면 되고 왜 사느냐, 왜 죽느냐는 철학자나 신학자들에게 맡기면 되니까.

그런데 우리 애가 묻는다. "사람은 왜 죽어요?  죽으면 어떻게 되요?"  "음, 사람이 왜 죽느냐 하면......."

사실은 잘 모르겠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설명하다보니 모르겠다. 정말 '죽음'이란 뭘까?

 

<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는 '죽음'에 관한 유쾌한 고찰이다. 토머스 캐스카트와 대니얼 클라인은 진지하고 고리타분한 철학을 적절한 농담과 유머로 희석시킨다. 어쩌면 '삶과 죽음'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유머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위대한 사상가들이 말하는 '죽음'에 기죽었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으로 기운을 차리자.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왜냐면, 우리가 존재하고 있으면 죽음이 오지 않은 것이고, 죽음이 오면 우리가 존재하지 않으니"  -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죽음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죽음이란, 죽는 당사자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만은 없다. 죽음은 삶과의 이별이며 살아있는 사람들과의 이별이니까. 그러니까 에피쿠로스가 말하는 '아무것도 아닌'이란  죽음에 연연하여 현재의 삶을 망치지 말라는 충고가 아닐까. 철학은 삶을, 종교는 죽음을 우리에게 이야기하지만 그 무엇도 정답은 없다. 이 책은 정말 시끌벅적한 수다 같다. 진지하고 심각한 분위기는 쫙 빼낸 저칼로리 죽음 요리를 맛 본 것 같다. 이제 '죽음'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얘들아, 세상에 태어난 순간이 기억나니? 기억 안 난다고? 그래, 죽음도 마찬가지야. 수많은 사람들이 짐작만 할 뿐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지. 그래도 잘 살고 있잖아. 삶과 죽음이란 자연스러운 거야. 있는 그대로 이 순간을 살다보면 알게 되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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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보는 그림 명화 백과 한 권으로 보는 그림 백과
정상영 지음, 이병용 그림, 류재만 감수 / 진선아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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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세계 명화를 알려주면 좋을까?

직접 미술관에 가서 명화를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세계의 명화 감상을 위해 당장 해외 여행을 떠날 수는 없으니 대신 책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발견한 책이 바로 <한 권으로 보는 그림 명화 백과>이다.

세계의 명화를 제대로 알아보려면 한 권으로는 턱없이 부족할테지만 초등학생들을 위한 책이라면 이 책이 제격이다. 무엇보다 딱딱하고 지루할 수도 있는 서양 미술사부터 시대별 작품, 회화 용어까지 재미있는 삽화를 곁들여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예술도 아는 만큼 볼 수 있기 때문에 서양의 미술사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역사적 흐름을 따라서 어떻

게 미술이 발전해왔는가를 알 수 있고, 각 시대별로 대표적인 화가와 작품이 잘 설명되어 있어서 좋은 미술 교과서 역할을 한다. 고대 미술, 르네상스 미술, 바로크 로코코 미술, 계몽주의 미술, 신고전주의 미술, 낭만주의 미술, 사실주의 미술, 인상주의 미술, 20세기 미술을 한 눈에 살려볼 수 있는 미술사 연표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미술 용어나 세계의 미술관 정보도 나와 있어서 미술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한 권으로 보는 그림 명화 백과>는 제목처럼 한 권이 아닌 두 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의 <명화 백과> 이외에 <명화 감상 노트>를 추가로 더 받은 것이다. <명화 백과>는 서양 미술사라는 관점에서 화가와 작품을 설명하고 있어서 정작 작품 감상은 제대로 못할 수가 있다. 그런 면을 보완하기 위해서 준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명화 감상 노트>는 명화를 크게 확대해놓은 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간략한 설명도 곁들이고 있어서 작품 감상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맨 뒷부분에는 전시회를 관람한 후의 감상이나 느낌을 적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명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으려면 세계의 명화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작품들을 많이 관람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똑같은 명화도 책마다 조금씩 색감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역시 명화는 직접 봐야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명화 감상을 위한 세계 여행을 갈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한 권의 그림 명화 백과를 통해서 수십 권의 명화 감상 노트가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그보다 우선 이번 여름방학 동안에 아이와 함께 가까운 전시회나 미술관을 둘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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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서 배우는 술술한자 : 한자능력검정시험 6급 - 초등 3학년용
박두수 지음 / 중앙에듀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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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아 본격적으로 아이의 한자 공부가 시작됐다. 요즘은 한자를 재미있게 익힐 수 있는 좋은 교재가 많은 것 같다. 다만 재미 위주인 교재가 많다보니 정작 한자 쓰기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면에서 <풀어서 배우는 술술 한자> 시리즈는 한자를 제대로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재란 생각이 든다.

우선 이 책에서 알려주는 <한자를 쉽게 익히는 법>을 소개하자면,

한자를 무조건 쓰고 외울 것이 아니라 각각의 뜻과 유래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한자는 그 모양이 비슷한 글자들이 많기 때문에 무조건 쓰고 외우면 헷갈린다. 그래서 한자를 공부할 때는 글자를 나누어 생각한다. 그러면 왜 이런 글자들이 모여서 이런 뜻을 나타내는구나 알게 된다. 또한 쓰는 순서를 생각하여 자원 풀이를 해야 올바른 한자 쓰기와 익히기가 가능하다. 한자를 익힌 다음은 그 글자가 쓰이는 단어와 뜻까지 익힌다. 그 단어가 쓰인 예문을 통해 어휘를 익히면 좋다. 모양이 비슷한 글자끼리 연관지어 익히는 것이 좋다. 전부 유용한 학습법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마냥 쉬운 공부는 어디에도 없다. 무슨 공부든지 열심히 노력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의 특징은 한자의 원리를 이해하면서 자꾸 보고 읽고 쓰면 술술 외워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쓰는 부분도 많고 반복 학습이 많은 편이다. 한자를 쓰면서 익히고, 다시 음훈을 적으면서 익히고 마지막으로 그 한자가 쓰인 단어나 문장을 통해 마무리를 한다. 6급 150자를 익히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복습할 수 있다.

한자능력검정시험 6급부터는 본격적으로 한자 쓰기가 포함되는 시험이라서 더욱 이 책이 효과적일 것 같다. 이 책 한 권이면 6급 한자를 완전히 익힐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미리 6급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모의고사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한자능력검정시험을 대비하는 학생이라면 이 교재로 한자를 익히고 따로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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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전 : 악몽일기
박승예 글.그림 / 책나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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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왜 이 책을 읽게 됐는가?

괴물과 악몽에 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딱 봐도 괴상망측한 그림이 뭔가 흥미를 자극한다.

 

2. 책에 관한 첫인상?

생각보다 책 사이즈가 작고 얇다. 살짝 책장을 넘겨보니 그림과 글이 반반씩, 마치 전시회 판플렛 느낌이 든다.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만한 책인 것 같다.

 

3. 다 읽은 소감?

반전의 묘미를 주는 책이다. 누구나 느끼는 반전이 아니라 순전히 혼자 느낀 반전에 헛웃음이 나온다.

뭐야? 책을 읽으면서 악몽이라도 꾼 건가?

그래서 두 번 읽었다. 다시 확인하려고. 특히 작가의 이력은 꼼꼼히 읽을 것. 공포가 예술로 바뀐다는 것.

영화를 봐도 그렇고 소설책을 봐도, 사건 속 반전은 재미의 핵심이다. 의도된 교묘한 속임수랄까. 만약 마술사가 펼치는 화려한 공연처럼 속으면서도 재미있고 즐거운 반전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그러나 반전이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반전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상상력의 한계을 가진 사람들이 느끼는 뒤늦은 깨달음이며 놀라움이다.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라는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다.

이 책은 전혀 반전을 의도하지 않은 순수하며 정직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며 있는 그대로다. 다만 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상상한 것은 나의 착각 탓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실수때문이다. 아마 잠깐 더위를 먹었던 모양이다.

맨 처음 책을 넘기니 작가의 사진이 보였다. 흑백사진인데다 딱 이마까지만 보이는 얼굴, 검은색 상의만 보고 나의 뇌는 '남자'라고 인식했다. 작가의 이름이야 여성스러운 남성작가도 많기때문에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 의문을 가진 것은 "여성작가 날개 달기 프로젝트'의 1기 선정 작가로 기획개인전을 열었다는 이력을 보면서 왜 남성 작가를 선정했을까 라는 점이었다. 지극히 정상적인 뇌를 가동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여성작가라고 판단했을 대목에서 나의 뇌는 처음의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눈으로 확인한 작가의 사진이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된 것이다. 작가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이 엄청난 착각을 확인한 것은 2008년 10월 27일 새벽 4시 반에 꾼 악몽에서였다. 그 전에 오빠 얘기가 등장할 때도 각각의 악몽마다 주인공이 바뀐다고 생각했다. 어찌됐든 꿈속에 등장한 친구는 여고 동창인데 갑자기 과부가 되어 나타나 자신의 애 아버지가 되어달라고 말한다. 급기야 결혼식까지 진행된다. '내가 왜? 내가 왜? 도대체 왜? 자신은 분명 여자인데 같은 여자인 동창이 느닷없이 남자 취급을 하는 이유는 뭘까?  여기에서 두 가지 착각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정말 작가가 꾼 악몽을 적은 책이며 작가는 '여자'였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미술을 전공한 예술가이며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 같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였다. 아니, 박승예 작가의 작품집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빨간색이 파란색으로 바뀐 느낌이다.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한 마디 하자면, 괜히 제목만 보고 착각하지 마시라. 박승예 작가는 소설가가 아니라 미술작가다. 그녀가 그린 작품은 창작물이지만 그녀가 쓴 글은 실제 일기였다. 그림을 보면서 작가의 얼굴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녀의 악몽이 작품으로 재탄생했음을 알게 됐다. 꿈을 꾸는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며 악몽이란 꿈 속 반전이다. 꿈 속의 나는 형체가 자유자재로 바뀌고, 등장하는 존재들도 갑작스런 변신이나 이상한 행동들로 공포와 충격을 준다. 악몽을 꾼다는 건 현재의 불안과 걱정의 표출일 것이다. 그래서 꿈을 꾸는 나는 당황하고 놀라며 공포에 몸부림치다가 잠을 깨고 만다. 현실에서 '나'라고 인식하는 모습은 보여지는 껍데기인지도 모르겠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가끔 악몽에 등장하는 괴물이 진짜 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우리는 항상 '나' 자신에 대한 고민 속에 살아가며 무의식은 다양한 악몽을 통해 숨겨진 '나'를 끄집어낸다. 그녀가 보여준 괴물전은 나를 향한 고뇌, 몸부림의 결정체가 아닐까?  괴물은 '나'를 공포에 떨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 현실에 대한 표현인 것이다. 

<괴물전 악몽일기>를 보면서 멋진 전시회를 다녀온 것 같아 흐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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