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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 마음을 여는 신뢰의 물 ㅣ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3
박현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어릴 적 마당에 펌프식 수도가 있었다. 반드시 물 한 바가지를 붓고 펌프질을 해야 시원한 물을 쏟아내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던지.
세상 일이라는 게 '마중물'처럼 먼저 내어놓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해준 추억이었다. 그런데 그 때 붓는 물 한 바가지를 '마중물'이라고 부르는지는 몰랐다.
이 책은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신뢰'라는 마중물을 한 편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세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물'의 소중함 속에서 신뢰의 기적을 보여준다. 정말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주인공 류신에게는 가족이 아버지뿐이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이후 아버지와는 소원해져서 대화라고는 거의 없는 부자지간이다. 류신의 아버지는 정수 기술 개발을 하는 중소기업의 사장님이다. 최근 신기술 개발에 매달리면서 회사는 급격히 위기 상황에 빠지고 경쟁사의 스카우트 공세로 회사 분위기마저 안 좋은 상황에서 류사장이 쓰러진다. 아들인 류신은 어쩔 수 없이 아버지가 남긴 노트북에서 신기술인 필터 해법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노트북은 퀴즈와 같은 암호를 풀어야만 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암호를 풀기 위해 류신은 아버지의 지인들을 만나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왜 아버지가 노트북에 그러한 암호를 만들었는지를 알게 된다. 안타까운 건 아버지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에 아들의 닫힌 마음이 서서히 열렸다는 점이다. 진작에 서로를 용서하고 마음을 열었다면 오해를 풀 수 있었을텐데...... 회사의 위기는 신뢰라는 마중물로 극복하지만 뒤늦은 깨달음은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 그래서 세상에는 중요한 순간이 존재하는 것 같다. 선택의 기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주인공 류신처럼 아버지와의 신뢰가 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물에 빠져 죽음을 맞은 어머니, 물 관련 신기술을 개발하던 중 쓰러진 아버지, 그리고 물에 관한 암호를 풀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아들.
솔직히 이야기 자체는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류사장님이 남긴 암호와 그것을 풀기 위해 만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꽤 인상적이다. 물에 관한 이야기가 신선하고 좋다. 무엇보다도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이란 내용이 상징적이면서 마음에 와 닿는다.
- ' ( )물과 ( )물에서만 살 수 있는 물고기.'
-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은 ( )이다.
힌트 : 두 사람이 길을 갈 때, 한 사람만 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을 마셨지만, 결국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 물을 마시게 되었다.
정답은 뱃머리를 뜻하는 순우리말 '이물'과 배꼬리인 '고물'이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은 원효대사가 마셨다는 송장 썩은 물, 즉 '추깃물'이다. 그리고 펌프에 먼저 넣는 물인 '마중물'이다.
이것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인 것 같다. 오해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을 이러한 지혜로운 질문으로 남겼기 때문에 아들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다. 신뢰란 믿을 만한 사람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기 힘든 사람조차도 믿어주는 마음인 것 같다. 세상이 도대체 왜 이러냐고 말하기 전에 우리 마음 속에는 어느 정도의 신뢰가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우리의 마음 속에 신뢰가 더욱 많아질수록 세상도 더욱 맑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