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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나아줌마가 들려주는 아프리카 옛이야기
씨나 믈로페 지음, 조선정 옮김, 레이첼 그리핀 그림 / 북비 / 2010년 7월
평점 :
어릴 적에 많이 읽던 동화를 보면 대개 공주, 왕자가 등장한다. 멋진 드레스와 웅장한 성, 말을 타고 달리는 기사들까지 생소한 외국문화가 마치 신비한 동화세상인 듯 느껴지곤 했었다. 물론 우리나라 전래동화처럼 친근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프리카 동화는 거의 읽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아프리카 여러나라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옛이야기를 모아놓았다. 멀고 먼 아프리카 땅을 떠올리면 너무나 낯선 미지의 땅이라서 그런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곳 같았다. 그런데 막상 아프리카 옛이야기를 읽어보니 신비롭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 않다. 착한 주인공이 신비한 힘의 도움으로 부모님의 병을 고친다거나 부자가 되는 이야기는 우리 전래동화에서도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줄거리는 평범할지 몰라도 그 속에 담긴 아프리카만의 문화가 느껴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무엇보다 각 이야기마다 그 나라에 관한 내용과 문화적 요소를 설명해주고 있어서 아프리카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이 책의 이야기를 한 편씩 읽어주었더니 반응이 꽤 좋았다. 보통은 책 한 권을 다 읽어주는데 이 책은 아프리카 옛이야기라서 왠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싶어서 밤마다 나누어 읽어주었다.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앞에 소개된 나라 이야기와 아프리카 지도를 보면서 나미비아, 말라위, 레소토, 스와질란드, 세네갈, 가나, 수단, 에티오피아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보았다. 아프리카대륙에 이렇게 많은 나라가 있었는지 새삼 놀라움을 느꼈다. 그동안 몰랐던 아프리카 여러나라를 찾아보고 그 나라의 옛이야기를 읽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된 것 같다. 책 속의 그림이 뭔가 색다르다고 느꼈는데 책소개를 보니 천연재료를 이용한 퀼트기법의 그림이라고 한다. 예쁜 애니메이션 영화같은 그림은 아니지만 왠지 아프리카 부족이 만든 작품같은 그림이라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짧은 이야기 한 편으로 그 나라를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아프리카 옛이야기는 여느 옛날 이야기처럼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를 주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동안 아프리카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은 알고자 하는 관심이 부족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옛이야기만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주인공이 겪는 흥미로운 경험들을 통해서 아프리카라는 나라가 조금은 가깝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까지 금발의 공주님과 왕자님이 등장하는 동화 세상에 익숙했다면 파도소녀 놀완들과 현명한 아난세처럼 흑인 친구들과 함께 하는 동화 세상도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 속에는 아프리카도 친숙하고 멋진 곳으로 그려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