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낭독 훈련 Solomon Tell Show & Tell 시리즈 4
박광희.캐나다 교사 영낭훈 연구팀 지음 / 사람in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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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낭독훈련에 답이 있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영어 낭독훈련을 처음 알게 됐다. 그 뒤로 출간된 <영어 낭독 훈련 실천다이어리>를 통해 조금씩 입을 열게 되었다. 하지만 완전히 그 효과를 봤다고는 할 수 없다. 그건 영어 낭독훈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꾸준히 실천하지 못한 나의 탓이다. 매일 하루20분을 투자하여 영어 낭독을 한다는 것이 웬만한 의지와 끈기가 아니고서는 힘들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네이버 카페에 '영어낭독학교'가 있어서 영어 낭독훈련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은 아니지만 열심히 실천하는 다른 분들을 보면서 힘과 자극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2011년에는 작심삼일에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실천해 볼 생각이다.

이 책은 < Show&Tell 시리즈 > 중에서 4번째로 주제별 잠언을 담고 있다. 섀도우 스피킹을 위한 고급 심화용 프로그램이다. 방식은 똑같다. 세 가지 속도로 녹음된 내용을 들으면서 섀도우 스피킹 훈련을 하면 된다. 섀도우 스피킹이란 원어민이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그림자처럼 따라 말하는 방법이다.  유창한 영어 회화를 하고 싶다면 직접 큰 소리로 읽는 연습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미 낭독훈련으로 효과를 본 분들을 보면서 나도 반드시 해내야겠다는 의지를 다져본다. 솔직히 수준별로 교재를 선택한다면 초급을 해야겠지만 내용이 솔로몬 왕이 지은 성경의 '잠언'이라서 마음에 든다. 수준별로 단계 구분을 해놓았지만 각자 원하는 교재로 먼저 해도 괜찮은 것 같다. 일상적인 영어 회화보다는 고급스러운 표현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 근래에 성경 쓰기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영어 성경이 반갑고 흥미롭다.  영어 낭독훈련이 원래 억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반복하며 따라 읽으면서 저절로 외워지는 방식이다. 좋은 영어 문장도 익히고 말문도 트이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것 같다.

책의 구성은 본문에 나오는 주요 어구를 먼저 알려주고 그 다음에 본문이 나온다. 듣고 말하기를 30회까지 체크할 수 있다. 그리고 문장을 끊어 읽기, 억양, 강세, 연음과 같은 세부 요소를 체크할 수 있도록 표시된 본문이 나온다. 마지막은 반복한 내용을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빈 칸 문제와 문장의 단어를 바꾸거나 어순을 바꾼 문제로 최종 확인을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스피킹 응용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만들어진 구성인데,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 아니라 거꾸로 대답을 보고 질문을 만들도록 되어있다. 뒷부분은 분철할 수 있는 또 한 권의 책이 있다. 바로 <Coach's Manual>이다. 어떻게 실천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와 함께 전체 내용에 관한 상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내용을 이해하고 낭독할 수 있는 참고서라 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영어 낭독훈련을 겨우 실천하는 단계라서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1년 뒤에는 유창하고 자신있게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주인공이 되고 싶다. 새해 결심으로 '영어 공부'를 정한 분이라면 꼭 챙겨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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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는 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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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소설을 읽을 때는 나름의 기대가 있다. 현실보다는 달콤하고 짜릿한 대리만족이랄까.

그런데 이 소설은 다르다. 지극히 현실적이며 집요하다.

한 남자는 사랑하던 여자로부터 일방적인 이별 통지를 받는다.

“너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 로 시작되는 편지 속에는 그 남자가 얼마나 이기적이며 사랑에 대해 무지한지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결국 그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전혀 몰라줬기 때문에 차인 것이다. 몇 주 뒤에 그 남자는 서점에서 우연히 책 더미에 부딪혀서 두툼한 책 한 권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전기, 책 표지에는 “공감하다”라는 문구가 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한 남자가 실연을 당한 뒤에 쓴 반성문이자, 그 여자에 관한 전기(傳記)이다. 살아있는 사람을 상대로, 그것도 이미 헤어진 연인의 전기(傳記)를 쓴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차라리 그녀와의 아름다운 추억이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글이었다면 납득했겠지만 전기(傳記)라니!

사실 반성문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기 보다는 변명에 급급하니까. 여자는 남자가 자기를 존중하지도 않고 무관심하다고 탓했기 때문에 남자는 자신이 아는 그녀의 모든 것을 떠들고 있는 것이다. 참, 그녀의 이름은 이사벨이다. 혹시나 사랑과 이별에 관한 풋풋한 이야기를 상상했던 독자들에게는 당황스럽겠지만 이 책은 <이사벨의 사생활>에 관한 보고서 같다. 그녀의 솔직한 고백들을 참고로 작성된 전기(傳記)를 보면 가계도, 부모님과 가족 이야기,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사귀었던 남자들, 키스와 같은 성경험, 시시콜콜한 둘만의 대화, 사소한 습관까지 매우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마치 여자의 이별통보에 대한 복수란 생각이 든다. 소설이니 다행이지 책 중간에 실린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만약 헤어진 남자가 나의 사생활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공개한다면 소송감이다.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더니 사랑할 때는 ‘님’이요, 헤어지면 ‘남’이 아닌 ‘웬수’란 걸 보여주는 증거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평범하지만 의미심장한 면이 있다. 만약 그녀가 다시 말을 걸지 않았다면 뻔한 철부지 숙녀로 단정 짓고 끝났을 인연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편견을 인정하면서 사랑은 시작된다.

…….어쨌든 이렇게 인상이 변했다는 사실은 [우호적이든 비우호적이든] 편견이 나의 사람을 파악하는 법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그들을 보는 우리의 관점이 달라지는 자기중심적인 면을 깨닫게 된 것이다........ (50p)

이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면 잊지 말았어야했다. 하지만 이 남자는 구제불능이다. 이기주의자가 사랑에 빠진다고 박애주의자로 바뀌진 않는다. 그녀야말로 남자를 제대로 볼 줄 몰랐기 때문에 호되게 당한 것이다. 스물다섯 살의 그녀, 안타깝다.

그녀의 말처럼 이 남자는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강박되어 있어서 중요한 것을 놓친 것이다. 사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너를 사랑한다는 건’ = 강박, 집착?

원래의 책 제목은 Kiss & Tell 이다. 유명인과 맺었던 밀월 관계를 언론 인터뷰나 출판을 통해 대중에게 폭로하는 행위를 말한다. 책 첫 장에 적힌 이 내용을 봤을 때는 미처 생각을 못했다. 이 남자가 너무나 장황하게 ‘전기(傳記)’ 얘기를 떠들어서다. 마치 그녀를 떠올리며 전기(傳記)를 쓰는 것이 이 남자가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는 방식이라고 잠시 착각했다. 물론 그녀의 적나라한 비밀과 연애사까지 밝힐 때, 비뚤어진 남자의 본심을 파악했지만.

그는 여자의 이별통보를 배신이라고 판단했고 그에 맞서 복수극을 펼친 것이다.

“......나한테는 나도 이해 못하는 게 많아. 솔직히 말하면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도 많고, 왜 너한테는 모든 게 그렇게 분명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마치 사람들의 삶이 그 말도 안 되는 전기 안에 요약 정리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야........” (330p)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완전히 아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부분까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닐까? 그래서 사랑은 누구나 쉽게 말할 수는 있어도 제대로 사랑하기는 어려운가보다. 이별이 아름답지 못한 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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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를 찾아가는 첫걸음 - 30대에 다시 시작하는 위안과 희망의 일기쓰기 안내서!
스테파니 도우릭 지음, 조미현 옮김 / 간장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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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시작한 것이 바로 일기쓰기다. 매일 꼬박꼬박은 아니어도 학창시절부터 일기의 끈을 놓치는 않고 살았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횟수가 줄더니 아이가 생기면서는 아예 육아일기로 바뀌고 그 뒤에는 일상의 메모로 변질되고 말았다. 어느 순간 나만의 일기가 없어진 것이다. 일기에는 정해진 형식이 없다고 해도 일기를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나만의 규칙이 있게 마련이다. 원래 일기의 주인공인 ‘나’를 쏙 뺀 내용은 진정한 일기의 맛을 잃었다고 본다. 그래서 새해에는 새롭게 일기장도 장만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 나를 찾아가는 첫걸음>은 일기를 왜 써야하는지,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안내서다. 읽으면서 내심 감탄한 점은 ‘일기’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책을 써낸 작가의 내공이다. 누구에게 보여주는 글도 아니고 은밀한 자기만의 글인 ‘일기’가 우리 삶에 참 중요한 역할을 하는구나, 새삼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의의는 일기가 우리 삶에 있어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걸 알려준다.

왜 사람들은 일기를 쓰지 않을까? 그토록 삶에 유익한 일기라면 너도나도 써야 할 텐데 말이다. 그건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했던 어린 시절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숙제로써 일기를 쓰고 선생님과 부모님의 검사를 받으면서 왠지 일기에 대한 거부감이 싹 튼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어느 정도 시기를 지나면 일기검사는 없어지지만 왠지 누군가 자신의 일기를 훔쳐 볼 것 같아 꺼림칙해진다. 사춘기 시절에는 그나마 일기를 통해 고민을 적으면서 마음을 달래지만 점차 어른이 되면서 일기는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남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도 있고 굳이 일기를 쓰지 않아도 다양한 방식으로 삶의 스트레스를 풀면서 일기쓰기의 중요성은 줄게 된다. 특히 글쓰기를 너무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일기쓰기는 괴로운 노동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직업이 아닌 이상 글쓰기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지극히 개인적인 글인 일기를 남들에게 평가받았던 몹쓸 기억 때문에

아예 일기쓰기를 외면하게 되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부디 이 책을 통해서 일기가 주는 즐거움과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다. 일단은 마음에 드는 일기장을 마련하고 단 한 줄이라도 써보자. 유명하고 위대한 사람만 자서전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우리도 일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남길 수 있다. 어떤 책을 보니까 직접 일기장에 쓰는 일기가 부담스럽다면 모니터를 끈 채로 쓰는 방법을 권한다. 모니터를 끄고 쓰는 이유는 맞춤법과 같은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마음 내키는 대로 쏟아내라는 의미다. 그냥 할 말이 없으면 없다고 쓰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다. 방법이야 다양하니까 일기를 쓰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시작이 반이다.

일기는 ‘나’를 위한 자유로운 공간이다. ‘나’라는 사람이 살아 숨 쉬는 증거이며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촉진제다. 일기는 글로 남겨진 나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일기를 쓰는 순간이나 이미 써놓은 일기들은 소중하다. 대단한 일기 예찬론 같지만 그냥 일기를 쓰면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좋다. 요즘 달라진 점은 일기에 적는 내용이다. 예전 같으면 힘들거나 괴로울 때 주로 넋두리를 쓰거나 자기연민에 빠져 허우적댔을 텐데 지금은 아니다. 오히려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는 글을 쓰게 된다. 나의 말과 글이 곧 ‘나’라는 생각으로 긍정의 언어를 선택한다. 살다보니 삶이란 외로운 것이고 성숙해진다는 건 그 외로움까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라, 일기를 통해서 조금씩 성숙해지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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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대한제국 100년 후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공감코리아 기획팀 지음 / 마리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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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무엇인가?

평상시에 이런 거창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 적이 없다. 그저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개인적인 생각만 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우리는 지난 2010년에 G20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리에 마쳤다. 이 책은 G20 개최에 앞서 광화문 해치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선진화, 길을 묻다> 공개 강연회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 각계의 명사 22명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금 현재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1인당 국민소득과 비례하여 행복지수가 올라야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가파르게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겪게 된 후유증을 그저 방관하며 불평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1위라는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경제발전을 위해 다수의 희생을 요구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그런데도 여전히 경제 성장에만 매달리느라 중소기업은 무너지고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 제대로 성장하려면 뿌리부터 튼튼해야 한다. 국가의 뿌리는 국민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무시하는 사회 풍토 속에서는 진정한 성장이 불가능하다. 이제는 변화해야 할 때다.

작년 베스트셀러 중에 하버드 교수 마이크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있다. 이미 몇 년 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강연했을 때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최근에 책 출간으로 관심이 집중된 것을 보면 정의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큰지를 대변하는 듯하다. 부와 권력을 남용하여 비리를 서슴지 않는 사회에서 다수의 약자인 국민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고 정의가 실현되는 공정한 사회다. 그러기위해서는 미약하지만 국민 먼저 나서야 한다. 조정래 작가님의 해결방안처럼 모든 국민이 시민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하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돈의 힘에 정의를 파는 일이 없도록 국민 스스로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혼자서는 미약하지만 모두가 힘을 합치면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공정성에 대한 작은 실천이 모인다면 우리 사회도 살기 좋은 사회,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근래에 <울지마 톤즈>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내용을 읽으면서 다시금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태석 신부님이 보여준 사랑의 실천은 전쟁으로 상처 받은 톤즈의 아이들에게 미래를 꿈꾸게 해주었다. 먼 나라에서 한 사람의 힘으로 이뤄낸 기적은 사랑의 힘이었다. 신부님이 쓰신 <나눔>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우리가 꿈꾸는 삶,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게 느껴졌다.

<나눔>

나눔이 결코 물질적인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달아 봅니다.

내가 먼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

내가 할 줄 아는 것을 다른 이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내가 먼저 얻은 것을 다른 이와 함께 나누어 갖는 것

...... (225p)

우리 국민 모두가 변화를 원하고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희망은 있다. 각계 명사들이 말하는 선진국의 길도 결국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개인적인 문제가 대한민국 미래와 직결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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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개의 봄 - 역사학자 김기협의 시병일기
김기협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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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살 어머니를 간병하는 예순 아들의 2년간의 기록이다.

인자하게 미소 짓는 할머니의 사진을 보니 저절로 나의 어머니가 떠오른다. 똑같이 할머니 소리를 듣지만 아직은 아줌마로 불리는 것이 더 어울리는 나의 어머니도 언젠가는 아흔 살이 되시겠지.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책표지에 실린 할머니의 미소 때문이다. 할머니의 셋째 아들(이 책의 저자 김기협님)이 놀라워하는 이남덕 여사님의 매력에 걸려들고 만 것이다. 교수직에서 은퇴하고 절에 계시던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쓰러지시면서 셋째 아들의 간병이 시작된다. 어른들 말씀에 가장 못난 자식, 속 썩이던 자식이 나중에 효도한다고, 본인 생각에 불효자였던 셋째 아들이 어머니가 아프시니 하루아침에 든든한 보호자 노릇을 하며 시병일기를 쓴 것이다. 원래는 미국에 사는 큰형에게 위중했던 어머니의 상태가 호전되는 상황을 알리려고 쓴 글을 메일로도 보내고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것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을 책을 통해 공개한다는 게 본인에게는 굉장히 쑥스러운 일이겠으나 독자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부러운 일이기도 하다. 본인은 극구 자신은 효자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지나친 겸손이다. 물론 어머니가 아프시기 전에는 효자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2년간 어머니에게 쏟은 정성을 보면 그 마음이 효심 그 자체란 걸 알 수 있다.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는 거의 일방적일 때가 많다. 주로 어머니가 주는 사랑을 당연하게 받는 것이 자식이고 어머니가 언제까지나 곁에 계실 거라고 착각하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것이 자식이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2년간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모셨다고 해서 어머니가 주신 사랑과 견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요즘 세상에 매일 병문안을 가고 그 내용을 기록한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건강하실 적에는 소원했던 모자 관계가 간병을 하는 동안 점차 친밀해진 것을 보면 효도란 부모님과 자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머니가 의지했던 든든한 맏아들은 미국에 살다보니 사치품이요, 모든 면에서 어머니가 사랑했던 둘째 아들은 자주 볼 수 없어서 기호품이요, 늘 마음이 맞지 않아 겉돌던 셋째 아들은 어느새 필수품이 된 것도 2년간 간병하며 얻은 보람이다. 그러니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 연락도 뜸한 자식들(나를 포함하여) 입장에서는 반성할 일이다.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는 덜하지만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시면 얼마나 외롭고 서글프시겠는가. 그냥 몸만 아프셔도 마음이 아픈데 정신마저 온전치 못한 경우는 가족들도 고통스럽다. 처음 쓰러지셨을 때 병원 의료진이 보여준 태도와 치료에 흥분하고 분노했던 내용을 단 몇 줄로 간추린 것을 보면 그 당시에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느껴진다. 다행히 그 뒤에 요양병원, 요양원에서는 좋은 의료진과 간병인을 만나 점차 호전되신 것이다. 무엇보다 아들이 매일 문병을 오니 더욱 극진한 대접을 받으셨고 그 덕분에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신 것이다. 그리고 이남덕 여사님만의 매력이 주변 사람들을 팬으로 만든 것 같다. 호탕한 기질과 재미난 입담이 더해져서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재주를 지니신 것 같다. 오랜 세월 쌓아온 인맥과 입원 생활을 하며 새롭게 형성된 인간관계까지 능숙하게 관리하시는 걸 보면 참 대단한 분이다. 정말 의도하신 건지 아픈 중에 드러난 본능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사교적이고 유머감각이 넘치신다. 아들 입장에서도 어머니가 아프시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새로운 면을 발견한 셈이다. 완벽하진 않지만 있는 그대로의 어머니 모습을 사랑하게 된 아들의 심정이 글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어머니가 주신 사랑도 셋째 아들 입장에서는 다소 삐딱하게 받아들여서 오해와 갈등이 생긴 것은 아닌지 추측해본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고, 간혹 더 예뻐하는 손가락이 있을 수는 있지만 어느 손가락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 부모의 마음은 열 손가락 전부를 소중하게 품는다. 철이 든다는 건 그 마음을 조금은 헤아리게 되는 순간인 것 같다. 나 역시 셋째라서 늘 뭔가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있었다. 그런데 내 자신이 세 아이의 부모가 되어보니 알 것 같다. 부모의 사랑은 한결 같지만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자식의 입장이 제각각인 것이다. 그래서 자식이 여럿이면 각각의 몫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떤 몫을 할까? 사치품, 기호품, 필수품 중에서 단연 필수품이고 싶다. 태어난 순서는 셋째지만 부모님에 대한 사랑만큼은 첫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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