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귀여운 종이오리기 종이오리기 시리즈
(주)학습연구사 편집부 엮음 / 진선아트북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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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오리기 전문가의 솜씨를 따라할 수 있는 실전편이다.  18.5cm x 18.2cm 사이즈의 책 자체가 귀엽다. 종이오리기 패턴 138가지와 실생활에서 응용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책이 가볍다. 정말 꼭 필요한 내용만을 압축해놓은 것 같다. 깜짝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겉표지를 벗겨내면 그 안쪽에 종이접기에 도움이 되는 도안이 인쇄되어 있다. 누가 이런 책을 만들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책표지에는 이름이 없고 맨 뒷장에 일본 분들의 이름이 여럿 적혀있다. 왠지 유난히 작고 세밀한 표현이 돋보이는 종이오리기여서 하나의 예술 작품이란 생각을 했는데 역시 일본 특유의 꼼꼼함이 느껴진다.

책 뒷면에 있는 CD 속에는 출력해서 사용하는 오리기 본이 담겨 있다. 책에는 오리기본이 작은 사이즈라서 사용하려면 200% 확대 복사를 해야된다.

필요한 도구는 가위, 칼, 디자인커터다. 집에서 흔히 쓰는 가위는 크고 뭉툭한 편이라 단순 도안은 괜찮은데 세밀한 도안을 자르기가 힘들다.

종이오리기의 기본은 먼저 종이를 접고 패턴을 그리고 칼과 가위로 오려내면 된다. 접혀진 부분을 잘라내고 펼치면 마술처럼 예쁜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패턴은 종이를 접는 10가지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 작품들이다. 세로 3겹, 4겹, 6겹, 8겹 접기와 4각형 4겹 접기, 3각형 4겹 접기, 6각형 접기, 8각형 접기, 반으로 오려 세로 4겹 접기, 방사선 4겹 접기. 

 

종이로 만드는 즐거움을 발견하는 책이다.

뭔가 만드는 솜씨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차근차근 설명대로 종이 접기와 패턴을 복사해서 "자르기, 오리기"만 잘 한다면 솜씨를 뽐낼 수 있다. 실생활 응용에서 가장 해 볼만한 것은 간단한 카드와 스크랩북 꾸미기다. 깔끔한 단색 종이에 화려한 종이오리기 패턴을 붙여 장식하면 무척 고급스러운 카드를 만들 수 있다. 요즘은 카드를 만들어서 주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정성껏 만든 카드 한 장으로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서 종이오리기를 시작했는데 그 때 본 책은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 귀여운 종이오리기>다.

어린 아이들은 종이접기와 패턴을 그려주고 오리기만 해도 되고, 좀 큰 애들은 직접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편이다. <더 귀여운 종이오리기>에 비하면 단순한 도안이지만 처음 종이오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인 종이오리기를 먼저 해도 좋을 것 같다. 종이오리기의 매력은 다양한 도안만 있으면 누구나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더 귀여운 종이오리기>는 어른들에게 적합한 만들기 책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종이오리기에 필요한 도구와 다양한 종이는 따로 구입해야 된다는 점이다. 이미 종이오리기를 해 온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다양한 패턴을 얻기 위해 필요한 책이겠지만 처음 종이오리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책 이외에 필요한 물품을 따로 구입하는 일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 책에서는 주로 15cm 종이로 작업하는데 따로 구입하지 못해서 그냥 아이들이 쓰는 색종이를 이용했다. 책 속에는 예쁜 파스텔 톤의 종이들이 종이오리기의 아름답고 귀여운 느낌을 잘 살려주는 것 같다. 종이오리기 작품이 더욱 빛이 나려면 가장 중요한 재료가 종이인데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재료를 부록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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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교양하라 -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의 가로질러 세상보기
이원복.박세현 지음 / 알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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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 <먼나라 이웃나라>의 인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정작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학습만화에 대해 관심때문에 찜해 둔 책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도 연재 중이라는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교수님은 어떤 분일까?

<만화로 교양하라>라는 책이 이원복 교수님에 관한 내용이라고 해서 읽게 됐다. 그런데 이원복 교수님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니라 만화이론가로 활동 중인 박세현님이 이원복 교수님을 인터뷰한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의 저자는 박세현님이고 책의 소재가 '이원복 교수님'과 '먼나라 이웃나라'인 것이다. 인터뷰 질문이 <먼나라 이웃나라>로 나온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 미국, 대한민국의 책 내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아직 <먼나라 이웃나라>을 본 적이 없는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마치 재미있는 세계사 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이원복 교수님은 현재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라는데 역사학을 강의하셔도 좋을 것 같다. 본인의 콤플렉스가 공부를 열심히 안 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공부가 아니라 그냥 즐기다 보니 공부가 된 것이기 때문이란다. 정말 멋진 분이다. 학습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할 만한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원복 교수님의 이러한 인생철학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학교에서 27년째 교수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만화책을 출간해낼 수 있는 능력과 열정이 존경스럽다. 특히 돈을 벌기위해서는 리바이벌을 하지 않는다는 만화철학이 있기에 <먼나라 이웃나라>가 아무런 잡음없이 꾸준히 출간될 수 있는 것 같다. 교양만화라는 장르가 생길 수 있게 만든 장본인, 이원복 교수님 덕분에 학부모 입장에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만화책을 사줄 수 있게 된 것 같아 감사드리고 싶다. 솔직히 역사 공부는 광범위한 내용인데다가 자칫 지루하고 재미없는 분야일 수 있는데 <먼나라 이웃나라>를 통해서 재미있게 역사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왠지 이 책을 읽고나니 <먼나라 이웃나라>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먼나라 이웃나라>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교양을 쌓는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이원복 교수님처럼 공부 자체를 즐기다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만화로 교양하라 = 즐기며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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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틀리
알렉스 플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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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인가. 어떤 여대생이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말해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사실 외모나 키와 같은 외적인 조건을 가지고 사람을 무시하는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외모가 뛰어나면 사회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지만 외모가 별로라면 불이익을 당한다. 그러다보니 성형을 해서라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여자와 남자의 만남도 외적인 조건이 중시되어, 얼마나 출중한 외모를 지녔는지, 경제적인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따지게 된 것 같다. 아무리 외모지상주의 세상이라지만 모든 사람이 외적인 아름다움에 현혹된 것은 아니다. 진실한 눈으로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

<비스틀리>는 <미녀와 야수>의 현대판 이야기다. 동화로 볼 때는 미처 생각 못했는데 읽다보니 현대 사회의 비뚤어진 면들을 고발하는 것 같아 신선하다.  야수는 원래 왕자였는데 마녀의 저주를 받아 흉칙한 괴물로 변하게 되고, 그 저주를 풀 방법은 진실한 사랑을 만나 그 여인의 키스를 받는 것이다. <비스틀리>의 주인공 카일 킹스버리는 부유한 집안에 잘생긴 남학생이다. 문제는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못된 성격을 지녔다는 사실이다. 어느 날 마녀처럼 생긴 여자애의 도전적인 태도에 화가 나서 은밀한 복수를 계획한다. 댄스파티에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부탁한 뒤에 파티장에서 망신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마녀처럼 생긴 여자애 켄드라 힐퍼티는 진짜 마녀였고 카일은 댄스파티가 끝난 자정에 야수로 변하는 저주를 받는다. 이미 다 아는 <미녀와 야수> 이야기지만 사립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니  무척 색다른 재미를 준다.

겨우 열여섯 살의 소년이 괴물처럼 비뚤어진 마음을 지녔다는 건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소년이 아름다운 외모와 돈만 있으면 세상 그 무엇도 두려울 게 없다고 여기는 건 소년의 아버지가 그렇기 때문이다.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에게조차 숨길 수 없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런 모습은 순수했던 소년의 마음을 괴물로 만들었고 소년은 저주를 받아 진짜 괴물로 변한 것이다. 린다라는 소녀 역시 마약중독자에 형편없는 아버지때문에 고통을 당한다. 어떻게 아버지란 사람이 짐승보다 못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이 소설에서 진짜 괴물은 어른들 같다. 어쩌면 마녀의 저주는 소년의 인생에 있어서 저주가 아닌 축복인지도 모르겠다.

잠깐이지만 책을 읽는 동안 <비스틀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비록 야수로 변해 괴로워하는 카일을 보는 것이 안타깝긴 했지만 점점 원래의 순수함을 되찾아가는 모습은 흐믓했다. 진실한 사랑,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환상 여행 덕분에 즐거웠다. 기회가 되면 영화로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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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시간 일주일 사용법
케빈 호건 지음, 이정민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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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관리를 잘 했다면 이 책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매번 작심삼일로 끝나는 계획에 지쳤기 때문에 이 책에 기대를 품고 읽게 됐다.

일 년도 아닌 일주일의 시간관리로 어떻게 삶이 바뀔까?

책 속에 가슴을 콕 찌르는 구절이 있다. <시크릿>책을 읽은 평범한 사람들, 여기서 평범의 기준은 연봉 5천만원 이하의 월급자라고 본다면 이들 중에서 <시크릿>을 읽고 부자가 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내용이다. 인정한다. 나 역시 <시크릿>을 읽을 당시에는 흥분하면서 굉장한 성공의 비밀을 알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내 삶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노력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책에서 말하듯이 극적인 인생 전환은 없었다.  저자의 말처럼 <시크릿>으로 성공한 사람은 그 책을 만든 사람들뿐인 것 같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가 마음으로 간절히 상상한 대로 현실이 된다면 그건 마법이다. 생각만으로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냉정하게 말해서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생각만 하는 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착각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그 순간에는 굳은 결심을 하고 희망을 갖지만 어느새  어제와 같은 모습에 실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해답은 '나'로부터 나온다. 세상을 바꾸려면 나 먼저 바꾸라는 조언은 맞지만 나를 바꾸는 일 역시 만만치 않다.

저자의 충고는 간단하다.

자신의 현실에 기초한, 명확한 목표를 세우라는 것이다. 일 년에 5천만원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내년에는 10억을 벌겠다는 목표를 세운다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스스로 판단해도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를 세워봤자 실망만 남는다. 그리고 목표와 계획을 세우느라 몇 시간씩 머리를 싸맬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10년, 20년 후까지 장기 계획을 세운다고 그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바로 지금부터,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를 계획하라는 것이다. 만약 다이어트가 목표라면, (저자 역시 100kg이 넘는 체중때문에 다이어트를 결심했고 성공한 경험이 있다.) 매 식사 때마다 자신이 먹을 음식의 칼로리를 적어놓은 후에 먹는 방식을 꾸준히 실천하면 된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그것이 핵심이다. 실천이 어렵다고 미루고 포기하는 우리의 습관을 바꿔야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저자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날씬한 몸매가 됐지만 다이어트 식단을 적지 않을 때는 다시 뚱뚱한 몸이 되었다. 하지만 이미 다이어트에 성공한 적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고 있다. 자신감은 막연한 자기 확신이 아니라 성공에 대한 경험과 의지가 있어야 생기는 것이다.

<168시간 일주일사용법>은 저자의 성공비결이다. 다른 사람의 성공비결이 나 자신에게도 적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 효과적인 시간관리를 하고 싶다면 방법은 이 책 속에 잘 나와 있다. 그 방법을 실천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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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김미월 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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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작가 7인이 ‘비’를 주제로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혀 다른 느낌의 이야기인데도 ‘비’와 연결되어 묘하게 닮아있다.

내게 있어서 ‘비’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주제다.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대상이랄까. 창 밖에 쏟아지는 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만 그 비를 맞으며 걸어야 되는 상황은 너무도 싫다. 우산을 써도 비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내 몸 어딘가에는 빗방울의 축축하고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고 만다. 그 느낌이 내게는 왠지 불청객의 침입처럼 달갑지 않은 것이다.

<일곱 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라는 제목으로 일곱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그러나 내게는 그녀들의 소설을 색깔로 구분하고 싶지 않다. ‘일곱 가지 색깔’이란 단어는 너무도 뻔한 무지개를 떠올리게 만든다. 분명 그녀들의 소설은 각각의 개성이 느껴지지만 그 개성을 색깔이란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비’를 굳이 색깔로 나타내려는 것이 억지스럽다.

“비의 육체는 추억이다.

비는 추억의 힘으로 떨어진다.”

책 첫 장에 적힌 글이다.

아련한 추억은 흑백사진과 같다. 추억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란 세월이 주는 그것과 같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들도 어느새 지나가고,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다.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 - 장은진>

“......나 또한 그들처럼 삶의 방법을 찾아낸 걸까. 문득 삶이란 마음먹기에 따라 가벼울 수도 상쾌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장의 티슈처럼 말이다.”(48p)

진실한 사랑 없이 3년의 결혼 생활을 마감한 나는 무기력증에 빠진다. 지붕에 올라가 백수처럼 지내던 중에 우연히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티슈를 모으게 된다. 누군가의 간절함을 담은 티슈가 유일한 관심거리였던 나는 드디어 티슈의 주인공을 찾게 된다.

높은 아파트 어딘가에서 너울거리며 떨어지는 티슈처럼 우리는 세상을 향해 자신을 던지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대기자들 - 김숨>

썩은 사랑니를 뽑기 위해 치과를 찾은 나는, 여러 명의 대기자들 중에서 네 번째다. 창 밖에는 비가 오고 있다. 비가 온다는 명확한 사실처럼 내가 네 번째라는 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지루한 대기시간과 나의 순번.

서른일곱 살의 주인공을 보며 답답하고 지루한 삶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여름 팬터마임 - 김미월>

주인공 ‘진’은 고3 여학생 시절에 짝사랑했던 남학생이 문학 소년이었기에, 난생처음 대규모 백일장에 나간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결과로 인해 이후의 삶이 변한다. 얼핏 보면 평범한 그녀지만 과거의 한 사건이 그녀의 삶 자체를 무기력하게 만든 것 같아 안타깝다.

“나는 너의 시를 읽어본 적이 없어. 하지만 너의 시와 무관하게 너를 좋아해. 너는 너지. 너의 시는 아니니까.”(102p)

어떤 과거가 우리 삶을 옴짝달싹 못하게 붙잡아도 ‘나는 나’라는 것,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걸 기억해야겠다.

<엘로 - 윤이형>

마법사가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이다. 가장 마음에 든다. ‘비’가 주는 우울한 이미지마저도 마법의 힘으로 훌훌 날려버릴 수 있으니까. 엘로는 마음속에 있는 불운의 덩어리를 뜻한다. 하지만 마법사 마르한이 만난 이방인 소녀의 이름도 엘로다. 소녀가 살던 나라에서는 엘로는 즐거움, 신나는 일, 기쁨이란 뜻이다. 자신이 가진 마법의 힘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소녀를 만나면서 그는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된다.

<키즈스타플레이타운 - 김이설>

어린이들을 위한 대규모 실내놀이터를 운영하는 부부에게는 은밀한 비밀이 있다. 남편은 소아를 탐하는 성적 도착증 환자다. 그녀는 남편의 치부를 감추려 애쓰지만 결국 자신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비만 오면 증세가 심해지는 남편, 며칠째 내리는 비 그리고 그날 밤......예기치 않은 태풍처럼 모든 게 어이없이 끝나고 만다. 인간이 싫어지는, 소름끼치는 이야기다.

<낙하하다 - 황정은>

난해하다. 떨어지는 것은 상승하는 것일까?

<멸종의 기원 - 한유주>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긴 날씨표시상자와 나. 죽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다보면 언젠가는 죽는 것인데 행복하지 않다면 불행한 것일까?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으면 죽은 것일까? 할아버지가 주신 책 두 권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까?

겨우 열두 살 소년이 할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고, 부모님의 이혼을 겪으면서 많이도 아팠을 것이다. 행복과 불행도 구분 못할 만큼 무덤덤하게 살아간다는 게 슬프다.

“......우리가 가족이었을 때, 그러니까, 가족이라는 단어가 미량의 행복을 보장하고 있었을 때......” (238p)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쫓겨난 그에게 할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이렇게 썼다.

- 불행.

- 불행하거라.

멸종의 기원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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