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명과학 교과서는 살아 있다
유영제.박태현 외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3월
평점 :
중학교 시절에는 생물 수업을 참 좋아했다. 미모의 여선생님에 대한 호감도 있었지만 생물 수업 자체에 대한 흥미도 있었다. 오죽 신기하고 재미있었으면 식물에 대한 부분을 배울 때는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표본은 공책에 스크랩하는 정성을 보였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과학에 대한 흥미가 확 떨어졌다. 아마도 생물이나 물리 같은 과학 과목들이 암기 과목으로 변질된 탓이 아닌가 싶다. 관찰하고 탐구해야 할 과학 공부가 학교 교실에서 죽은 지식만 전달되고 있으니 지루할 수밖에. 핑계를 대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생명과학 교과서는 살아있다>라는 제목을 본 순간, 다시금 순수한 학생의 마음으로 생명과학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요즘은 일상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생명과학, 그것이 알고 싶었다.
이 책을 쓴 분들의 의도는 생물(생명과학)이 청소년들에게 좀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생물 교과서와 연계된 내용을 실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치 교과서를 새롭게 공부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질대사, 순환계의 구조, 화학식이 등장하면 잠시 주춤하게 되지만 전반적인 설명은 일상과 연관된 이야기라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생물공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의료 바이오테크놀로지로 ‘레드 BT', 둘째는 식량과 식품에 해당하는‘그린 BT', 셋째는 산업에 활용되는 BT로 공해가 없음을 상징하는 흰색,‘화이트 BT'이다.
이렇듯 생물공학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분야다. 교과서만 보면 지루하고 재미없어 보이지만 실생활에서 새로운 의약품 개발, 친환경 농법, 대체 에너지 등으로 활용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특히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 탐사 연구를 하면서 개발된 발명품들을 보면 위성TV, 내비게이션, 가상현실, 귀체온계, 정수 필터 등 실생활에 널리 활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생생한 생명과학 공부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배우는 과학이 그저 시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직결되는 학문임을 깨닫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점은, 생명과학의 중요성뿐 아니라 생명윤리에 대한 부분이다. 생명과학이 계속 발전한다면 복제 인간, 냉동 인간과 같은 이야기가 그저 SF 영화가 아닌 우리의 현실이 될 날도 멀지 않다. 질병 치료를 위한 의료개발이 생명공학과 손잡고 발전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인권 문제나 생명 윤리라는 측면에서는 좀 더 신중해야 될 것 같다. 책에서 많이 언급되는 영화<아일랜드>를 보면 미래에는 복제 인간을 만들어 필요한 장기만을 추출하고 복제 인간을 처리하는 내용이 나온다. 복제 인간은 원래 인간의 소모품인 것이다. 복제 인간은 인간이 아닌가?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그리고 끔찍하다. 이미 불임부부들을 위한 인공수정이 보편화된 세상이다. 어쩌면 인간이 생명 탄생에 관여를 한 순간부터 시작된 근본적인 문제란 생각이 든다.
생명과학 분야는 단순히 과학 기술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인간 생명에 관한 학문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 미래를 짊어갈 청소년들이 부디 ‘인류를 구하는 생명과학’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