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면 어떡해? - 자신감 있는 아이로 길러주는 책 좋은습관 길러주는 생활동화 7
최형미 지음, 이채원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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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아이의 공개수업을 간 적이 있다. 선생님이 질문을 하시면 아이들이 손을 들고 발표를 했다. 우리 아이도 손을 들었다. 그런데 다른 아이가 답변을 하자, 슬그머니 손을 내리는 것이다. 열심히 손을 들고 발표하는 아이들 중에는 이미 나온 대답인데도 자신있게 발표를 하는데 손을 내리는 아이를 보니 괜히 마음이 안 좋았다. 

<못하면 어떡해?> 라는 책을 보는 순간, 우리 아이에게 꼭 필요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발표를 못 할 정도로 수줍음 많은 성격은 아니지만 워낙 생각이 많은 아이라서 행동하기 전에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어쩌면 <못하면 어떡해?>의 주인공 정민이처럼 너무 걱정이 많은 건지도 모르겠다. 뭔가 행동하기 전에 신중한 것은 좋지만 너무 망설이고 걱정하다보면 해야 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특히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은 '자신감'이다. 뭐든지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면 '난 잘 할 수 있어!', '실수해도 괜찮아.'라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주인공 정민이는 활달하고 공부 잘하는 누나때문에 자꾸 주눅이 든다. 민경이 누나는 학교에서 모르는 선생님이 없을 만큼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인기가 많아서 학교에서 전교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러니 담임선생님뿐 아니라 다른 선생님까지 정민이를 보면 '민경이 동생 정민이'로 부르신다. 사실 정민이는 누나와는 성격이 반대라서 겁이 많고 소심하다. 종종 누나와 비교당할때는 더욱 자신감이 없어진다. 담임선생님의 심부름도 제대로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을 졸이고 속상해한다. 

짝을 바꾸는 날, 정민이는 지호와 짝이 된다. 지호의 별명은 '오케이 걸'이다. 평소에 '오케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잘 웃고, 친구들의 부탁도 잘 들어주는 명랑한 아이라서 반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래서 정민이는 지호가 부럽다. 정민이는 선생님이 발표를 시키면 얼굴이 빨개져서 우물쭈물하다가 대답을 못하는데 지호는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며 밝게 웃는다. 지호랑 짝이 된 지 사흘이 지난 수학 시간에 정민이는 수학 문제를 잘 풀고도 틀릴까봐 지호에게 모른다고 말한다. 그림을 무척 잘 그리는 정민이를 보고 지호가 대신 자랑을 해줘도 정민이는 부끄러워 발표를 못한다. 지호는 그런 정민이가 안타까워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정민이가 왜 발표를 못하는지 이야기한다. 덕분에 정민이는 선생님과 단둘이 만나서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칭찬을 받는다.

그 때,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해주신다.

"정민아, 겁이 나고 자신감이 없을 때 가장 힘이 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란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지 않으면 자꾸 불안해지고, 긴장하게 되고, 자신이 없어지거든. 그러니까 자신감을 가지려면 정민이 자신을 믿어야 해." (68p)

지호와 선생님 덕분에 정민이는 조금씩 자신감을 찾는다. 그리고 교내 미술대회에서 정민이의 그림이 금상을 받으면서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된다.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지만 정민이는 '잘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 대신에 '나 이정민은 나 자신을 믿어. 이정민은 잘할 수 있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멋지게 설명을 한다. 아이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정민이의 마음 속에도 자신감과 용기가 쑥쑥 자라나는 것 같다.

요즘 우리 아이도 정민이처럼 자신감을 키울 기회가 생겼다. 평소 로봇만들기를 좋아했는데 교내기계과학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교장선생님께 직접 상도 받고 친구들이 자기가 만든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예전보다는 부쩍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학기초에는 행동이 느리다고 선생님의 지적을 받아 조금 주눅들었던 아이가 이제는 자신이 잘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고 달라진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덕분인지, 상도 받고 칭찬 받는 일도 많아져서 아이의 얼굴이 한결 밝아진 것 같아 흐믓하고 기쁘다.

책 맨 뒷부분은 <나의 자신감 지수 테스트>, <자신감을 키우는 방법>, <자신감을 키워 주는 놀이>가 나와 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부모가 신경써야 할 것은 뭐니뭐니해도 역시 자신감과 용기일 것이다. 좋은 책 한 권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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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사 속의 미스터리 - 역사 속 인물의 또 다른 얼굴
기류 미사오 지음, 박은희 옮김 / 삼양미디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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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대한 상식은 대부분 학창시절에 배웠던 내용들이다. 당연히 달달 외우던 내용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간혹 세계사에 관한 책들을 보면 전혀 다른 진실이 드러날 때가 있다. 바로 이 책은 <세계사 속의 미스터리>라는 우리가 잘 몰랐던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 혹은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삼양미디어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시리즈>를 즐겨 보는 편인데 특히 이 책은 궁금증을 자극하는 내용이라 단숨에 읽게 됐다.

과연 역사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역사적 의혹에 대해 끄집어내어 우리의 흥미를 자극한다. 마치 유명 연예인에 대한 사생활이 사회적 이슈가 되듯이 역사는 사건과 인물 또한 당시에는 큰 이슈가 되었을 것 같다.

세계사의 미스터리한 인물들 중에서 프랑스 루이 14세 때의 철가면, 독일 루트비히 2세, 히틀러, 로마 황제 네로, 제2차 세계대전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 아돌프 아이히만, 미국 세기의 살인마 제프리 다머,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 프랑스 마고 왕비, 미국 섹시 스타 마릴린 먼로, 중국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 프랑스 중세의 엘레오노르 다키텐, 생 제르맹 백작, 18세기 프랑스 기사 데온, 미국 추리소설의 대모 애거서 크리스티가 나온다.

위조된 역사적 사건에는 ‘히틀러의 일기’ 위조 사건, 가짜 셰익스피어의 희곡 소동, ‘모나리자’ 도난 사건, 사라진 이스라엘 민족의 성궤, 투탕카멘의 저주, 트로이의 보물, 타이타닉 호의 보물, 잉카 제국의 숨겨진 황금, 해적 키드의 ‘보물섬’이 나온다.

어떤 인물, 어떤 사건을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울 만큼 흥미롭지만 특히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을 꼽으라면 역시 생 제르맹 백작이 아닐까 싶다. 정말 실존인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영화나 소설에서 등장하는 불멸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 몇 백 년 전의 일을 어제 일처럼 이야기하는가 하면 프랑스에 온 지 몇 년이 지나도 그의 외모는 늘 40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유럽 곳곳을 다니며 역사적 인물들을 만났고 그들의 운명을 예언하기도 한다. 파리 군사 박물관에 소장된 그의 초상화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왠지 유럽보다는 동양적인 느낌이 드는 얼굴이다. 전체적으로 동그란 인상이라 훨씬 어려 보인다. 만약 그가 정말 불멸의 인간이라면 지금 이 순간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를 다시 보게 된 것 같다. 역사적 사실 혹은 진실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점점 읽다보니 역사에 대한 관심이 저절로 생기는 것 같다. 역사가 이토록 흥미로웠나 싶다. 교과서 속 역사에 흥미를 잃었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지식이 따로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사만큼은 제대로 알고 싶고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즐겁게 역사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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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의 우주를 여는 비밀 열쇠 1 - 달의 비밀 호킹의 우주를 여는 비밀 열쇠 1
박종호 그림, 스티븐 호킹.루시 호킹 원작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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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를 통해서 과학에 관심이 많아진 우리 아이를 위한 책이다. 물리에 관해 다룬 책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를 봤던 기억이 있는지 책을 보자마자 루게릭 병에 대한 얘기를 한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만화책이라 무척 좋아한다.

40년 넘게 루게릭 병을 안고 사는 호킹 박사가 자신의 딸과 함께 만든 아동도서 <조지의 우주를 여는 비밀의 열쇠>가 원작이다. 물리학은 일반인들에게도 어렵고 다가가기 힘든 분야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리학과 같은 과학 분야는 책을 통해 알려주는 편이다. 모르는 부분을 척척 알려주면 좋겠지만 대신 아이와 함께 궁금한 부분을 찾아가며 읽어준다. 요즘은 읽어주는 것보다는 아이 스스로 다양하게 골라보는 편이라 학습만화를 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어려운 내용도 만화를 통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우리 어릴 때도 이런 학습만화가 많았다면 과학에 좀더 관심이 갖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의 주인공은 조지라는 소년이다. 우주 과학자가 꿈인데 생태환경 운동가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집에 TV나 컴퓨터가 없다. 우리 아이는 로봇 과학자가 꿈이다. 그래서 책에서 나오는 슈퍼 컴퓨터와 코스모스를 보니까 신기한 모양이다. 과학은 인류의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서 발전해왔듯이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상상의 나래를 펴지 않을까 싶다. 조지는 동네 마녀의 집이라고 소문난 집에 자신이 아끼는 친구(아기돼지) 프레디가 들어가는 바람에 애니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애니의 아빠 에릭은 코스모스를 만든 천재적인 과학자라서 집 안에는 놀랍고 신기한 과학도구들이 많다. 애니가 마녀 지팡이처럼 보이는 것을 타고 날아다닐 수 있는 것도 아빠가 만들어준 과학작품이다. 과학을 좋아하는 조지는 애니의 아빠를 만난 뒤 학교에서도 온통 과학에 대한 생각뿐이다. 학교의 과학 선생님 리퍼는 차가운 인상만큼이나 무섭고 섬뜩한 인물이다. 나중에 조지와 에릭, 코스모스의 관계를 알고 코스모스를 훔치려는 악당 역할이다.

조지는 프레디와 함께 애니의 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애니 덕분에 코스모스를 만나고 달의 뒷면을 여행한다. 코스모스가 들려주는 우주의 설명과 실제 사진과 흡사한 우주의 그림을 보면 어른이 봐도 꽤 재미있다. 하늘 저 멀리 우주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던 때가 언제였나 싶다. 이 책은 첫 권이라서 달에 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지구와 달이 어떻게 공전과 자전을 하는지, 왜 지구에서는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는지 등을 설명해준다. 애니의 집에 있는 슈퍼 컴퓨터아 코스모스가 우주를 여는 비밀의 열쇠라고 한다. 과연 애니와 조지는 어떤 우주 모험을 하게 될까?

학습만화 시리즈의 단점은 다음 권을 한참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1권을 보고나서 벌써부터 2권이 궁금한 우리 아이, 2권은 언제 나오냐는 질문에 한동안 시달려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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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 잃어버렸어! - 매일매일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
김미애 지음, 김은경 그림 / 초록우체통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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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처음 초등학교를 입학했을 때만 해도 '벌써 이만큼 컸구나.'라는 대견함이 컸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오히려 유치원 때보다도 챙겨야 하고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아져서 힘들어졌다. 부모 마음에는 '이제 초등학생도 되었으니 스스로 잘 챙기겠지.'라고 기대했는데 전혀 기대에 못 미치니 날이 갈수록 느는 것 잔소리뿐이다.

<나, 또 잃어버렸어!>라는 책을 보는 순간, 우리 아이를 떠올렸다. 초등학생 아이라면 한 번쯤 엄마에게 해봤을 말일 것 같다. 매일 아침마다 실내화 챙기란 얘길 안 해주면 깜빡하고 등교했다가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오고, 알림장을 학교에 놓고 왔다고 다시 학교로 간다. 필통에 새 연필이랑 지우개를 챙겨줘도 며칠 지나면 어디로 갔는지, 도리어 내게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책 속의 주인공 준이는 자꾸 물건을 잃어버려서 늘 엄마에게 혼난다. 준이라고 잃어버리고 싶어서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속상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꿀꺽이를 만나게 된다. 꿀꺽이는 준이가 뭔가를 잃어버릴 때마다 나타나서 꿀꺽꿀꺽 준이의 물건을 삼켜버린다. 더벅머리 꼬맹이, 꿀꺽이는 장난꾸러기 도깨비같다. 준이가 아무리 소리쳐도 꿈쩍하지 않고 준이가 잃어버린 물건은 전부 자기 거라면서 다 먹어버린다. 결국 준이는 꼬맹이가 다 먹어 치우기 전에 먼저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방 정리를 하면서 잃어버린 물건도 찾고 깨끗해진 방을 본 엄마께 칭찬도 받으니 준이의 기분은 최고다. 정리를 잘하면 칭찬을 받는다는 사실에 신이 나서 준비물도 척척 챙긴다. 학교에 가서도 어려운 덧셈도 술술, 책 읽기도 술술 잘된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챙기는데 줄공책이 없다. 바로 그때 책상 밑에서 꼬맹이가 나타난다. 꼬맹이가 먹어치울까봐 놀란 준이는 허겁지겁 챙기기 시작한다. 도대체 줄공책은 어디 있지? 책상 서랍도 엉망이고, 사물함 안도 뒤죽박죽이다. 준이는 꼬맹이가 먹기 전에 얼른 정리한다. 깨끗하게 정리하니 줄공책 찾기도 쉽다.  준이만 줄줄 따라오는 꼬맹이에게 준이는 큰소리친다. 앞으로는 차곡차곡 정리할 거니까 잃어버릴 게 없어서 쫄쫄 굶게 될거라고 말이다. 정말 줄줄이 준이가 변했다. 알림장을 잘 챙기니까 준비물도 잘 챙기고 숙제도 꼬박꼬박 해 가서 선생님과 엄마의 칭찬을 받는다. 준이는 점점 신이 나고 꼬맹이는 쫄쫄 굶어서 기운이 하나 없다. 아무래도 다른 깜빡쟁이를 찾으러 갈 것 같다.

 

이 책을 아이에게 건넸더니 다 읽고 나서 하는 얘기가, "엄마, 난 정리도 잘하고 잃어버리지 않죠?"라며 자신있게 말한다. 웃음이 난다. 깜빡쟁이, 줄줄이 준이보다는 자기가 훨씬 잘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아이에게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이 한 마디에 안심이 된다. "엄마, 꿀꺽이 안 만나려면 정리 잘 해야돼요."

엄마의 잔소리보다는 역시 꿀꺽이가 더 센 것 같다. 책 맨 뒤에는 한 달 동안 실천할 수 있는 정리, 정돈 표가 그려져 있다. 날짜별로 정리를 잘하면 동그라미 표시를 하면 된다. 그리고 아이가 챙겨야 할 물건 목록이 스티커로 되어 있다. 아직은 깜빡쟁이 우리 아이도 언젠가는 꼼꼼이가 될 날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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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독자 보통의 독자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인용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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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버지니아 울프에 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에게 그녀는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로 기억된다. 그런 그녀가 자신을 ‘보통의 독자’라고 칭하는 것이 의외일 것이다. 사실 버지니아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다. 문학자이자 철학자인 아버지로부터 받은 재능과 교육이 전부라 할 수 있다. 그녀가 천재적 작가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섬세하게 글을 다뤘고 출간되는 작품마다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을 보면, 분명 훌륭한 작가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글을 쓰는 작업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고, 대중의 호응은 글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녀의 글은 지금까지도 사랑받을 만큼 매력적이며 특별하다. 여성 작가로서 당당히 인정받았던 그녀지만 개인적인 삶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을 이해하고 온전히 사랑해주는 남편이 곁에 있고, 원하는 작품을 쓸 수 있는 여건을 지녔지만 심각한 신경증과 불안 증세로 인해 결국 집 근처 우즈 강에 투신하며 삶을 마감했다. 정말로 평범한 보통의 독자인 나로서는 창작의 고통을 이해하기 어렵다. 버지니아 울프의 삶이 치열한 예술가의 고뇌 때문인지, 인간적인 고통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지막 선택이 최선이라고 할 만큼 힘들었다는 점은 너무도 안타깝다.

버지니아 울프의 <보통의 독자>는 그녀가 관심을 가진 작가와 작품에 관한 소견이며 일반 독자들을 위한 안내서라 할 수 있다. 보통의 독자는 아니지만 비평가도 아니기 때문에 다른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표현해낸다. 동일한 책도 독자마다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듯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도 버지니아 울프의 시각을 통해 새롭게 탄생된다고 볼 수 있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와 에밀리 브론테의<폭풍의 언덕>,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나 <악령>,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처럼 알만한 작품은 좀 더 공감하기 쉽지만 그 이외의 작가나 작품은 전적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독특한 시각을 본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그녀가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문학에 관한 견해였을 것이다.

“미래의 걸작이 만들어지는 것은 현재의 공책으로부터이다.” (432p)

즉 현재의 책들을 비평가들처럼 판단하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나 문학 그 자체에 관한 흥미로움을 찾아서 걸작을 만들 수 있는 준비를 하자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보통의 독자>는 그녀만의 문학 세계뿐 아니라 그녀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몽테뉴에 관한 글 중에서 그녀의 내면을 잘 드러낸 부분이 나온다.

“......우리는 잠시도 그의 책이 바로 그 자신임을 의심할 수 없다. 그는 가르치기를 거부하고 설교하기도 거부했으며,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같을 뿐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이 모든 노력은 그 자신에 대해 쓰고 소통하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바로 ‘겉보기보다 훨씬 울퉁불퉁한 길’이다. 왜냐하면 자신과의 소통이 지니는 어려움 너머에는 자신으로 존재하는 최상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74p)

버지니아 울프도 그녀 자신이 바로 작품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었지만 삶 자체에서는 자신과의 소통이 늘 어려웠고 극복하기 힘들었던 것은 아닐까?

버지니아 울프의 첫 번째 에세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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