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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탄생 - 만화로 보는 패션 디자이너 히스토리
강민지 지음 / 루비박스 / 2011년 5월
평점 :
솔직히 패션에 대해 무심한 편이다. 요즘 유행하는 패션이 무엇인지, 명품 브랜드가 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이끌어가는 패션에 대해서 알고 싶은 마음은 있다. 도대체 패션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이 책은 패션을 잘 모르는, 나같은 초보자들에게 적합하다. 패션의 역사를 이끌어온 26인의 디자이너들을 만화 형식으로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그들의 삶이 곧 패션이다. 그런데 정작 그들은 패션이 아닌 스타일을 창조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패션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스타일은 시대를 초월하니까.
디자이너 이름 자체가 명품 브랜드가 되어 그들만의 스타일을 구축해낸 것을 보면 가히 예술이다. 물론 상업적인 면을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만 각각의 디자이너들을 보면 창의적인 면에서 감탄하게 된다. 티에리 에르메스, 루이 뷔통, 토마스 버버리, 구찌오 구찌, 살바토레 페라가모, 가브리엘 샤넬, 크리스찬 디올, 크리스토발 발렌가시아가, 위베르 드 지방시, 이브 생 로랑, 미우치아 프라다, 메리 퀸트, 조르지오 아르마니, 칼 라거펠드, 랄프 로렌, 비비안 웨스트우드, 캘빈 클라인, 질 샌더, 폴 스미스, 지아니 베르사체, 돌체 앤 가바나, 톰 포드, 마크 제이콥스, 알렉산더 맥퀸...... 그 밖의 디자이너들은 마지막에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패션의 탄생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 개성 표출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저마다 살아온 환경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패션계에 입문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던 것을 보면, 역시 사람은 주어진 환경이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인 디자이너는 '가브리엘 샤넬'이다. 그녀는 세계적인 패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세기 패션이 21세기까지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다. 현대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상을 추구했던 그녀는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바로 샤넬 스타일은 패션을 잘 모르는 내게도 멋지고 우아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생애 마지막까지, 87세의 노령에도 다음 컬렉션을 준비했던 그녀의 뜨거운 열정은 샤넬이란 명성만큼 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디자이너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이다. 그는 "파리 모드계의 교황"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는데, 디자인만 하는 다른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와는 달리 스스로 직접 드레이핑과 재단을 하며 손으로 완벽하게 바느질하는 천재적인 재단 기술은 독보적이었다고 한다. 발렌시아가의 옷은 여성들에게 완벽한 몸매를 요구하지 않으며, 여성의 몸을 그 자체로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만들어준다고 한다. 그의 대표적인 의상들을 보면 정말 입어보고 싶다.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통해 완벽함을 보여준 발렌시아가는 프랑스 패션을 세계적으로 이끈 장본인답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패션 지식 중에 오트 쿠튀르와 프레타 포르테란 용어가 있다. 쉽게 말해서 오트 쿠튀르는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하는 옷이고, 프레타 포르테는 기성복을 뜻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만든 오트 쿠튀르를 입어볼 일은 거의 없겠지만 별로 부럽지는 않다. 그들의 패션 철학처럼 멋진 패션은 명품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일테니까. 무엇을 입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입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패션의 완성은 자기다운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아닐까? 패션에 관한 책을 읽고나니 나만의 패션 철학, 스타일을 찾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