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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 - 고난을 깨달음으로 바꾸는 헤밍웨이 인생 수업
박소영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요근래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말인 것 같아요.
올 것 같지 않던 봄이 찾아오듯이, 캄캄한 밤을 지나면 동트는 새벽을 맞을 수 있겠죠.
현실이 견디기 힘들다면 잠시 숨고르기를 하면서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헤밍웨이의 작품들,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그때 무엇을 느꼈는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고달픈 인생의 다양한 모습이 특별한 인생 수업으로 느껴졌네요.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헤밍웨이의 대표작들 중에서 인생의 가장 어두운 순간을 지날 때 도움이 되는 헤밍웨이의 조언을 담은 책이에요.
이 책에는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작품 속 문장들을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문득 어릴 때는 알아채지 못했던 행간의 의미를 발견하면서, 이래서 고전은 세월이 갈수록 빛난다고 하나봐요. 특히 <노인과 바다>는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서 유명하지만 이 작품이 주는 감동과 교훈을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세월이 흘러 다시 보니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더라고요. 저자의 친절한 해설과 '원서 같이 읽기'가 명작을 음미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고전은 어떤 식으로든 해석될 수 있어야 합니다. 물고기를 잡아야만 했고 죽여야만 했지만 결국 모든 걸 잃은 노인, 노인에게 잡혀야만 했고 또 자신을 모두 상어에게 먹힌 물고기, 노인이 힘들게 잡은 물고기를 전부다 먹어 치워야만 했던 상어··· 이 모든 존재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본 적 있고 만난 적 있는 존재들이자, 모두 당위성이 있는 당연한 존재들입니다. 누가 옳고 그르고, 누가 좋고 나쁘고를 가를 수 없는 이 인간세상 그 자체인 것입니다. <노인과 바다>의 위대한 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독자가 누구든, 어느 상황에 있든 대입해 볼 수 있습니다. ... 예술 작품은 독자의 경험을 거울처럼 반영하며 다양하게 읽혀야만 하는 것입니다. 시대를 건너뛰어 공감할 여지가 있는 것이 바로 고전 소설의 맛입니다." (63-64p)
청소년 시절에 반강제적으로 읽었던 고전 작품들, 그때는 몰랐지만 삶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고 나니 뒤늦게 유레카를 외치게 되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고전 읽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촉매제인 것 같아요. 당장 읽는다고 해서 대단한 깨달음, 인생의 교훈을 얻는 건 아니지만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데에 힘이 되어주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어요. 마지막 장에 실려 있는 헤밍웨이의 말들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소감, 미완성 원고,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 여러 매체의 인터뷰에서 발췌한 어록이라서 그의 인생관과 글쓰기에 관한 생각들을 살펴볼 수 있었네요. 헤밍웨이는 '본능적 느낌, 배짱(gut)'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는데, 누군가 헤밍웨이에게 이 'gut'에 대해 묻자, "용기란 압박 속에서 우아함을 지키는 것" (279p)라고 답했다고 하네요. 지금 우리에겐 그 'gut'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개인적인 비극은 잊어버려.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부터 고통받고 있고, 진지하게 글을 쓰기 전에는 특히 최악의 상처를 받아야 하는 거야. 심하게 상처받았을 때 피하지 말고 그걸 이용해야 하지. 과학자같이 그 경험을 충실하게 쓰되, 그게 아주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마. 왜냐하면 그건 너한테든 또는 지인 누구에게든 일어나는 일이니까." _ <어니스트 헤밍웨이 : 엄선된 편지들> (253-254p)
"차가운 비가 계속 내리면서 봄을 죽여 버렸다.
그 시절, 봄이 영영 안 올 듯 했고 두려웠었다.
하지만 봄은 결국 왔다." _ <파리는 날마다 축제> (27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