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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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벽돌책이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완역본을 읽는 건 처음이에요.

읽지 않은 책인데 왠지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명작들이 있잖아요. 특히 돈키호테는 연극, 뮤지컬로 재미있게 봤던 작품이라서 친근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아무도 모르게, 나만의 돈키호테를 마음 속에 품고 있었는데, 김호연 작가님의 <나의 돈키호테>를 읽다가 너무나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들이 생각난 거예요.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그러다가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이런 마음을 먹었더니 눈앞에 딱!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새로운 한국어판 《돈키호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 책이 나온 거예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라서 읽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싶었는데 막상 책을 펼쳐보니 신세계였어요. 서문을 보면, "한가로운 독자여, 제가 제 지혜의 산물인 이 책이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사려 깊고 가장 멋진 책이기를 원한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27p)로 시작되는데, 작가 자신이 스스로를 '돈키호테의 아버지'라고 표현하면서 무작정 못난 아들을 자랑하는 팔불출이 아니라 철저히 '계부의 입장'에서 했노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웃음이 났네요. 책을 쓰는 일이 가장 힘들었지만, 실은 '당신이 읽고 있는 이 서문을 쓰는 게 가장 힘듭니다." (28p)라며 너스레를 떨면서, 돈키호테 데 라마차에 대해서는 몬티엘 지역 주민들의 말을 빌려, "지금까지 그 지역에서 나왔던 가장 순수한 연인에 제일 용감한 기사였다" (36p) 라며 돈키호테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네요. 아무리 소설 속 인물이라고 해도, 이토록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 가족과 다름 없을 것 같아요. 더군다나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이 돈키호테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으니, 작가의 진심이 통했네요.

이번 완역본에는1605년 초판본 표지와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를 만날 수 있어요. 폴 구스타브 도레는 프랑스 삽화가이자 판화작가이며 그가 그린 《돈키호테》의 삽화가 현재까지 그려진 삽화 중 최고로 꼽는다고 해요. 실제로 삽화를 보고 있노라면 인물들의 표정과 주변 풍경들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묘하게 빨려드는 느낌이에요. 삽화 아래에 짤막한 설명이 적혀 있어서 동화책 같기도 해요.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 있는 돈키호테의 주변을 환상적으로 묘사한 그림 아래에는 "기사 소설에 푹 빠진 그는 이제 분별력을 완전히 잃어버려, 세상 어느 미치광이도 하지 못했던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53p) 라고 적혀 있는데, 그림 자체가 예술이네요. 검은 펜으로 그려진 세밀화, 흑백의 그림인데도 묘사가 탁월해서 입체적으로 느껴져요. 영화가 만들어지기 이전 시대인데 이미 삽화가들이 독자들의 머릿속에 영상을 넣어준 것 같아요.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돈키호테》 1권은 1605년 세르반테스가 쉰일곱 살 되던 해에 발표한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 전편이고 , 2권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1615년 속편 『기발한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 를 번역한 것이라고 하네요. 세르반테스는 이듬해 4월 세상을 떠났어요. 자신의 작품이, 자신의 돈키호테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게 될 줄 알았을까요. 왠지 알았던 것 같아요. 발표된 당시에도 폭발적 인기를 누렸는데, 다들 바보가 아니라는 걸 티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훌륭한 사람들이라면 척 알아볼 수밖에 없는 걸작 《돈키호테》니까요.


"책 돈키호테여, 네가 조심해서

훌륭한 사람들에게 가면

경험이 없는 자도 네가 뭘 모른다는

그런 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네가 바보들의

손에 들어가고자

안달할 때면

설혹 그들이 똑똑한 척하더라도

즉각 그들이 바보임을

알게 될 것이다." (37-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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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고정욱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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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동화작가 고정욱님의 신작 에세이가 나왔네요.

《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은 고정욱 작가님의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가 담긴 책이에요.

담담하게 자신의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좌절했던 경험과 여러 번의 고비를 들려주고 있어요. 마치 도미노처럼, 딱 한 번 멋진 도미노 현상을 보기 위해 몇 번씩 반복해서 쓰러진 도미노를 세우고 또 세워서 최종적으로는 아름답게 쓰러지는 단 한 번의 장면을 구현내듯이, 저자는 좌절하고 실패해도 다시 살아갈 힘이 우리에게 있다고 말해주네요. 고정욱 작가님의 대표 작품으로는 <가방 들어 주는 아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등, 주로 장애를 소재로 한 이야기인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마음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요. 장애는 불편한 것이지, 잘못되거나 틀린 게 아니라는 것, 장애인 역시 어딘가 불편함을 지녔을 뿐이지 비장애인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장애에 대한 편견과 오해, 차별이 사라지는 세상이 오려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해요. 저자는 장애 때문에 어려서부터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했고, 가장 많이 도와주고 지지해줬던 가족 덕분에 사랑을 느끼고 배웠다고 해요. 힘들어서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꿋꿋하게 버티고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소중한 나, 상처를 치유하는 사랑,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준 책 그리고 용기와 소명 덕분이었다고 이야기하네요. 그러니 삶이 힘들고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나 보자고 말할 수 있는 거예요. 한 번도 좌절한 적 없는 사람은 아직 일어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거예요. 하지만 저자는 여러 번 쓰러지고 세워진 도미노처럼 다시 일어나는 경험을 해봤기에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어요. 거창한 조언이나 철학 없이, 그저 자신이 살아온 삶을 통해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보여주고 있네요. 우리는 누구나 소중한 존재이며,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살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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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로 보다, 근현대사 - 한국 근현대사의 순간들이 기록된 현장을 찾아서 보다 역사
문재옥 지음 / 풀빛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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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근래 요 몇 달 동안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이었어요.

을사오적은 1905년 을사늑약 체결에 동의하며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 이지용, 이근택, 박제순, 권중현을 가리키는 말인데, 120년이 지난 2025년 또 다른 을사년에 이들을 떠올리게 될 줄은 미처 몰랐네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배웠던 역사마저도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부 정치인들과 고위관료를 보면서 한심했어요. 그 어느 때보다도 올바른 역사 교육이 절실한 시기인지라 이 책을 읽게 됐네요.

《장소로 보다, 근현대사》는 현직 도슨트 문재옥님과 함께 하는 한국 근현대사 14곳을 답사기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에서는 병인양요부터 개항까지 조선을 지켰던 강화도에서 시작하여 조선 근대화의 현장인 북촌과 정동, 일제 침략의 현장인 남산, 명동, 남대문, 독립운동의 현장인 북촌, 종로, 효창공원, 해방 정국의 현장인 돈암장, 이화장, 경교장, 삼청장,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인 서대문형무소와 4·19기념탑,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을 보여주는 창신동, 평화시장, 을지로 특화 거리, 세운상가, 소공동, 대한민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북악산길, 청와대, 세종대로를 답사 코스 지도와 함께 소개하고 있어요. 한국 근현대사 역사의 현장이 강화도와 인천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데, 아이들과 역사 탐방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일상의 장소들이 역사를 알고 나면 특별한 역사의 현장으로 인식되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운 것 같아요. 딱딱한 역사책이 아니라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장들을 둘러보며 역사의 장면들을 떠올리니 새삼 역사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되네요. 지금 우리는 매우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민주주의를 향한 한 걸음, 조금은 더딜지 몰라도 끝까지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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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
이정숙 지음 / 해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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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내 삶을 스스로 지켜내는 방법, 인생 리셋 에세이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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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
이정숙 지음 / 해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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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내 인생에서 사춘기는 언제였더라, 생각해보니 남들 다 하는 십대 시절이 아니었네요.

어쩌면 지금? 몸의 성장은 끝났지만 마음은 너무나 더디게 자라는 것 같아요. 가끔 어른답지 못한 나를 발견할 때, 나다운 게 뭔지 헷갈릴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따스한 위로를 받았네요.

《나에게는 다정하게, 세상에는 단호하게》는 52년생 정숙씨, 이정숙 작가님의 인생 리셋 에세이예요.

저자가 살아온 인생 스토리를 보면서, 문득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 의 주인공 애순과 금명이 떠올랐어요. 가족을 향한 사랑과 책임감을 짊어진 K장녀의 모습이 닮아 보였어요. 여성 아나운서가 거의 없던 시절에 연년생 두 아들을 키우면서 20년간 워킹맘으로 살다가 마흔셋에 홀연히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된 저자는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1호가 되어 우리에게, "나를 손님처럼 귀하게", 과거의 나다움은 벗어던지고 새롭게 인생 리셋을 하라고 조언해주네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만큼 살아온 방식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이지, 아예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일말의 가능성,변화를 위한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기회는 있어요. 다시 시작할 각오로 도전한다면 언제든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것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알려주고 있어요. 누군가의 삶이, 때로는 나의 인생 나침반이 될 때가 있어요.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지만 혼자만의 사춘기를 겪어내고 있던 저한테는,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맑은 하늘에 눈부신 햇살처럼 느껴졌어요. 공감하고, 위로받다가 어느새 주먹을 불끈 쥐게 되는...

중요한 건 내 삶의 중심에는 나 자신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이리저리 주변에 흔들리는 건 '나'라는 존재에 대해 힘을 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줄 것. 스스로 믿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중심을 잡을 수 있어요. 인생의 갈림길에서 우리가 신경써야 할 것은 남들의 시선이나 평판이 아니라 내 안의 마음이 무엇을 원하느냐, 간절한 내면의 목소리예요. 그 마음의 소리를 따르면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어요. 또한 진정한 위로는 남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껴안아주는 마음인 것 같아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결국 그 답은 내 안에 있으며, 스스로 선택한 삶은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늘 다정하게 대해줘야 해요. 자기 존중과 사랑이 있어야 타인과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행복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 행복하고 싶다면 거울 속 나를 바라보며 활짝 웃어주면 돼요. 애순이처럼, "너~ 무 좋아~"라고 말해주면 진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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