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누는 시간 12초 오줌 누는 시간 21초 - 내 몸을 살리는 평활근 생물학
김홍표 지음 / 지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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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내가 '나'를 모른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철학적인 고민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몸'에 대해 말하는 거예요. 내 몸이지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매우 당혹스러운 경험을 통해 깨닫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에요.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소화기관, 그 안쪽 소화기관 벽을 구성하는 평활근에 대해 아시나요? 이 책을 통해 몰랐던 몸의 깊숙한 그곳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네요.

《똥 누는 시간 12초 오줌 누는 시간 21초》는 우리 몸의 근육을 톺아보는 책이에요.

제목이 너무 적나라하게 똥 오줌을 언급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 제목 때문에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먹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배설 행위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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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지 않은데 왜 백인인가? - 인종차별, 헛소리에 지지 않고 말대답하기
박중현 지음 / 드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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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인종차별은 왜 사라지지 않는 걸까요.

직접 겪어본 적은 없지만 수많은 사례들을 보면서 인간적인 분노가 치미네요. 그들이 하는 언행은 인간답지 못한, 미개한 수준의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감정적으로는 인종차별의 문제점을 느끼면서도 정작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질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조목조목 살펴볼 수 있었네요.

《하얗지 않은데 왜 백인인가?》는 '인종차별, 헛소리에 지지 않고 말대답하기'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에요.

저자는 호주에 살며 글을 쓰는 교민 작가라고 하네요. 15년 이상의 세월을 해외에서 보내면서 인종차별과 문화차이로 인한 여러 상황들을 겪었는데, 동양인을 향한 무시와 조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데에는 자기들이 함부로 대해도 동양인은 아무 대응도 못할 거라는 집단적 무의식이 깔려 있어서, '아시아인은 사회의 샌드백'이라는 영어 표현까지 있다는 거예요. 이러한 괴상한 집단적 무의식을 깨뜨리고, 역대급 헛소리인 인종차별 발언을 묵사발로 만들려면 그들의 잘못된 심리적 기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에요. 지피지기 백전백승, 인종차별 헛소리에 맞서려면 인종차별이란 무엇인지 왜 발생하는지를 알아야 해요.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 책이라고 해서 딱딱하고 어려울 거라고 짐작했다면 그건 편견이에요.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백인'이라는 단어가 사실과 맞지 않아요. 백인을 대표하는 유럽인들의 피부는 하얗지 않고 붉거나 거무스름한 편이에요. 백인의 기준이 하얀 피부라면 그들은 탈락인 거죠. 그런데도 백인이라고 하나로 묶어서 인종주의적 편견을 만든 것은 명백한 인지 왜곡인 거예요. 단순히 개인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개인이 노력해야 할 문제일 텐데, 인종적 편견은 오랜 시간 동안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구조 속에서 형성되어 온 결과라는 점에서 문제 뒤에 숨은 구조적 불평등을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한 거예요.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사례를 기반으로 하여 인종차별과 편견의 근원, 미묘한 차별, 식민주의의 유산, 유해한 남성성과 인종적 증오, 저항과 역인종차별, 인종적 트라우마의 개념들을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어요. 그 가운데 주목한 내용은, 아무나 교육자가 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에요. 일부 교육자들의 사려 깊지 못한 언행이 얼마나 유해한 것인지를 지적하고 있는데, 매우 공감하네요. 인종차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올바른 교육이 선행되어야 해요. 자기 이해와 타인에 대한 깊은 공감은 가정에서, 그리고 학교와 사회 시스템 안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것이니까요. 모든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존엄성을 인식하는 것,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차별과 편견이라는 폭력을 예방할 수 있어요. 헛소리에 맞서는 옳은 말, 제대로 알아야 당당하게 싸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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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란 무엇인가 - 자유롭고 평등한 사귐의 길을 찾아서
박홍규 지음 / 들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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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이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개인들의 우정을 흔드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어요. 친구가 아니면 적, 이분법적 사고는 매우 위험한데, 이러한 극단적 사고를 행동으로 옮기는 소수의 무리들이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기에,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우정이란 무엇인가》는 '박홍규의 사상사'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에요.

저자는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이자 글을 쓰는 작가라고 하네요. 현재 시골에서 아내와 함께 작은 농사를 지으며 자유, 자연, 자치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는 저자는, "단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모든 사람이 친구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다 죽는 것" (4p) 이라고 이야기하네요. 왜 지금, 우정이라는 주제로 한 책을 썼을까요. 그 이유는 저자가 생각하는 친구란 "단순히 친한 사이가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로 맺어진 공동의 상대" (6p)이기 때문이에요. 앞서 모두가 친구가 되는 우정의 세상을 꿈꾼다는 저자의 소원은 평등과 자유, 자치의 세상을 바라는 마음인 거예요. 이 책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서양 여러 사상가들의 우정론이 나와 있는데, 단순히 그들의 우정론을 설명하는 차원이 아니라 비판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는 점이 색달랐네요. 계급사회에서 민주사회로 바뀌면서 이상적인 대인관계의 개념이 달라졌고, 우정에 대한 개념 역시 각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어요. 인상적인 부분은 키케로가 <우정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우정이 반사회적 행동을 낳을 수 있음을 최초로 경고했다는 거예요. 친구로서의 연대감이나 일체감은 우정의 본질적 요소가 아니라 부산물에 불과하며, 그 때문에 우정이 일탈하기도 한다는 거예요. 아무리 친구를 위해서라 해도 모든 행동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키케로가 살았던 시대는 내란 상태라고 할 정도로 어지러웠습니다. 그런 시대를 산 그의 눈에 우정이란 동료나 동지와의 연대감이나 의리 같은 것이었고, 당시 로마의 혼란은 우정에 의한 행동으로 질서가 교란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71p) 공적인 자리에서 내 사람을 챙기던 그 사람,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며 온갖 비리를 저지르다가 끝내 쫓겨난 권력자는 그릇된 우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네요. 우정의 사상사를 톺아보면서 자유와 우정이 같은 의미이며, 새로운 공동체 정신으로서의 우정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였네요. 마지막으로 저자가 정의한 우정이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는 하나의 길이라고 느꼈네요.

"우정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연대를 연결합니다. 따라서 우정은 친구와의 연대임은 물론, 다른 사람들과의 연대이기도 합니다. 우정은 우리가 어떤 억압이나 속박도 없이 자유롭게, 또한 어떤 계급이나 위계도 없이 평등하게 친구로 살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입니다." (3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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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방랑길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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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어쩐지 전래동화처럼 친근하면서도 재미있어요.

그 이유는 매력적인 주인공 - 아직 정확한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 덕분일 거예요.

《기기묘묘 방랑길》은 박혜연 작가님의 한국형 판타지 소설이에요. 여기서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앞서 말했듯이 전래동화의 요소를 갖췄기 때문이에요. 옛날 옛적, 이 땅에 호랑이와 여우가 뛰놀던 시절의 신기하고도 요상한 이야기거든요.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그렇게 우리 옛 것이 좋더라고요. 이 소설에서는 여우의 자식으로 알려진 '사로'라는 인물이 등장해요. 호리호리한 체형에 새하얀 얼굴, 길게 묶어 내린 붉은 머리까지 생김새부터 범상치 않은 모습과 아우라를 풍기는데 여우의 피를 물려받았다는 소문이 자자해요. 지금 기준에도 강렬한 머리색인데 그 옛날에 붉은 머리라니, 죄다 검은 머리인 사람들 틈에서 너무나 눈에 띄는 존재네요. 암튼 눈동자도 옅은 갈색이었다가 어느 순간 황금색으로 빛날 때가 있는데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신묘한 능력으로 속마음을 읽어내는 것 같아요. 사람으로 둔갑한 구미호와는 달리 '사로'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신비로운 존재라서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사로'는 알면 알수록, 기껏해야 일곱 편의 이야기로 만난 것이 전부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존재인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사로에게 푹 빠진, 음,,, 홀린 걸까요.

책 띠지에 '전국 팔도를 떠도는 조선판 셜록과 왓슨의 등장! 양반과 요괴 콤비가 길 위에서 만난 기묘한 이야기들'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사로'가 셜록이라면 그 곁에 있어야 할 왓슨은 '효원'이네요. 효원은 세도가 윤씨 집안의 막내아들로 열일곱 살이 되었는데, 어릴 적에 병치레를 한 뒤로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건장한 청년이 되었네요. 효원은 어릴 적 친구인 지형의 집에 금두꺼비가 제 발로 뛰어나간 사건을 듣고, 오지랖이 발동하여 이상한 일을 해결해준다는 '사로'를 찾아가게 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네요. 이 사건을 계기로 '사로'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 유랑길을 나선 효원은 금두꺼비 못지 않은 기묘한 일들을 겪게 되는데, 그때마다 '사로'의 활약이 놀라워요. 난생처음 집을 떠나게 된 도련님, 효원은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진짜 어른이 되어가네요. 세상 인연이란 우연인 듯 다가오지만 돌아보면 이미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더라고요. 사로와 효원의 기묘한 방랑길, 다음 이야기도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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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식물이 빚어낸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이야기
엘리스 버넌 펄스틴 지음, 라라 콜 개스팅어 그림, 김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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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라는 제목에 끌렸어요.

식물의 향기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매년 이맘때면 달콤한 향기로 코끝을 자극하던 라일락 꽃향기와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요. 워낙 향이 깊고 진한 데다가 보랏빛 꽃 자체도 예뻐서 책갈피에 끼워두던 꽃이라서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특별한 향기가 된 것 같아요. 사실 식물이 뿜어내는 좋은 향기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요. 향긋한 장미향뿐 아니라 오렌지, 레몬, 라임의 상큼한 시트러스 향, 로즈마리, 라벤더 허브 향 등등. 이러한 향기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향기로운 식물들이 우리 역사와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책이 나왔네요.

《향기》는 야생 동물 생물학자이자 천연 조향사인 엘리스 버넌 펄스틴의 책이에요. 저자는 쉰 살이 넘어 향기에 매료되었고, 직접 향수를 제조하기 위해 향수 성분을 조사하다가 자연스럽게 식물과 자연을 탐구하게 되었대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같은 향기를 다른 방식으로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채로운 향기의 세계를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식물의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어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 속에서 훈향, 나무, 수지, 향신료를 살펴보고, 향기로운 정원과 향긋한 허브, 향수 제조, 향기와 관련된 현대 산업과 패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일단 첫 장에서 향기가 나는 방식과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성분의 화학명이 등장하는데, 저자의 과학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네요. 향기 분자에 대한 탐구가 매우 흥미로워요. 식물이 향기를 내뿜는 건 그들이 휘발성 유기 화학물질을 가지고 있어서 그 안에 든 복잡한 혼합물을 배출하기 때문인데, 식물마다 모두 다른 혼합물과 다양한 양을 갖고 있어서 식물마다 낼 수 있는 향의 종류와 농도가 다른 거예요. 우리가 코로 감지하는 특정 향은 복잡한 혼합물 속 분자의 영향인데, 실제로는 어떤 꽃 냄새도 단일 화합물로 이뤄진 경우는 없다는고 하네요. 향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향목 속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향기 분자들을 밝혀내고, 원하는 향기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신기해요. 우리를 위해 식물이 향을 내뿜는 건 아니지만 그 향에 매혹된 인간들이 향기나는 식물들을 연구함으로써 우리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으니 감사할 일이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식물들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꼈네요. 그 마음을 참으로 멋지게 표현한 사람이 있어요. 인류학자 로렌 아이슬리는 「꽃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라는 아름다운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고 하네요. "꽃잎 한 장의 무게는 세상의 모습을 바꿔 왔고, 우리의 표정을 만들어 왔다." (138p) 꽃을 보면 저절로 미소 짓게 되잖아요.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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