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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밤에 쓴 일기 난중야록 - 이순신 탄생 480주년 만에 공개되는 숨겨진 이야기
조강태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난세의 영웅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뿐 아니라 숨겨진 이야기 속 인물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네요.
《이순신 밤에 쓴 일기 난중야록》은 이순신 15대 외손 조강태님의 역사 소설이에요.
우선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연유가 흥미로워요.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밤이면 꺼내어 읽어주셨던 책 일곱 권이 있는데, 그 책이 바로 난중야록이며 이순신 할아버지가 초안을 작성하고 이걸영(임단) 할머니가 옮겨 적은 7년 전쟁 일기 번외기록이라는 거예요. 안타깝게도 원본은 어떻게 분실되었는지 찾을 순 없지만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기에 소설로 쓴 것이라고 하네요.
1권에서는 임진년 5월 5일부터 7월 20일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난중일기의 내용 외에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역사 기록에는 없지만 실존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인물, 이걸영(임단)이라는 여인의 활약이 참으로 놀라워요. 솔직히 난중야록의 주인공은 그녀가 아닌가 싶네요. 이토록 지혜롭고 당찬 여성의 존재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이 기쁘네요.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라 거북선 제조를 위해 애썼던 대장공과 목수들, 그리고 왜적과 맞서 싸운 병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이순신은 고귀한 인품을 지닌 인물이라는 것을, 단이와의 관계 속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만약 단이를 어린 여자라고 무시했다면 그녀의 조언은 무용지물이 되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순신은 아랫사람이라고 업신여기지 않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경청할 줄 알았고, 탁월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네요. 중간에 꼴도 보기 싫은 원균이 등장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못된 것들은 하는 짓이 소름끼치게 닮았네요. 임진년 5월 17일 일기를 보면, "모기는 왜놈들과 같았다. 틈만 나면 비집고 들어와 우리 백성을 해치고 노략질을 일삼으니 이 어찌 모기와 다를 바가 있는가. 아니, 모기야 살기 위해서 사람의 피를 빨지만, 왜놈들은 조선 백성이 그들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음에도 전쟁을 일으켜 살육을 일삼으니 왜놈들은 모기만도 못한 잡놈일 뿐이다." (129p) 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왜놈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네요. '모기만도 못한 잡놈'이 득실거릴 때, 나라의 위기가 오는 것 같아요. 임금은 제 목숨을 구하겠다고 도망가도, 이 땅에는 나라를 지키겠다고 싸우는 백성들이 있었네요. 부끄러워해야 할 자들은 무능하고 한심한 임금과 탐관오리들이고, 우리는 용감하게 싸웠던 수많은 이들을 자랑스럽게 기억하면 될 것 같아요. 영웅 이순신 뒤에는 그를 믿고 따르던 훌륭한 이들이 있었다는 것, 그것이 큰 감동을 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