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박완서 외 지음 / 작가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7년 올해 작가가 선정한 소설 6편을 읽었다. 마치 참고서를 보듯 작가와의 짧은 인터뷰와 작품에 대한 해설이 있는 구성이어서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또한 마지막은 올해의 창작집 6편에 대한 서평이 있다.



오랜만에 읽는 우리 작가들의 단편 소설이라 신선한 느낌이었다. 이미 각 작품마다 멋진 해설이 있다 보니 독자 입장에서 단순한 감상문을 적어봤다.



박완서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님의 소설은 편안하다. 친한 친구나 이웃의 이야기를 듣는 것마냥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언젠가 박완서님을 직접 만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작품을 통해서 만나지만 뭔가 친밀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분이다.



소설의 느낌은 책 제목에서 이미 짐작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느낌처럼 평범하면서도 뭔가 특별한 무엇을 감춘 금자씨, 그녀의 또다른 모습이 복희씨다. 물론 영화처럼 끔찍한 복수극을 펼칠만큼 복희씨는 모질지 못하다. 책에서 묘사하듯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착한 여자의 표상이다. 여자이기 때문에 참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쩌면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대부분 공감할 만한 삶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 어머니 세대만큼 자신을 희생하며 사신 분들이 또 있을까. 남편 위해, 자식 위해, 부모 위해 사는 삶이라 자신의 감정은 사치스럽게 여기시는 어머니.



복희씨의 마음 속에 오래도록 자리잡은 복수심, 남편에 대한 살의는 끝내 현실로 드러나지 않는다. 차라리 영화처럼 어떤 식으로든 표출되었더라면 속이라도 후련했겠지만 역시 이 소설은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만큼 복희씨는 평범한 여자이다.



이 소설을 읽는 남자 독자라면 잠시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여자의 마음은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몇 십 년을 함께 살아 온 아내라고 해서 그녀의 마음을 전부 얻었다고 착각하지 말기를.



 



전성태  <목란 식당>



 몽골에서 가이드를 하는 나와 화가인 삼촌. 그리고 북한 사람이 운영하는 목란 식당.



북한에 방문했다가 그린 그림 때문에 북한 화가가 처벌을 받자 죄책감에 붓을 꺾은 삼촌.



어쩌면 독자인 나는 가이드하는 주인공 나처럼 삼촌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나라가 언제쯤 통일이 될 것인가? 우리 세대에는 통일이 간절하지 않다. 이미 남과 북으로 나뉜 현실에 익숙해져서 통일의 절실함이 없어졌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도 마치 슬픈 영화처럼 현실감 없이 느껴지니 말이다.



목란 식당을 찾은 단체 손님인 목사와 신도들의 태도는 모순되고 비뚤어졌단 느낌을 준다. 단체로 입은 조끼에는 구국을 위한 고난의 십자가라고 씌여 있으면서 정작 작은 실수나 거짓말은 용서할 수 없다는 어이없는 광경을 연출한다. 어찌 보면 우리가 북한 사람들을 보는 태도도 이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우리 동포라고 하지만 역시 총부리를 겨눈 적인 것이다.



목란 식당은 그저 밥 먹는 식당일 뿐인데, 그 곳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은 더 크다. 아무런 이념의 장벽이 끼어 들 필요가 없는 식당에서도 분단의 현실은 존재한다. 씁쓸하게 나누는 삼촌과 나의 대화처럼.



아이고, 시국이 어수선하니 냉면 한 그릇 먹기도 고되네.



글쎄 말이에요. 목란은 그냥 식당인데……”



이제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 국가인 우리 나라의 통일을 조금은 생각하게 되었다.



 



정미경  <내 아들의 연인>



부유층의 중년 여성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아들의 연인인 도란은 가난하지만 당당하다.



주인공에게 도란의 존재는 젊은 시절의 추억과 같다. 가슴 따뜻한 사랑보다는 현실적인 조건대로 결혼하고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누리는 주인공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솔직히 별로 와 닿지는 않는 내용이다.



티슈를 뽑아쓰듯 돈을 펑펑 쓰는 부유층이 아니라서?



왠지 중년 아줌마의 권태로움같아서 싫다. 남의 일에는 귀찮아서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기만을 걱정하는 모습이 싫다. 작품 해설에는 이런 내용이라서 참신하다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공감하기 어려운 주인공이니까.



 



천운영  <후에>



요즘 tv 프로그램 중에 열악한 환경의 가정을 찾아가 취재하고 전문가들이 문제점을 분석하여 교정해주는 내용이 있다. 좋은 의도의 프로그램이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마치 방송 출연에 대한 대가처럼 지원해주는 기간이 겨우 일 년뿐이라는 것이다. 정말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에게 일 년의 보상 지원은 너무나 짧다. 또 학대하는 부모의 경우는 잠시 격리할 수는 있지만 법 때문에 다시 함께 살 수 밖에 없다. 이런 잠깐의 도움과 지원은 동정에 불과하다. 그나마 봉사도 하지 않으면서 비판하는 내 자신도 부끄럽지만 방송 다큐 역시 무책임한 참견이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은 그런 소재를 소설화하여, 방송이 끝난 후에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린 불행해선 안 된다고 했지. 우린 행복해야 한다고. 그래서 우리에게 선행을 베풀겠다는 그들의 말. 그건 정말 벗어나기 힘든 무서운 명령 같았어. 선행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독한 벌을 받게 되리라는 엄포였어. 왜 그들의 잣대로 우리의 운명을 강요하는 건지 모르겠어. 행복과 불행을 왜 하나의 관점에서만 평가해야 하는 거야? 그 부름에 응하지 않으면 부끄러워해야 하다니. 틀어박혀 있고 싶고, 되는 대로 살아가고 싶어. 그게 내 행복인데, 왜 그들은 그들의 행복만을 강요하는 걸까?……”



단순한 동정심이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박민규  <굿바이, 제플린>



앞서 <내 아들의 연인>과는 정반대의 주인공이다. 가난한 그들의 꾸는 꿈은 소박하다. 평범하게 함께 사는 것. 제플린은 비행선을 뜻한다. 이벤트 회사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중요한 이벤트에 쓰일 커다란 풍선이 날아가버려서 그걸 쫓아가는 과정의 내용이다. 결국 고급 벤을 타고 다니는 사냥꾼들의 엽총에 맞아 산골 양로원 마당에 떨어진 제플린. 상징적인 제플린의 모습에 왠지 울적해진다.



 



김애란  <성탄 특선>



성탄절 가난한 연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성탄을 맞아 한껏 분위기가 들떴던 여동생과 그녀의 남자 친구는 모텔을 찾아 전전하다가 결국 지쳐 여관에 들어간다. 너무나 지저분한 침대방. 결국 여동생은 피곤에 절어 집으로 돌아온다.



아름답고 멋질 것만 같은 연애의 모습은 아니다. 돈 때문에 눈치보고 신경쓰는 가난한 연인들의 모습이라 안타깝다. 드라마였으면 둘 중에 누구 하나라도 부자여서 낭만적인 연애 모습을 보여줬겠지만.



 



우리 나라 소설은 현실적이고 평범한 일상이 소재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편안하고 공감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씁쓸하다. 그냥 드라마나 영화처럼 멋진 상상을 하고 싶은데 너무나 냉정하다. 오늘의 소설은 느낌보다는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김미숙 지음 / 엘도라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참 씁쓸하다. 진실을 알고 나니.

사람들이 우스개 소리로 세상 살이 잘 하려면 두 가지를 기억하라고 한다.

첫째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것이다.

<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시리즈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심정이다.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험설계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책에서는 모집인으로 칭한다. 잘 아는 친척일 수도 있고 친구 혹은 이웃이기도 하다. 그들의 말만 믿고 덥석 가입한 보험들이 정말 필요한 순간에는 무용지물이 된다면 누굴 원망해야 할까? 모집인들은 결코 내 편이 아닌 보험회사의 직원임을 망각하고 있었다. 누구 말을 믿었다는 것은 내 사정일 뿐, 법적으로 따지면 제대로 확인 안 한 본인의 과실이다. 나 역시 모집인의 말만 듣고 복잡한 약관은 대충 훑어 본 뒤 가입했고 자필 서명까지 했다. 그리고 보험 증서와 약관만을 신주 단지 모시듯 잘 보관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뜨끔했다. 보험만 가입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었다. 비슷한 종류의 보험은 여러 개 가입할수록 손해란 것도 책을 보고 알았다. 보험 가입할 때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들 전부 보험 가입자에게는 손해가 되는 내용 이었다.

제대로 알고 가입해야 힘들 때 진짜 힘이 된다는데 이미 가입한 뒤에 알게 되었으니 억울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이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약관을 살펴 봐야겠다.

보험 상품 광고에서 불안한 미래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보여준 내용들도 이제는 대부업계 광고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한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니 말이다.

아직까지 보험의 혜택을 받을 일이 없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던 보험 약관 속에 이런 검은 속임수가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영화나 뉴스에서 보험 사기단의 얘길 접하면서 저런 양심 불량인 사람들이 있을까 욕했는데 실제로 그 속에는 억울한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보험사의 사기 행각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으니 세상을 너무 순진하게 살았다.

몰랐다고, 억울하다고 땅을 치기 전에 이 책을 알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해야겠다.

이 책을 쓴 저자도 그 점을 강조했다.

악마와의 보험 계약을 중단시키려면 보험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보험맹(盲)을 벗어나야 보험 회사를 견제할 수 있고 지금의 잘못된 보험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온 국민의 필독서란 생각이 든다.

성인 남녀 중 대부분 보험 한 두개 정도 가입 안 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각자 보험을 살펴 보자.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사유들은 없는지, 중복 가입된 것은 없는지 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억울한 일은 없어야겠다.

소비자가 현명해야 세상이 살기 좋아진다.

왜 진실은 알고 나면 씁쓸하고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걸까?
읽으면서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혀 본다. 진실이 꼭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외면해서도 안 된다는 것. 더불어 좋은 세상을 위해 보험소비자협회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 자연결핍 장애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
리처드 루브 지음, 김주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07년 4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08년 05월 05일에 저장
구판절판
EBS 60분 부모-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는 자녀교육서
김미라.정재은.최정금 지음 / 경향미디어 / 2007년 1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7년 12월 03일에 저장
구판절판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고든 뉴펠드 외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1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07년 12월 03일에 저장
구판절판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My Dad (Boardbook + Audio CD 1장 + Tape 1개)- 문진영어동화 Best Combo
앤서니 브라운 지음 / 문진미디어(외서) / 2006년 10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2008년 05월 05일에 저장
품절
My Mum (Paperback + CD 1장 + Tape 1개+ Mother Tip)- 문진영어동화 Best Combo 1-15 (paperback set)
앤서니 브라운 지음 / 문진미디어(외서) / 2006년 4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2008년 05월 05일에 저장
품절
네이티브는 쉬운 영어로 말한다 : 일상회화 편
박수진 지음 / 길벗이지톡 / 2007년 11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2007년 12월 03일에 저장
절판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프가니스탄.

내게는 낯선 나라다. 서남아시아 어디쯤 있다는 것 이외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야말로 관심 밖의 나라였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가끔 이슬람국가에서 벌어지는 여성 인권침해 소식을 들을 때면 경악하게 된다. 일부다처제는 기본이고 여성에게 강제로 할례를 한다는 이야기 등등. 마치 역사의 수레 바퀴가 그 곳만 비켜 간 것이 아닐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전세계의 흐름과 무관하게 격리된 그 곳에서 여자들은 짐승 취급을 받으며 온갖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 책은 아프간 여성의 비극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다. 마치 동물의 세계에서 약육강식을 보는 것 같다. 인간성은 사라지고 힘센 종족인 남성이, 약한 종족인 여성을 지배하는 것이다. 힘으로 누르고 복종을 요구한다.폭력으로 짓밟힌 여성은 남성의 편의대로 사육된다. 여성에게는 어떤 선택권도 자유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녀들이 누릴 수 있는 최대 행복은 아이에 대한 사랑인데 그것도 아이가 없다면 철저히 행복은 차단된 삶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분노했다. 그리고 가슴이 아팠다.

전쟁이 가져온 불행이다. 알라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잔혹한 전쟁과 여성 탄압은 알라신의 잘못이 아니다. 신을 팔아 먹는 사악한 무리들 탓이다. 그것은 아프가니스탄 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든 있다.

마리암. 그녀는 세 명의 부인을 둔 잘릴에게 겁탈당했던 하녀 나나의 딸이다. 아버지 잘릴은 비겁하고 나약했다. 어머니 나나는 자신의 불행을 견디지 못했고 유일한 사랑인 마리암을 제대로 사랑할 줄 몰랐다.

라일라. 진보적인 부모 밑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고 자라지만 전쟁으로 두 오빠를 잃고 나중에 부모님과 사랑하는 남자 친구 타리크를 잃는다.

전혀 다른 배경의 두 여인이 한 지붕 아래 살 수 밖에 없는 기구한 운명이 바로 아프간 여성들의 현실이다. 마리암이 너무나 사랑하고 의지했던 아버지 잘릴은 마리암의 불행을 외면했다. 존경하는 파이줄라 선생님은 그녀에게 코란의 가르침을 주었지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었다. 라일라의 아버지는 힘없는 지식인이었고 사랑하는 남자 친구 타리크는 한 쪽 다리를 잃은 어린 소년이었다. 마리암과 라일라,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구원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리암의 어머니, 나나는 말했다.

 내 딸아, 이제 이걸 알아야 한다. 잘 기억해둬라.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라, 마리암.

사악한 남성을 대표하는 라시드. 남성우월주의자. 그를 두고 한 말 같다.

여자의 적을 여자로 만드는 건 남자들이다. 자신들이 적으로 몰리기 싫으니까.

그녀들 곁에는 사악한 라시드 뿐이었다.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 끔찍스러웠지만 그녀들은 참았다. 사랑하는 아이들 때문에.

대항할 수 없다면 참아내는 것이 더 큰 용기일지도 모른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었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었네.
차마 셀 수 없는 현실을 원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반짝이는 달들, 찬란한 태양들이 그 곳에 있음을 믿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비극적인 그 곳에 희망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