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주는 엄마 -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육아 코칭
이와이 도시노리, 시도 후지코 지음 / 파프리카(교문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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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들어주는 엄마>는 실습서다.

일반 육아 책에 비해 얇은 편이지만 내용은 매우 실용적이고 효과적이다.

아이들은 외모나 성격처럼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인격체다. 우리가 심리 책을 본다고 해서 모든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하는 문제들은 비슷하기는 하지만 해결방법이 똑같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육아 전문가보다 엄마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내 아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많이 아는 사람이 엄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이와의 대화 방법을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알려준다.

나는 어떤 엄마일까? 책에서 강조한 귀 기울여 듣기보다는 일방적인 명령을 하는 독재자 스타일 이었다. 그러니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힘든 것이 아니라 내가 아이의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 독재 치하(?)에서 순순히 말을 듣던 아이가 조금씩 크면서 반항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 말 잘 듣던 착한 애가 왜 변했지?

품 안에 자식이라고 그저 내 품에서 아이를 놓지 않고 있었다. 아이는 독립적인 한 인격체가 되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아이를 이끌어주는 것은 아이의 독립심을 방해할 뿐이다. 그래서 치마바람이 부모가 원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아이의 행복은 장담하기 어렵다.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기일 때는 그저 건강하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커갈수록 기대와 욕심이 같이 커졌다. 아이를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엄마의 욕심을 채우려 했던 것 같다. 아이는 항상 엄마를 향해 마음을 열고 있는데 엄마가 그 마음을 몰라준다면 아이의 심정은 어떨까?

아내가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데 남편은 신문이나 TV를 보며 건성으로 대답한다. 하루의 일을 이야기하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남편에게 바라는 것은 공감이다. 아내의 감정을 이해해주는 것, 바로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이다. 나 역시 이런 문제로 남편과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아이도 나와 마찬가지다. 자신의 감정이나 의견이 존중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넌 어리니까 시키는 대로 해.라는 식의 독재는 가정 문제를 일으킨다. 사회, 국가만 민주주의가 아니라 가정 안에서 민주적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배웠던 좋은 부모를 위한 효과적인 대화법이 떠올랐다. 책에서는 초급편과 상급편이 나와 있다. 기술적인 면도 좋지만 그 뒤의 조언이 마음에 남는다.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자. 

아이에게 무슨 존경과 감사일까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임신하고 출산했던 때의 감정을 떠올린다면 이해할 것이다. 생명의 신비와 경이로움, 벅찬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부모의 몫은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내 곁에서 웃고 떠드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부모로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힘든 것은 육아가 아니라 그 마음을 잊었기 때문이다.

존경과 감사, 사랑의 마음으로 가족 간에 용기를 주는 멋진 책을 만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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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슬립 - 전2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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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적 즐겨 하던 공상이 있었다. 내가 눈을 감고 신호를 보내면 현실과는 다른 세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한창 유행하던 타임머신처럼 말이다. 그 때는 내 자신에 대한 사랑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다거나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았으면 했다.

마치 행복은 산 너머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나 어른이 된 다음에는 그런 공상을 접었다.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산다고 해서 더 행복하진 않을 테니까. 결국 세상이 바뀌고 모습이 바뀐다 해도 내가 달라지지 않으면 소용 없다. 살다 보니 내 자신과 정이 들어서 이젠 다른 삶을 살라고 하면 거절할 것이다.

만약 타임슬립의 주인공이 된다면 거부할 수도 없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 책은 공상으로만 가능했던 시간 여행 이야기다.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제외한 모든 세상이 바뀐다면 어떤 기분일까?

시간 여행이란 점을 제외하면 <왕자와 거지>를 떠올리게 된다. 2001년 9월 11 열아홉 살 오지마 겐타는 서핑을 하다가 정신을 잃고 깨어보니 1944년 9월 12이다. 그는 가즈미가우라 해군항공대 비행연습생 이시바 고이치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고이치는 첫 단독 비행 중 실종되었고 숨어있던 겐타는 탈영병으로 붙잡힌다. 거지가 된 왕자처럼 고된 군생활이 시작된다. 한편 실종된 고이치는 2001년 겐타의 역할을 맡게 된다.

왜 하필 2001년 9월 11이었을까?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미국 뉴욕의 110층 세계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 펜타곤이 공격을 받았다. 민간 항공기를 납치하여 자살 테러를 했으니 인명 피해는 엄청났으며 전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21세기 전쟁으로 불릴 만큼 심각했다.

바로 그 날, 타임슬립이 발생했다. 21세기를 사는 청년이 뜬금없이 전쟁 중인 1944년에 뚝 떨어진 것이다. 이젠 더 이상 재미를 좇으며 살던 철없는 열아홉 살이 아니다.

막강한 힘을 자랑하던 미국이 평화로운 21세기에 겪은 테러의 충격은 개인적으로 겐타의 심정과 같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이 가벼운 공상 소설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 설정만으로 작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두 명의 주인공은 각각 과거와 미래를 경험함으로써 우리에게 말해준다. 현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이다. 또한 전쟁의 허무함을 알려준다. 전쟁의 진정한 승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가미가제와 같은 전술은 비극 그 자체다. 역사적으로 일본의 태도는 광기에 가까웠다. 자폭하며 죽는 것을 명예롭게 여기던 그들 땅에 원폭 투하가 되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때늦은 후회와 엄청난 희생이 뒤따랐다.

한 사람이 수천 명의 적을 물리친다면 그만큼 조국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 –가모시다

하지만 적에게도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이 있잖습니까.” –겐타

전쟁은 적도 우리처럼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이란 사실을 잊게 한다. 그걸 기억한다면 전쟁이 일어날 리가 없겠지만. 결국 전쟁과 테러와 같은 비극을 막는 길은 인간애다. 인간에 대한 사랑,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겐타와 고이치는 공교롭게도 미나미라는 한 여자를 사랑한다. 외모 뿐 아니라 성격, 기호까지 닮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두 주인공의 여정은 다음 해 8 16일까지이다. 전쟁이 끝난 후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결말이 궁금했다. 언제쯤 우리의 겐토(왠지 고이치보다 정이 간다)가 원래 대로 돌아올 지 말이다. 마지막까지 긴장했다.

이 책은 두 권의 책이 하나의 비닐 커버로 쌓여 있다. 표지에 앞 권은 1/2, 뒤 권은 2/2 이라고 쓰여 있다.

끝까지 읽고 나니 그 의미를 알겠다. 결말에 대한 힌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책 속의 즐거움은 결말이 아닌 여정에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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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버블경제의 붕괴가 시작됐다
마쓰후지 타미스케 지음, 이연숙 옮김 / 원앤원북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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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버블경제에 대한 경고는 이미 미국에서 시작됐다.

경제 관련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붕괴의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거품경제에 대한 경고는 종종 들어봤다. 그러나 이 책처럼 세계 경제를 논한 경우는 처음 접해본다. 일본의 잃어버린 10과 같은 거품경제의 결과를 보면서 우리 경제의 미래를 예견한 경우도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마쓰후지 타미스케다. 그는 이미 이 책 이전에 <미국경제가 붕괴한다>라는 경제 예측서를 발간했는데, 작년 세계 동시 주가 하락 사태가 벌어지면서 그의 예측이 적중했다. 그의 결론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시대, 페이퍼머니(주식투자, 채권투자 등) 시대가 끝났다는 점이다. 거품 붕괴기에 가장 강력한 투자 수단은 금金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1995년에 금광산 경영 전문회사인 주식회사 지팡그를 설립했다.

현재 주가 하락과 맞물려 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저자는 미국 증시의 거품이 꺼지면 금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고 금을 미래가치가 있는 투자 수단임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금 연동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은행에서 금 실물을 직접 구입하거나, 매매차익을 노리고 금 적립식 상품에 투자하거나, 금을 포함한 원자재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우리나라에도 금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경제적 식견이 부족한 나로서는 저자의 의견에 동조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배우는 입장이다. 중요한 점은 성공 투자에 관한 조언들이 실제 경험과 지식에 기반을 둔 점이다.

성공 투자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을 바라보는 대국관 이다. 다시 말해 흐름을 읽어내는 눈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류 투자자는 투자 이론이나 기술에 매달리기 보다는 대국관, 트렌드, 타이밍이라는 3가지 요인에 집중한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투자 성공담과 실패담을 통해서 방법을 제시해준다. 현재의 성공은 여러 번의 실패를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는 도전 정신이 한몫을 했다. 연 수입 2억 엔의 증권회사를 과감히 그만두고 금 광산에 눈을 돌린 것을 보면 진보적인 투자자란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뭘까?

세계 경제의 흐름과 투자에 대한 기본을 배울 수 있다. 워렌 버핏의 투자 철학은 모르는 시장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이다. 철저하게 투자 종목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사람만이 성공한다.

책 속에는 투자 상식이 소개되어 있다.

분산투자는 부자들을 위한 것이다. 진정 돈을 벌고 싶다면 집중투자를 하라.

비싸게 파고 싸게 다시 사라. 애널리스트를 믿지 말고, 선행지표를 주목하라.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조언은 투자 시에는 무엇보다 자신의 판단에 의지하라.는 것이다.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세계 경제의 흐름과 투자에 대한 공부다.

남들이 많이 가는 길이 안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가는 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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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 키다리 그림책 3
코린 드레퓌스 지음, 김희경 옮김, 나탈리 슈 그림 / 키다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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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여섯 살이다. 올해 처음으로 유치원에 간다. 작년 초만 해도 유치원에는 절대 안 간다고 하던 아이다.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하던 아이가 지금은 유치원 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제는 엄마 품을 벗어나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싶어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이렇게 때가 되어 스스로 유치원을 가고 싶어하니 엄마로서 흐믓하고 행복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걱정도 된다. 처음으로 단체 생활을 하는데 적응을 잘 할지, 힘들어 하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엄마와 아이의 마음을 담고 있는 책이 나왔다.

바로 <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이다.

엄마와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잘 표현하고 있어서 유치원 입학을 앞둔 아이를 위해 읽어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유치원 가는 길에 비가 오고, 아이는 엄마와 헤어지면서 비처럼 눈물이 난다. 하지만 친구들과 즐겁게 놀면서 아이는 훨씬 강해진다. 비가 그치고 해가 뜨니 세상은 다시 밝아진다. 아이는 말한다. 소나기 같은 눈물을 흘리던 아가가 아니에요. 이제는 유치원이 참 좋아요!

책에서는 아이를 아가로 표현했다. 엄마 눈에는 언제나 아가일지도 모른다. 부쩍 큰 아이를 보면 언제 이렇게 자랐나 싶다가도 어리광 부리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품 속 아가처럼 보이니까.

요즘은 3~4세 아이들도 어린이집에 가는 경우가 많다. 한창 엄마 품에 있고 싶을 나이에 낯선 어린이집에 간다는 것이 아이에겐 무척 힘든 경험일 것이다. 떨어지기 싫어서 울어대는 아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도 무거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주면서 하늘도 비가 오고 나면 개이듯이 힘들고 눈물이 나지만 신나고 재미난 일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아이가 적응하는 데 힘이 될 것이다.

책 속 아이는 묻는다. 유치원의 하루는 얼마나 긴가요? 유치원에 오래오래 있다가 할아버지가 되면 어떻게 하죠?  이 부분을 보면서 그렇구나. 아이에겐 낯선 곳에서의 시간이 할아버지가 될 만큼 오래 긴 시간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란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아이를 두고 가는 엄마의 마음이 나온다. 엄마 품 안에 있던 너를 남겨 두고 돌아오는 길이 엄마도 슬프단다.  아이가 힘든 만큼 엄마의 마음도 힘든 것을 아이도 이해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 아이는 유치원 가는 길이 책 속 아이처럼 눈물 나는 일은 아니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유치원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 유치원 입학하는 날!

책을 통해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 날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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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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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의 정체는 뭘까?

바로 우리 안에 있는 마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은 마음이라고 아잔 브라흐마는 말한다. 마음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으니까. 그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면 술 취한 코끼리가 난동을 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 코끼리에게 끌려 다닌다. 도대체 이 덩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에게 코끼리가 있다는 사실 조차 의식하지 못해서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평상시에는 순하고 조용하던 코끼리지만 누군가 돌을 던지거나 상처를 입히면 울부짖으며 난폭해진다. 그제서야 코끼리를 발견하고 당황하게 된다. 어떻게 진정시키지?

실제로 코끼리는 어떻게 진정시킬까? 사실 방법은 모른다. 그러나 조련사는 알 것이다. 코끼리가 어릴 때부터 훈련시킨 사람이라면 흥분한 코끼리를 진정시킬 방법도 알 것이다. 사람보다 몇 배는 큰 몸집의 코끼리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조련사를 보면서 감탄한 적이 있다. 얼핏 들은 얘긴데, 코끼리는 새끼 때부터 굵은 줄로 묶어 꼼짝 못하게 해놓으면 다 컸을 때 약한 줄로 묶어놔도 도망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제압당했던 경험을 기억해서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명령에 따른다.

우리의 할 일은 지금껏 멋대로 자란 코끼리를 제압하기 위해 조련사의 기술을 전수받아야 한다. 우리를 지도할 능숙한 조련사는 바로 지혜로운 수행승 아잔 브라흐마이다.

삶에 관한 108가지 일화를 통해서 코끼리 등에 올라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자신의 코끼리를 다루는 일이 인생 살이다. 그러나 다루는 일이 익숙해지면 그 코끼리마저 놓아 줄 수 있어야 한다. 코끼리를 포기할 수 있는 마음, 이것은 자신이 없다.

 

고타마 붓다가 6년 고행 끝에 니란자나 강가의 보리수 아래서 깨달은 첫 번째 진리는 ‘인간의 삶은 두카’라는 것이었다. 두카는 흔히 ‘고통’으로 번역되지만, 나는 그것을 ‘행복의 부재’라고 옮기고 싶다.

행복의 부재.

그의 두 번째 진리는 ‘세상에는 행복이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고, 행복을 원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곧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므로.  시화

 

붓다의 깨달음이 새삼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익히 들어왔던 말씀인데 삶을 고통, 고뇌가 아닌 행복의 부재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삶 속에 고통은 있지만 늘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인간이다. 그런데 행복은 없다고 말하니 갑자기 갈 곳을 잃은 느낌이다.

요즘 나의 주요 관심사는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행복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가르친다. 쉽지 않다. 차라리 뭔가를 움켜쥐려고 노력하는 것이 쉽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울지라도 움켜쥔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음 인가보다. 책 속에는 이런 상황을 매운 칠리를 먹는 남자에 비유한다. 그는 단 맛이 나는 칠리를 찾기 위해 매운 칠리를 고통스럽게 먹는다. 나중에는 그 과정 자체가 존재 이유가 된다.

삶이 매운 칠리라면, 단 맛 나는 칠리를 찾는 것보다 그냥 매운 맛을 즐기는 편이 나을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과연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두렵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삶을 소극적으로 살게 하는 것 같다. 덜 상처 받고 덜 아프기 위해서 나서지 못한다. 뒷걸음질 치면서 저 산 너머에는 무지개가 있겠지.’ 라고 바란다. 늘 그랬던 것 같다. 잡을 수 없는 무지개를 좇으면서 저걸 잡아야 행복하다고.

행복을 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진 것 같다. 행복을 위해 산다고 말하면서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여기 있는데 어디에서 행복을 찾는가?

삶의 깨달음을 위해 아잔 브라흐마처럼 수행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노력할 것이다. 술 취한 코끼리 내게는 마음 속의 화를 잘 다스리겠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오.” – 아잔 브라흐마

 

그렇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 마음,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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