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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한국사 - 멸망으로 시작해서 건국으로 이어지는 5,000년 역사 이야기
조경철.조부용 지음 / 클랩북스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가장 지루한 이야기는 뭘까요.
듣는 사람이 전혀 관심 없는 주제를 아무런 반전 없이 줄줄이 읊어대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근데 똑같은 이야기도 완전히 다르게, 너무나 재미있게 들려주는 사람이 있어요. 무엇이 다를까요. 지루한 이야기를 뒤집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만든 사람이 여기 있었네요. 한국사를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 의무감으로 대하면 역사는 지루한 이야기일 뿐이지만 현재 우리를 살린 민족 정신이 어떻게 계승되었는지를 주목한다면 한국사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인 거예요. 자신의 이야기만큼 흥미롭고 집중이 되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
《거꾸로 읽는 한국사》는 역사학자 조경철 교수와 에디터 조부용님의 책이에요. 저자들의 이름에서 짐작했듯이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 관계예요.
이 책은 뉴스레터 <나만의 한국사 편지>로부터 시작되었어요. 역사학자 조경철 교수가 쓴 책 「나만의 한국사」를 읽은 콘텐츠 에디터 조부용이 이메일 뉴스레터 <나만의 한국사 편지>를 발행하면서, 팀 '유물시선'에서 동료들과 함께 한국 역사와 유물에 관한 책을 출간하게 되었고, <나만의 한국사 편지>에서 열두 통의 편지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보태어 완성한 것이 《거꾸로 읽는 한국사》라고 하네요.
왜 '거꾸로'인가, 그 이유는 나라가 망하는 이야기부터 시작하기 때문이에요. 멸망으로 시작해서 건국으로 이어지거든요. "나라의 멸망은 과연 무엇을 남겼을까?" (18p) 라는 질문을 던진 다음에 최초의 국가 고조선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성질 급한 사람들은 늘 결론부터 묻잖아요. 역사에서 결론은 정해져 있잖아요. 흥망성쇠, 이 반복되는 역사에서 멸망에 주목한 것이 색다른 지점이네요. 멸망에 이르는 길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는 거예요.
고조선의 멸망으로 시작해 대한민국의 건국까지, 우리의 역사를 열두 통의 편지로 전달하는 방식이 새로웠네요. 또한 집배원 부의 간단 요약이 깔끔해서 각 시대별로 우리가 알아야 할 핵심들을 잘 정리할 수 있었네요. 무엇보다도 마지막 편지인 열두 번째 편지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는데, 최근 2025년 2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사 연표가 사라졌다는 것은 매우 수상쩍은 일이네요. 항일독립운동에 뿌리를 둔 헌법 정신을 부정하며 내란을 도모한 자들이 얼마나 망쳐놓은 것인지, 이제는 확실하게 수습하고 정리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저자가 다시 재구성한 연표를 보면, '조선 (1392년~1897년) - 대한제국(1897년~1919년) - 대한민국임시정부(1919년~1948년) - 대한민국(1948년~현재)'인데,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945년 8·15 광복과 함께 없어진 게 아니라 존속하였다가 대한민국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있어요. 일본의 관점을 반영한 일제강점기라는 용어 대신 '일제저항기' 또는 '대일항쟁기'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저자의 의견에 적극 동의하는 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바뀌어야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우리 역사를 새롭게,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길라잡이 책이네요.
